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32 (수)
추락하는 `밤의 단체장`
추락하는 `밤의 단체장`
  • 박재근
  • 승인 2013.12.08 20: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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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 본사 전무이사
 민선 5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단체장 전횡이 속속 드러나고 공직사회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적과 내부 공무원의 제보 및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20년이란 민선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런 견제 없이 예산ㆍ인사권을 거머쥐고 황제처럼 군림하는 일부 단체장의 전횡이 막판에 곪아 터지면서 모든 게 발가벗겨지고 있다.

 각종 위원회를 통해 적법인양 특정업체에게 이권을 준 교묘한 사안도 속속 드러나고 나고 있다. 또 공무원들 사이에는 `사3 서5` 또는 `사5 서7`이란 아리송한 말이 떠돈다. 해독이 어려울 것 같지만 별게 아니다. 6급 주사에서 5급 사무관으로,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려면 해당 공무원이 단체장에게 바치는 뇌물 액수를 일컫는 말이다.

 잊힐 만하면 비리가 터져 소문으로만 흘려들을 수 없고 액수도 민선 이전 때 나돌았든 사무관 승진 때의 1천만~2천만 원에 비해 놀랄 정도로 커졌다. 인사비리는 개발ㆍ인허가 관련 특혜나 금품 수수 행각도 여전하다는 증좌다. 따라서 이 같은 `비리의 물길`로 공직사회의 기강은 무너지고 있다. 머니게임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은 부도덕함이 그 원인이지만 선거법과 풍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민선 단체장 비리가 꼬리를 무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다.

 선거비용에 공천까지 겹쳐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초부터 뇌물 수수의 유혹에 허덕이고 결국 수렁에 빠진다. 공천이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영ㆍ호남 등 특정 정당 텃밭의 시장 군수 무덤이 늘어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도내 A시의 공무원은 "단체장 한번 하려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등에 대한 로비 비용, 특별당비에 선거 비용까지, 법정 선거비보다 2~3배는 더 들 텐데 그걸 어디서 구하겠느냐"며 "선거에 거액을 쏟아 부어 한 푼이 아쉬운 단체장이 인허가, 관급공사, 승진 인사 등 가릴 게 뭐가 있겠느냐"고 귀띔했다. 단체장의 측근이 나서 이 같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에서도 단체장의 측근이 누구이고 행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두고 "밤의 시장, 군수"란 비유적으로 회자될 정도다.

 이런 판에 한동주 서귀포 시장의 `제주도지사의 시장 자리 보장` 발언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발언의 위법 여부는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방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불거졌던 `매관매직`과 `줄서기`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참으로 개탄스럽다.

 그는 재경 모 고교의 송년모임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나에게 시장을 더하라고 했다"며 우 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어 시청 내의 모 고교출신 공무원의 인사와 지역 내 사업자의 계약에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선출직 도지사가 기초단체장인 제주와 서귀포 시장을 임명한다.

 이 발언은 내년 6월 4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정치권 줄서기 등 탈ㆍ불법 행위가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을 개연성을 확인시키는 사례다.

 이 같은 줄서기는 경남도내 시군이라고 다를 바 없다. 선거 때면 고민이라는 도내 B군의 공무원은 "선거중립이란 말뿐이다"며 "중립은 바로 적(?)으로 간주되기 일쑤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거캠프에 줄을 대는 등 보험(?)을 드는 게 다반사고 줄서기를 않은 경우 승진은커녕, 별 볼일 없는 보직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따라서 금품수수와 청탁 등으로 당선된 단체장은 그 보답으로 임기 내내 정실 인사와 이권 혜택 등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2006년 선출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92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돼 37명이 중도 하차했다. 민선 5기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12년간 103곳에서 단체장 재ㆍ보궐선거로 혈세 580억여 원을 쏟아 부었다. 단체장 비리는 지역을 불문하고 오십보백보란 말이 있다.

 내년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시장, 군수의 무덤이 늘어나는 이유부터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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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정길 2013-12-22 18:42:29
지역 국회의원들 황제자리 돈자리 내놓고 공천잡음 없도록하라...
비리공천으로 세누리당 입지가 헌들리다오...
공천 받은자보다 안받은자가 표가많으면 분명 공천이 잘못된거이다.
마산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 인데 택도아닌 공천으로 하여 반대표 이탈이많이생긴다...

서 정길 2013-12-22 18:41:13
지역 국회의원들 황제자리 돈자리 내놓고 공천잡음 없도록하라...
비리공천으로 세누리당 입지가 헌들리다오...
공천 받은자보다 안받은자가 표가많으면 분명 공천이 잘못된거이다.
마산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 인데 택도아닌 공천으로 하여 반대표 이탈이많이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