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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소리길 다녀와서
가야산 소리길 다녀와서
  • 정창훈
  • 승인 2014.02.26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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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행정학 박사
 주말이면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 산악회 버스들로 대만원이다. 산악회에서 등산을 간다고 하면 나름의 명산을 찾아 4-5시간 걸리는 코스를 주로 선택한다. 대부분 어느 정도의 난코스가 있는 산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이번 금누리 산악회의 두 번째 산행은 “가야산 소리길 탐방”이었다.

 소리길의 의미는 우주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이며, 언어적으로는 나의 가족, 사회, 민족이 화합하는 소통의 길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해가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세월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말 가는 내내 눈도 눈이지만 귀가 즐거운 탐방길이었다.

 가야산 소리길은 소리와 숲길을 따라 떠나는 1구간의 홍류동 계곡을 중심으로 2011년 9월 23일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 개막과 함께‘소리(蘇利)길’ 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탄생을 시작한다.

 필자도 길 따라, 바람 따라, 금누리산악회 따라 이곳에 왔다. 오늘 하루를 가야산에 몸을 맡기고, 산악회와 함께한 하루였다. 등산을 가면 정상을 올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소리길 탐방은 등산의 난이도로 봐서는 초급수준이라고 하니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둘레길은 수도권에 서울 성곽순례길, 한강길, 강화 나들길과 북한산 둘레길이 있다. 경상권에는 해운대 달맞이 길, 이기대 해안산책로, 영주 소백산 자락길, 울산 금강소나무 숲길, 대구 올레길, 울산 솔마루 길과 무학산 오솔길이 있다.

 “택리지에서 이중환 선생은 가야산은 태백과 소백을 떠나 있으면서도, 높고 수려해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영험함을 지닌 명산이라 일컬었다. 또 경상도에는 돌산이 없는데, 오직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같이 힘차고, 공중에 따로 솟은 듯이 극히 높고 빼어나다고 말하였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가야산의 웅장한 기운을 예찬한 것이다” 이곳 가야산에는 해인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15개의 암자가 있다. 가야산은 예부터 산이 반이요, 절이 반이라 표현될 만큼 사찰과 암자가 많은 곳이다. 해인사를 중심으로 15개의 암자에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 국보52호 장경판전, 국보266호 청량사 삼층석탑 등 다양한 보물과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한 시간 가량을 합천해인사 경내를 탐방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야산 소리길 걷기에 나섰다.

 가야산의 깊은 골짜기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지만 제법 따뜻한 날씨가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렸다. 가야산 입구에서 해인사 통제소까지 6km 거리에 2시간 코스로 이어지는 소리길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한 친환경적 테마로드로 조성된 가장 한국적인 명품길이다. 논두렁을 낀 들길을 시작으로 이어진 황토길에서 가을걷이가 끝나고 혹독한 겨울을 보낸 논을 가로질러 달렸다. 곳곳에 벌써부터 쑥을 캐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때는 간간히 지나치는 부부들, 가족들, 친구들의 정다운 고향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노송으로 우거진 숲길과 기암괴석의 바위 사이를 데크로 설치가 되어 있었다.

 마음열기로 시작하여 각 구간별로 돌아보는 길, 함께 가는 길, 침묵의 길, 명상의 길이 있다. 또한 곳곳에 전망대와 구름다리를 마련하여 천년의 역사와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낸 아름다운 계곡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어서 중간 중간 삼삼오오 모여 사진으로 추억을 만들었다.

 여러 번 산악마라톤대회까지 참여해 본 경험이 있어서 소리길 걷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였는데 산이 주는 의미는 형언할 수 없는 위대함이었다. 산을 달릴 때는 산만 보았는데, 이번 소리길 탐방에서는 나 자신의 모습과 내면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창조적인 정신과 건전한 생각을 늘 잊지 않고 생활했다. 하루는 한 제자가 물었다. “맑은 정신으로 지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괴테가 대답했다. “산책을 즐기기 때문이라네. 산책은 육체보다 정신에 많은 도움이 된다네. 산책은 천천히 걸어야 해. 그리고 주위의 모든 사물을 사랑스럽게 보고 관심있게 보면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게 되지. 그래서 산책은 사고를 넓혀주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네” 가야산 소리길에서 봄을 맞이한 금누리산악회의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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