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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울산 야음동 신화마을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울산 야음동 신화마을
  • 이동근
  • 승인 2014.01.19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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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깃든 자유로운 영혼
▲ 신화마을에 설치된 펭귄 조형물.
산동네 신화마을, 문화ㆍ벽화 마을로 탈바꿈

의미 없던 발걸음이 당신에게 닿으면

바람 같던 나의 마음도 그곳에 잠시 머물게 될까?

 월요일 오전이었다. 약간의 우울함과 차가운 바람이 나를 반겼다. 부산에서 울산까지의 거리는 한 시간 남짓, 버스에 몸을 싣고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 찾지 못한 그곳에 대해 미안했다.

 휴대폰을 만졌고 그 안에 담아놓은 추억들을 꺼내보았다.

 주소록에 새겨진 목록들도 살펴본다. 목포에 있는, 서울에 있는, 부산에 있는, 대전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 쉽게 전화 한 통 건네보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 돼버렸을 줄이야!! 사람 또한 아팠고, 공간 또한 아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을 것이며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서로의 생활에 바빴음에 연락 한 번, 발걸음 한 번, 익숙지 않았던 사실에도 미안했다.

 어느덧 머릿속에서 맴도는 풀리지 않는 생각들을 꺼내놓고 보니, 울산 공업탑에 도착했다.

 먼저 가야 할 곳을 생각했다. 2년 전에도 이곳은 그대로였던 것 같은데 어쩐지 새로운 곳에 닿은 느낌이었다.

 선암호수공원으로 이동했다. 나뭇잎이 퇴색하고, 바람이 서늘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브랜디 칼라일의 ‘The Story’로 마음을 채웠다. 주머니에 양손을 양보했다.

 오늘은 사진을 많이 찍어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눈으로 많은 것들을 기억하기로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여행을 떠날 때, 채워지지 않던 마음 한자리 채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하지 않게 됐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여행자라고 할 수 있었다.

 비가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날씨는 마음먹고 떠난 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었기에 아쉬운 마음은 잠시 묻어두기로 한다.

▲ 담벼락 사이로 갖가지 테마들로 그림이 그려진 신화마을.
 ○ 낯선 사람, 낯선 공간, 낯선 시선 ‘울산 야음동 신화마을’

 1960년대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며 이주해온 사람들이 살던 울산의 대표적인 산동네는 지난 201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거치며 시간이 멈춰버린 듯 현재를 살아가는 이곳은 문화마을, 벽화마을로 탈바꿈됐다.

 고래의 이야기가 담긴 벽화가 그림으로 스토리텔링이 돼 고래에 대한 신화(神話)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뜻은 정말 정감있게도 ‘새로 정착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살자’는 의미를 가진 신화(新和)마을이다.

 마을의 입구에 닿으면 지붕 없는 미술관이 다양한 마을 조형물들과 테마가 나뉘어진 파스텔톤 벽화들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얼마 전 영화 ‘친구2’의 촬영지가 됐던 곳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을 준비 중이다.

 첫 번째 골목부터 고래 그림이 반긴다. 고개를 올라가며 길 좌우에 신화의 골목, 꽃의 골목, 고래의 골목 등 다양한 색이 조화를 이룬 그림들과 조형물들이 이어진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예술인촌에 상주하고 있는 해설사에게 해설을 부탁해도 좋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무료 해설(월요일 제외)을 한다.

 항상 어느 곳에 가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땐 주말보다는 평일에 많이 움직인다.

 프리랜서 작가라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 공원에서 손을 잡고 여유를 즐기는 커플.
 외로울 땐 수많은 사람이 있는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위로가 찾아올 때도 있지만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을 땐 사람이 드문 시간,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스스로 찾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마을에는 차만 세워져 있을 뿐, 마을 사람들조차 추운 날씨 때문이지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는 100가지 방법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는 100가지 이유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사랑에 대한 후유증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남루한 삶을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저 할 수 있는 것이 떠나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바다로 갈는지, 산으로 갈는지 아니면 필자처럼 골목에 깃들던지 그 선택 또한 오로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지금까지 흘러온 우리의 삶 중에 자신이 결정하지 못했던 불가항력이 함께 했다면 여행에서만큼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볼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지.

 당신에게 하루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그 여행에서 당신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 없어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그 순간 너무나 자유로운 여행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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