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59 (목)
전통 호떡
전통 호떡
  • 정희경
  • 승인 2013.11.10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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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경(1965~)

  꾹꾹 누른 말들이 한껏 부풀었다

  센텀시티 빌딩사이 오 촉 등 흔들리는데

  수화로 건네주는 겨울

  보름달 따뜻하다.

 약력
경북 대구 출생

2008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2010년: 서정과 현실 신인상

수상 : 제4회 가람시조문학 신인상

 선선하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다. 깊을 대로 깊어진 가을이 머잖아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 모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흑설탕이 들어 있는 따끈따끈하면서도 달디 단 호떡이 생각난다.

 그런데 기름을 둘러 무르게 구워내는 호떡보다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까슬까슬하게 구워내는 전통호떡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그런 것일까?

 호떡을 굽는 사람과 시인의 마음이 보름달보다 더 둥글게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어쨌거나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작은 차에 전을 편 전통호떡을 굽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시인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별다른 생각 없이 호떡을 사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섬세한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호떡을 굽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언어장애인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일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운 일인가?

 그런 언어장애인이 굽고 있는 호떡을 두고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말들이 한껏 부풀었다고 보는 시인의 눈길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진다.

 빌딩사이로 찬바람이 불어 오 촉 등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따끈하게 구운 호떡을 수화로 건네주는 언어장애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참 곱다. 온돌방의 아랫목 같다.

 보름달처럼 둥그런 호떡이 더 맛있어 보이고 어두운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 같은 호떡이 보름달보다 더 밝게 느껴져 좋다.

 센텀시티를 지날 일이 있으면 보름달 같은 전통호떡을 하나 사 먹고 싶다.

 이 작품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불쑥 든다.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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