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59 (금)
중년 여성, 허리통증 방치 땐 ‘꼬부랑 할머니’
중년 여성, 허리통증 방치 땐 ‘꼬부랑 할머니’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12.30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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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 변성 후만증’
▲ MH우리병원 손병길 부원장이 환자에게 척추이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원인
오랜 시간 쪼그려 일하다 보면 근육 약화로 발생

치료
근육 강화 효과 없어 병 진행 막는 데 불과 수술ㆍ조기치료 중요

 ’요부 변성 후만증’은 생소한 병명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병이다. 요부란 허리를 말하고, 변성이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를 의미한다. 후만증이란 척추가 구부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요부 변성 후만증이란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구부정하게 굽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60대 후반이나 70대 이후에 허리가 굽는데 이를 ‘노인성 후만증’이라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병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는 노화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부 변성 후만증은 아직 허리가 굽을 나이가 아닌 40~60대 사회적인 활동력이 왕성한 중년의 나이에 허리가 굽는 특이한 병이다.

 더 특이한 것은 이 병에 걸린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의자생활을 주로하는 서양권에서는 거의 사례가 없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고 생활하는 동양권에서만 발견되는 병이다. 발생 빈도에 있어 ‘요부 변성 후만증’ 만큼 동ㆍ서양의 지역차이를 나는 병은 별로 없다. 한마디로 이 질환은 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허리 굽는 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증상

최근 척추의 기능에 있어서 ‘허리 전만곡’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요부 변성 후만증에서는 척추의 기능에 가장 중요한 허리의 전만곡이 소실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요부 변성 후만증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은 아주 특징적이어서 한번만 봐도 잘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다.

 증상 네 가지.

 1. 평지는 그나마 걸을 수 있는데 언덕이나 계단, 산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 허리가 구부정해지면서 몸이 앞으로 굽어지고, 앞으로 굽어지는 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한다.

 3.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몸이 앞으로 굽기 때문에 한쪽 팔꿈치를 싱크대에 받치고 다른 손으로 접시를 닦는다. 대부분 환자의 팔꿈치에 굳은살이 박혀 있다.

 4. 허리가 앞으로 굽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몸 앞쪽에서는 잘 들지 못한다. 대부분 환자군이 중년 이후 여성이기 때문에 요통이 있는 환자들도 많고 다리가 저린 환자도 꽤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이 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아니다.

-원인

신경외과 내에서 척추분야의 연구는 척추뼈, 디스크 등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지만 근육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허리근육의 문제로 허리의 심각한 병이 생긴다는 사실은 최근까지 잘 몰랐다. 허리 근육 문제로 생기는 병이 요부 변성 후만증이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과 같아 그 기둥이 똑바로 서려면 척추를 지탱해주는 앞쪽 근육과 뒤쪽 근육이 비슷한 힘으로 유지가 돼야 한다. 근육에는 크게 허리를 굽혀주는 허리 앞쪽의 복근과 허리를 펴주고 뒤로 젖혀주는 허리 뒤쪽의 신전근 두 종류가 있다. 이 두 근육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척추가 바로 설 수 있다.

 엎드려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 뒤쪽 근육이 늘어진 상태로 약화돼 고착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허리를 바로 펼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머리와 가슴부위를 뒤로 젖혀서 걷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보상작용도 시간이 가면서 피로감이 쌓이게 되면 다시 몸이 앞으로 구부정해지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게 된다. 반복적인 자세가 원인된 이 질환은 시간이 갈수록 근육의 약화 정도가 심해지면서 결국에는 그 기능이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요부 변성 후만증은 허리를 지지해주는 두 종류의 근육 가운데 신전근이 위축되고 약해져서 생기는 병이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게 되면 허리를 펴주고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돼 신전근이 위축되고 약화된다. 수십 년간 쪼그리고 앉아서 밭일을 한 사람들은 허리를 앞으로 굽혀주는 복근은 정상이지만 신전근이 거의 망가져 허리가 점점 앞으로 굽게 된다고 보면 된다.

-진단

 네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알면 진단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진단하기가 어렵다.

 네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척추 측면 X-선 검사상 정상인과 반대인 S자 모양의 척추를 보이면 요부 변성 후만증으로 진단한다.

 -치료

요부 변성 후만증 치료는 비수술적인 치료와 수술적인 치료로 나눈다. 비수술적인 치료는 허리 신전근을 강화시키는 체조를 통해 허리가 더 이상 앞으로 굽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신전근이 많이 망가져 있기 때문에 근육 강화 체조로는 별로 효과가 없다.

 단지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몸이 앞으로 굽는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수술 이외에는 증상을 호전시킬 방법이 없다. 그러나 너무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 부담이 큰 수술이다. 또한 수술받은 환자의 15% 정도는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 대상 환자 선정에 아주 신중해야 한다.

 -예방

이 병을 예방하려면,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또 부득이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 최소한 20분에 한 번은 허리를 쭉 펴고 뒤로 젖혀주는 체조(스트레칭)를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허리 부위가 심하게 끊어질 듯 자주 아프고 허리 펴기가 힘들면 그대로 두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운동치료와 재활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진행이 되면 아주 큰 수술까지 넘어갈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질환과 비교

1. 요부 변성 후만증 환자를 MRI 검사하면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견들은 부수적인 것이며 장애의 주된 원인은 허리 전만곡(허리 부위가 배 쪽으로 볼록한 만곡을 취하는 것)의 소실이다.

 2. 노인성 후만증을 요부 변성 후만증으로 오진해 구부러진 척추를 수술로 펴주더라도 곧 다시 구부러진다.

 3. 파킨슨병은 전신질환으로 비교적 흔히 보는 병이다. 파킨슨병 환자들 가운데 허리가 앞으로 구부정해지면서 보행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파킨슨병을 요부 변성 후만증으로 오인해 수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움말 : MH우리병원 신경외과
  손병길 부원장
 MH우리병원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5 (055-220-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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