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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가을… 영남알프스 억새 보며 아쉬움 달랜다
떠나가는 가을… 영남알프스 억새 보며 아쉬움 달랜다
  • 장세권 기자
  • 승인 2013.11.05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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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8경 사자평, 은빛 물결 ‘장관’
표충사 산행 후 평원 풍경 한 눈에
해발 1천m 억새길 ‘천국 거니는 듯’

▲ 밀양 8경 중 하나인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천황산 억새길.
 ◇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한번 가고 싶은 산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한번 가고 싶은 가을산은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천황산, 재약산이다. 영남알프스 밀양 쪽 대표 산인 천황산, 재약산은 산세가 수려해 ‘삼남의 금강’, ‘영남의 알프스’로 불린 명산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표충사 남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를 만나게 되고, 8부 능선에는 광활한 평원인 사자평이 있다. 밀양 8경 중에 하나이며, 금ㆍ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 억새는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에서 가장 넓은 재약산 사자평 산지습지가 있다.

 사자봉, 수미봉, 관음봉, 미륵봉, 향로봉 등 해발 900~1천m에 달하는 봉우리로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럼 먼저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얼음골에서 재약산 사자평원으로 떠나보자.

▲ 얼음골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바라본 낙조.
 ◇ 얼음골 케이블카 타고 천혜의 영남알프스와의 조우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얼음골 주변 단풍이 일품이다. 활엽수가 많은 데다 남부지방엔 단풍이 늦게 들어 11월 중순까지 계곡에서 산 능선까지 오색물결을 이룬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산내면 구연마을에서 진참골 계곡까지 1천751m이며, 상부 승강장이 1천20m 고지까지 10분 만에 도달해 산행이 더 수월해진다.

 상부 승강장에 내려 전망대까지 280m 정도 하늘정원 데크로드를 걸으며 동쪽에 펼쳐진 사자평 억새와 영남알프스 산군의 원경을 조망할 수 있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전망대인 녹산대에서는 좌측의 천황산과 재약산, 전방의 백호바위를 중심으로 한 백운산과 그 뒤에 좌우로 자리한 운문산과 가지산이 보인다. 백운산 자락에는 시례 호박소와 오천평반석, 천황산, 가지산 자락에는 얼음골 등 밀양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곳…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

 얼음골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약 3천평 쯤 되는 돌밭에는 해마다 6월 중순부터 바위 틈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해 더위가 심해질수록 얼음이 더욱 많아진다. 반대로 가을철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얼음이 녹기 시작해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올라오고 계곡을 흐르는 물도 얼지 않는다. 주변의 지형은 돌밭 계곡을 중심으로 3면이 깎아지른 듯 둘러싸인 절벽으로 그 높이가 수십미터에 이른다. 일명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얼음골의 신비와 함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꿀 사과라고 할 정도로 당도가 뛰어난 얼음골 사과를 맛볼 수 있다.

 사자평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한 산행의 시작은 표충사다. 표충사에서 재약산에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열려있다. 우선 서쪽으로 금강폭포-한계암을 거쳐 사자봉에 오르는 길, 내원암에서 곧바로 사자봉으로 가는길, 내원암을 거쳐 진불암에서 수미봉으로 갈라지는 길이다. 표충사 뒤를 돌아가는 길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수미봉으로 가는 길과 남서방향으로 가다 층층폭포 고사리분교 터를 지난 수미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 층층폭포.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단풍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지상에서 걷고 싶은 산악 길로 꼽힌다.

 재약산의 진가는 정상 부근에 오르면 느낀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정상 일대는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수미봉과 사자봉이 남북으로 서 있다. 사자봉은 봉우리에 사자가 앉아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큰 바위가 암벽을 형성하고 있다. 사방을 둘러보면 굽이굽이 산이다. 밀양방향의 서쪽 산자락엔 울긋불긋 단풍이 수를 놓은 듯 점점이 흩어져 있다.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사자평원의 억새군락과 둥글게 이어지는 능선이 금ㆍ은빛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 오색단풍이 물든 표충사.
 ◇ 1천m 넘나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 하늘억새길을 걸어보면…

 재약산 동쪽으로 멀리 펼쳐진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둘러보자. 사자봉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 능동산과 배내고개,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다시 재약봉,수미봉과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이 길은 전체길이가 30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억새탐방길이다. 대부분 해발 1천m를 넘나드는 능선을 따라 이어져 역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조성된 둘레길이기도 하다. 곳곳에 억새평원이 펼쳐지고 맑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해 이름 그대로 하늘억새길이다.

 사자봉에서 왼쪽으로 얼음골 삼거리, 샘물산장, 능동산, 배내고개까지 이어지는 단풍사색길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길이지만, 얼음골과 석남재, 배내골 단풍이 일품인데다 고지대 능선의 평평한 등산로를 걸으며 사색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같은 사자평 억새.
 ◇ 신라 화랑도가 수련한 광활한 사자평원

 사자봉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그 유명한 재약산 사자평원이다. 그냥 사자평이라고 부른다. 드넓은 평원에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물결이 마치 너울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넓이가 400만㎡에 달하는데다 억새풀과 관목으로 이뤄져 그야말로 대평원이다. 사자평은 사자봉을 필두로 수미봉-관음봉-문수봉-재약봉-고암봉-향로봉-필봉 등 8개의 주요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8부 능선에 형성된 타원형의 광활한 분지가 주는 감동이 남다르다. 말을 타고 벌판을 달리는 역사 드라마 속 무사의 모습이 잠시 떠오른다. 호연지기가 용솟음쳐 천하를 호령하고 싶은 환상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신라시대 삼국통일의 주역 화랑도가 수련한 곳이라고도 전해온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학자가 찾아와 심신을 수련하며 학문을 닦은 명산이다. 여순반란사건 때는 빨치산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화전민이 이곳에 밭을 일궈 고랭지 채소와 약재를 재배한 적도 있다. 그래서 한때는 사자평 언저리에 80여 가구의 민가가 형성돼 고사리학교라는 이름의 밀양산동초등학교 분교가 개설되기도 했다. 수미봉에서 표충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 지금도 고사리학교 흔적이 남아있다.

 햇빛에 따라 금ㆍ은빛으로 변하는 억세정원 사자평은 지난 1980년대에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큰 나무를 베어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당시 목장 흔적을 보여주는 폐건물이 관목과 억새에 파묻혀 있다. 목장이 어떤 연유에서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있었다면 대관령목장 못지않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사자평은 예전엔 억새풀이 밀집해 자른 곳만도 16만여㎡에 이르렀다. 그래서 가을철 사자평 억새풍관을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같다’라고 해서 ‘광평추파(廣坪秋波)’라 했다. 재약 8경 가운데 하나다. 사자봉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면 수미봉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 사자평 속살에 가까이 가면 곳곳에 나무가 많이 자라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자평은 지난 2007년에 꼭 보전해야 할 한국의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사자평 습지보호지역은 재약산 정상부(해발 750~900m)에 위치한 면적ㆍ0.58㎢의 고산습지로서 2006년 12월 28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영남의 대표 고층습지인 사자평의 지형과 식생을 되살리기 위해 오는 2015년까지 정비한다. 억새를 심는 등 생태를 복원해 습지의 원해 기능을 회복시킬 계획이다. 영남의 대표 습지 ‘재약산 사자평’의 제 모습을 찾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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