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05 (금)
문화콘텐츠 확장 꿈꾸지요
문화콘텐츠 확장 꿈꾸지요
  • 이동근
  • 승인 2013.12.0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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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벽화작업ㆍ공동 화장실 조성 등 생기 불어넣기
▲ 청년 기업 아코아 팀과 학장동 마을주민들이 함께 한 벽화 그리기. 맨앞 김종흠 대표.
 아코아(ACOA) 는 부산의 산복도로 낙후지역, 부산을 넘어서 경남, 경북, 전라도 등 낙후된 마을에 벽화작업 및 마을공동화장실 조성, 물탱크를 재활용한 설치미술, 옥상을 재활용해 물탱크 텃밭 시범사업, 미술계의 원로작가들과 신인작가들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작가들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등을 만들어내는 청년 사회적기업이다. 다양한 마을 재생활동가 및 청년작가들과 함께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스토리텔링 달력을 제작해 화제를 모은 기업이기도 하다.

 김종흠 대표를 만나기로 약속한 지난 11월 28일은 부산에 한파가 시작된다고 보도된 날이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아코아 팀` 과 부산 학장동 새밭마을의 `마을주민들`에게 그림수업도 하고 함께 트릭아트 및 벽화작업을 한다고 했다. 한파로 인해 두텁게 옷을 껴입고 밖을 나섰지만,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러 들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골목에 그림이 그려지고 낙후된 도시의 변두리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마을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주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아주머니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쁘게 그려진 그림들이 있는 담벼락 아래, 학장동 마을주민들과 젊은 청춘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필자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의 골목을 누비며 벽화를 그리는 아티스트들을 만나왔지만 단 한번도 마을주민들과 함께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아티스트와 주민들이 함께 하는 벽화작업이 이루어지는 광경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 모습이 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할 수 있었다.

 `벽화로 인해서 우리 마을에 생기가 넘치고, 우리 아이들 스스로가 내가 사는 마을이 제일 예쁘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깊은 애정이 깃든 마을에 어느 순간부터 `재개발`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벽화작업이 끝이나고, 드디어 김종흠 대표와 아코아 팀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추운 날씨를 온몸으로 견디며 작업을 마친 후에도, 그들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주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필자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그들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부럽기까지 했다.

 "벽화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작가들과 시민들을 위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들도 많이 구상하고 있어요. 미술계의 원로작가들과 이제 꽃을 피우려 하는 신인작가들도 발굴하고 그들이 서로 `멘토`처럼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발점이 얼마전 부산진역사에서 시행한 `책을 그리다` 라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힘은 미약하지만 아티스트들이 힘을 합쳐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며 저희들에게는 콜라보레이션처럼 작품에도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는 평범한 작가는 아니었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현실화시켜 나갈 수 있는 추진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팀이 쌓아온 다양한 활동 등은 쉽게 만들어낸 것도 아니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그였기에 다양한 작가들이 그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어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코아가 항상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팀의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작가들에게 그는 항상 미안함과 감사함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는 개인으로 보자면, 정말 미약한 재능을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를 믿고 함께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제 팀원들 점바치 프로덕션의 이상민 대표와 강은혜 작가, 안수진 작가,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팀을 뒷받침해 주는 김차온 선생님을 생각하면 저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움을 청할 때는 그것이 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 줄도 알아야 나중에 제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절실한지도 알 수 있을테니까요." 그의 말에는 확고한 결의가 느껴졌다.

 "그동안 제가 도움을 받은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닮고 싶은 한 분 꼽으라고 한다면 비영리민간단체를 운영하시는 인사이트 영의 안효득 대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관계를 떠나 제가 좋아하는 형이기도 합니다. 부산의 수많은 사회적기업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시기도 하고, 멘토 역할도 해주시기도 하지요. 그분을 존경하게 된 것은 많은 일들도 있었지만, 그 대상이 누구더라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당당함을 옆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코아는 위기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안효득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그는 단 한마디 말을 해줬다.

 "지금 네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는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항상 쉬운 선택보다는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 더 정답이었던 것 같다."

 그가 던진 이 한마디의 말에 김 대표는 "지금까지 아코아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팀을 계속 꾸려온 계기가 된 것"이라 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일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숨겨진 원석 같은 `작가`들을 끊임없이 발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모든 과정들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우리는 이 자리에 앉아 지금의 시간을 만들어 서로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코아(ACOA) 김종흠 대표는 오랜 만에 만난 동지애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의 단호한 한마디에 필자 역시 많은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누구에게나 `목적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부산을 뛰어넘어 경남권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잡혀있다고 한다. 그가 그리는 벽화와 설치미술뿐 아니라 문화콘텐츠가 우리 시민들이 즐길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흠 대표와의 인터뷰가 끝난 시간은 저녁 9시였다. 매섭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동안 그와의 대화를 몇 번이나 곱씹으며 필자는 또 한 명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든든함에 기분 좋은 인터뷰를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당신은 `청춘`을 무엇이라고 단정 짓겠는가?"

디자인ㆍ전시 기획 `ACOA`
070-7539-2856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5동 252-1386 1층 아코아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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