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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도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1.05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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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 본사 전무이사
갑오(甲午)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굳이 새해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우리의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밑인 2013년 12월 31일, 희망의 갑오년을 기대했건만 경남은행은 도민의 품을 떠나야 할 처지이다.

 이날은 경남의 금융주권을 뺏긴 경치일(慶恥日)과 다를 바 없고 경남도민들의 실망, 상실감,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같은 사태에도 강 건너 불구경한 정치권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경남의 1%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떵떵거리며 그들을 위한 훈수를 두고 향유했을 뿐 경남의 현안에 대해 발 벗고 적극 나선 적이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경남은행 사태에 앞서 경남은 로스쿨 없는 광역도시로 전락했다. 이는 부산권역의 들러리이기 때문이다. 또 해양경찰청은 김해이전이 확정된 후 빼앗겼다.

 이어 남강댐 물 문제, 신공항 문제, 항만 문제 등 부산현안에 대해서는 부산의 일방적 주장만 요구, 경남도민의 염장만 지를 뿐이다. 과학벨트, 의료복합단지, 개발특구 등 경남의 우월성에도 배제됐다.

 또 부산시는 경남의 땅도 자주 넘본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금 바다`인 김해(金海)시는 현재 부산시 강서구인 바다를 빼앗겨 지명마저 모양새가 아니다.

 이런 배경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도내 18개 시ㆍ군과 이합집산인 정치권, 사회주도세력의 적극성 결여 등에다 부산 지역 신문의 경남출입에 따른 부산세력화 등도 한 요인이다.

 문제는 이들 부산 지역신문은 경남도내 기관에 출입하지만 경남도내에서 발행되는 신문사는 부산시 출입이 제한 당하는데 있다. 경남에서 발행되는 언론사의 부산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부산 지역 신문사들의 경남도내 기관출입(기자실)은 제한돼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이 같이 경남은 각종 현안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도 없이 소외당하고 있다. 그저 시늉뿐, 눈여겨보고 제대로 챙겨주는 이도 없다. 경남은행은 지난 1970년 정부의 `1도(道) 1행(行) 주의` 원칙에 따라 지역자본으로 출범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되찾지 못한 채 부산소재 BS금융이 차지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남도민들은 "경남의 금융주권이 뺏긴 상태여서 도민들의 허탈감이 어디에서 폭발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인 것 같다"고 말한다.

 경남은행의 경우, 당시 정부가 한 일이라곤 경남은행에 공적자금 3천528억 원을 지원했을 뿐이다. 이 가운데 94.5%인 3천333억 원을 상환, 잔액은 겨우 195억 원뿐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도민의 땀으로 키운 경남은행을 환원해 주지 않은 채 공적자금 잔액기준으로 70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기는 `돈놀이`를 했다.

 하지만 경남도민들은 돼지 저금통을 깨면서까지 정부의 공적자금과 맞먹는 2천500억 원을 투입, `경남은행을 살리기 위한 유상증자 운동`에 나섰다. 1998년 당시, 주가는 1천500원이었지만 액면가격인 5천원에 증자했다. 그 결과 2000년 12월, 재산손실(5천원→ 211원으로)로 이어진 `도민의 힘`으로 새로운 경남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경남은행 회생은 경남도민의 몫인데 그 과실만 정부가 챙기려는 것에서 경남도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그래서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물론 BS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 인수자로 BS금융이 확정되는 수순에 돌입했다지만 그 과정이 험난해 미지수다.

 경은인수위와 노조는 6개월이란 남은기간 중 경남도민들과 함께 선정과정에 대한 법률적 대응, 금고 해지ㆍ거래 중지ㆍ파업 불사ㆍ조세특례법 저지 등 범 도민 저지운동 등 나설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만약, 최종 인수자로 BS금융이 확정될 경우 타 지역은행이 된 경남은행은 `승자의 독배`가 될 것임을 경고했다.

 갑오(甲午)년이 밝았지만 경남은 뿌연 안개속이다. 120년 전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1894년 2월 갑오농민운동, 같은 해 7월의 갑오경장 등 2주갑을 맞는 120년 전 갑오년 이후, 조선의 운명을 뒤흔든 중요한 계기였듯이 경남도민은 개혁을 요구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찮다.

 `로마의 이야기`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의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변방인 경남도민이 변화를 이끌도록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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