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8:12 (화)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
  • 이동근
  • 승인 2014.01.12 2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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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록 모인 작은 박물관
그 시절 추억ㆍ감동ㆍ희열, 책에 고스란히 담겨

 헌책이 쌓여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책방 골목에 들어서니, 교과서 외에 묵직하게 가방안에 채워질 문제집과 참고서가 필요해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사춘기를 앓던 호기심 왕성한 소년들은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팔려나온 깨끗한 참고서 보다 책방 안쪽에 숨은그림찾기처럼 감춰진 외설잡지에 관심이 더 있었을지도 모를일이다.

 주인아저씨에게 들키지 않게 책방 깊숙한 곳으로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레 잡지를 넘겨보며 그들만의 비밀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더 왕성해지는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다섯 명의 소년들에게 그 잡지를 당당하게 살수 있는 용기는 없었던 모양이다.

 책에 쓰여진 깊은 의미보다 책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그 공간에 깃들어있는 이야기가 소중할 때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생각하면 애틋한 그런 장소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에 닿으면 지금은 절판된 다양한 책들이 있다.
 그곳에 닿으면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책이 가진 특유의 향기가 난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만이 알고 있기엔 아까운 생각들을 표출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느 작가의 책을 읽으며 어떤 것에서도 느끼지 못한 상상력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함일런지도 모른다. 흰 여백을 그만의 글귀로 꼼꼼하게 채우고 있는 종이를 넘겨 가며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 공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며 마치 글귀에 적혀있는 비련의 주인공이 나인 것만 같다. 그래서 책을 섣불리 덮을 수가 없다.

 또 어떤 책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금방이라도 울릴 듯한 문장 하나라도 발견하면 가슴이 저릿해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때의 희열을 결코 잊지 못한다.

 헌책방 골목은 그런 기분들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드는 장소다.

 이제는 흔하게 볼수 없는 헌책방들이 골목을 사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춰지고, 어느 책방에나 들어가 계획에 없던 오래된 책 한 권을 손안에 집어 들고 페이지를 넘겨가며 감동하기도 한다. 언제쯤 출간이 된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서’들이 쌓여있다.

 우연히 펼쳐든 책 한 권 목차가 시작되기 전의 빈 여백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심하며 골랐을 글귀가 보인다.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 빈 여백에는 선물할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며 고른 책이기에 헌책방까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이 마음이 쓰이지만, 그런 책은 주저 없이 사게 된다.

 그 책을 내가 손에 쥐게 되는 순간 난 이미 책을 고르고 있던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선물 받으며 고마워 했을 남자의 마음도 느껴진다.

 헌책방은 단순히 오래된 책이 모여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기록이 모여 있는 작은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책은 책장을 넘길 때의 그 아련한 소리와 책에 베어있는 잉크 냄새까지 모두 향기롭다.

 세월이 흘러 누렇게 변해버린 책의 내음은 더 달콤하기까지 하다.

 헌책방 골목을 꼭 걸어보길 바란다. 책방 안으로 들어서면 당신이 있고 있던 책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를지 모를일이다. 딱히 떠오르는 책이 없다면 장르별로 나열돼 있는 책들의 제목을 읽어보라. 그리고 거기서 자신에게 와닿는 제목의 책을 꺼내서 펼쳐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문득 그 책을 선물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한 권 구매해 작은 엽서를 사서 책갈피 겸 마음이 담긴 문장을 남겨 책 중간에 끼워 선물로 건네 보길 바란다.

 당신의 진심이 들어간 엽서와 허름하게 낡은 책이더라도 진심을 담은 선물이니 받는 사람도 행복해 할 것이다.

 당신을 향한 기억은 나의 삶과 대등하게 존재한다.

 그 기억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적인 기록이다.

 그런 이유로 ‘당신의 기억’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아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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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7 19:14:19
이동근 작가님이 쓰는 여행과 인터뷰에관한 기사 재미있게잘보고있습니다
이동근작가는 사진과글을함께 싣는걸로알고있는데 이번호에는사진이없는건가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