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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불과 사람의 만남
흙과 불과 사람의 만남
  • 정창훈
  • 승인 2013.11.01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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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교수/행정학 박사
축제 마지막 날이 돼서야 서둘렀다. 매년 초청받아 간 의례적인 행사였는데 이번에는 내 의지로 찾아가고 싶었다. 축제의 현장으로 가는 마음의 준비가 남달랐다. 제한된 몇 시간이지만 축제를 온몸으로 체험하고자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현장의 스케치이지만 좀 더 상세히 다가가고 싶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으면서 축제 속으로 자신을 녹였다.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작품과 작가들의 세계로 빠져버린 자신을 보려고 한다. 나 중심이 아닌 온전한 도자기 세상에서 자신과 축제의 모습을 즐기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경기도 광주, 이천, 여주도자기 축제, 전남 강진, 목포도자기 축제와 경북의 문경 도자기 축제 등 도자기를 소재로 한 축제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열리고 있다. 분청도자기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해에서도 올해로 18번째를 맞이하는 김해분청도자기 축제는 ‘불의 향연, 김해분청도자기의 비상’이라는 주제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김해분청도자기 축제는 경기도 이천의 청ㆍ백자나 전남 강진의 청자와 달리 한국 도자기 사상 가장 한국적인 미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분청사기 축제로 치러지고 있다.

 분청사기란 분장회청사기의 준말로 ‘회청자에 분을 발라 꾸민 사기’ (조선시대에는 사기와 자기를 혼용했음)로 한국 전통 미술품 중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분청사기에 새 생명을 불어 넣은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명명했다. 대부분 지방의 민요에서 제작된 분청사기의 특징은 백토를 그릇 표면에 씌우는 백토 분장기법과 분청사기에만 나타나는 독특하고 다양한 장식법에 있으며, 도공 스스로 창작해낸 소박하고 솔직하면서 회화적이고 해학적인 느낌은 그 어느 시대의 걸작들보다 한국적인 미적 심상이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약 2천년 전 가야시대의 맥을 이어 발전하기 시작한 김해지역의 분청도자기는 조선시대부터 생활자기의 본고장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차츰 그 빛을 잃다가 김해지역에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은 약 40여년 전, 가야토기 2천년 역사의 향기를 재조명하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도공과 학자들이 하나 둘 모여 불붙기 시작해 오늘날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의 분청사기 도예촌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축제가 더 이상 시간을 역행하는 연례행사로 머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야인의 후예로서 장구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을 이뤄온 우리들의 땅과 시간의 역사를 조명하고 일깨움으로써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해야 한다. 창조경제 시대의 김해 산업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로서 역할과 기능은 김해 분청도자기의 비상을 구호만이 아닌 문화의 계승과 예술적 성찰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축제에 진열된 상품들은 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의 이름과 함께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다. 판매하는 작품마다 판매용 스티커가 있어야 하겠다. 김해도예협회가 발행하는 작품명, 도예명, 주소, 연락처, 재료, 작가명, 등을 기재하는 방식을 통일시켰으면 한다.

 둘째, 작품에 대한 이름만이라도 영어, 일어, 중국어로 해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도자기 축제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별히 검증된 훌륭한 작품은 도록을 만들어 품격 있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셋째, 대회규모나 기간을 고려한다면 국제행사에 버금가는 대규모 행사다. 다양한 전시와 판매행사, 무대행사, 체험행사와 부대행사를 비해 주위가 매우 혼란스럽다. 정리정돈이 좀 더 잘 되었으면 한다.

 넷째, 그 많은 부스 중에 ‘외국인 도자체험’ 부스를 보았다. 한글로 안내된 부스였다. 물론 안내하는 도우미도 외국어로 된 자료도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이곳에 올 수 없는 외국인을 위한 부스다.

 다섯째, 가야사와 분청사기가 어우러진 역사의 도시 김해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김해시 지역 내에서 오픈하는 기업체나 단체의 식당과 음식점에서 김해에서 만든 김해표 생활자기를 사용하고 상설 판매도 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여섯째, 김해를 대표하는 축제인 ‘김해평생학습 과학축제’, ‘김해천문대 한여름밤의 별 축제’, ‘가야문화축제’, ‘국립김해박물관 설맞이 전통문화행사’, ‘진영단감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축제별로 나름의 특징이 있겠지만 축제의 운영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모든 축제에 분청도자기와 연계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 시대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되는 축제도 창조 문화산업을 일으키는 핵심요소로서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화돼야 할 것이다. 가야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가장 김해적이고 한국적인 분청도자기의 위상도 김해분청도자기 축제를 통해 세계적인 도자기 축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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