2024-04-20 03:41 (토)
見我舌(견아설)
見我舌(견아설)
  • 송종복
  • 승인 2013.10.29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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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혀는 나라 위하는 `견아설` 돼야
▲ 정 효 셀프힐링센터 부산범천 관음사 주지

 `史記`의 소진장의열전(蘇秦張儀列傳)에 의하면, BC 4세기 말은 전국시대라 전승을 이끌 수 있는 재략이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서 인근 국을 패망시킬 인물을 찾는 중이다. 이때는 재능, 수완, 완력, 및 꾀만 있으면 출세할 수 있는 시대였다.

 이때 위(魏)나라의 장의(張儀)라는 가난뱅이가 있었다. 그는 입신출세의 야망을 품고, 권모술수에 뛰어난 귀곡(鬼谷)선생에게 글을 배웠는데, 그의 우수한 머리와 뛰어난 화법이 다른 동료들을 경악시켰다. 학업을 끝내고 6국(초ㆍ연ㆍ제ㆍ한ㆍ위ㆍ조)을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등용해 줄 사람을 찾았다. 마침 남쪽 초(楚)나라 재상인 소양(昭陽)이 그를 식객(食客: 장래가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길러주는 사람)으로 받아 주었다.

 초의 재상인 소양이 어느 날 왕께서 하사(下賜)받은 `화씨벽`(和氏壁)이란 보석을 신하에게 구경시켜 주는 연회를 베풀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연회석에서 그 보석이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그리해 그 자리에 있던 장의가 의심을 받게 됐다. 그 이유는 "장의는 집도 가난하고 소행도 나쁜 놈이니까 도둑은 그놈이 틀림없다"고 모두들 제각기 장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니, 소양도 그렇게 믿고 장의를 문책했으나 자백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수 백 대의 매를 맞고 만신창의가 됐으나, 최후까지 죄인임을 승복하지 않았다. 소양은 할 수 없이 그를 방면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반죽음이 돼 고향으로 돌아온 장의에게 그의 처가 "공연히 책을 읽고 떠돌이 신세가 되니까 이런 곤욕을 당하시는 것입니다"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자 장의는 혀를 쑥 내밀고 "내 혀를 보라(견아설:見我舌). 있느냐 없느냐" 하자 그의 아내는 남편이 도대체 무슨 뜻을 말하려는 것인지 의아해 "혀는 있군요"하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됐다"하고 장의는 태연스러워했다.

 몸이 비록 상처투성이가 되고, 다리가 짤리어 절름발이가 되고, 팔이 끊어져 없어지더라도 자기의 "혀(舌)만 건재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또 혀만 있으면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면서 처에게 말했다.

 후에 장의는 진(秦)나라에 등용돼 재상까지 이르렀으며, 그 혀 하나로 자유자재로 천하를 움직였다. 그는 중국의 대 언변가로서 모든 고서에는 거의 장의가 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가, 혀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감언이설로 자기의 입지와 출세 및 축재에 이용한다.

 특히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혀`는 자신을 떠난 호국을 위하는 장의의 견아설(見我舌)인 `혀(舌)`가 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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