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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불가리아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불가리아
  • 도용복
  • 승인 2014.03.0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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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속 진주 ‘장수의 나라’
▲ 알렉산더 네프스키 교회. 터키와의 해방전쟁에서 죽은 2만여 명의 러시아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고색창연한 교회 눈길… 주식 ‘요구르트’ 건강 비결

 동유럽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다.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듯한 중세풍의 건물들과 촘촘히 박혀있는 자갈길은 한층 운치를 더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동유럽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파리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서 갔지만 2006년 말부터는 체코 프라하로 가는 항공편이 생겨서 한결 여행하기가 쉬워졌다. 장시간 비행 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하자 비행기의 매끄럽지 못한 운항으로 몹시 불안해하던 승객들의 ‘무사도착’ 박수가 터져 나온다.

 소피아 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출구로 나오니 초라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적하다.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도 변변찮다. 센트럴 광장에 당도하니 불빛도 카페도 옛 터키 문화의 흔적들이 보인다.

 유럽 남동부 발칸 반도에서 흑해를 끼고 있는 나라 불가리아 공화국(Republic of Bulgaria). 수도는 소피아, 북쪽 국경의 대부분을 흐르는 도나우 강이 루마니아와 경계를 이룬다.

 흑해의 해안선이 동쪽 경계가 되며,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터키, 서쪽으로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및 마케도니아와 접해 있는 나라 불가리아.

▲ 소피아 동상. 구 사회주의시대에 레닌동상이 있던 자리에 철거 후 소피아 동상을 세웠다.
 동유럽의 주요 도시와 마찬가지로 소피아 거리 곳곳에서 중세 왕가의 상징인 독수리 동상을 볼 수 있다. 불가리아의 구 사회주의시대 레닌동상이 있던 자리는 지혜의 여신 소피아의 동상으로 대체돼 있다. 오른손엔 월계관을 들고 있고 왼손엔 부엉이가 앉아 있으며 얼굴과 손, 발 등 피부를 드러낸 곳은 금칠을 해놓은 것이 이채롭다.

 현재의 체제를 갖추게 될 때까지 불가리아도 우리나라처럼 많은 외세의 침입을 받았다. 14세기 말부터 500여 년 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가 1878년에야 러시아의 도움으로 독립했다. 이후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독일의 편에 섰지만 전쟁 말기에 가서는 과거의 해방자였던 소련의 편으로 돌아서 동맹국인 독일과 싸웠었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를 갖추게 되기 전에도 농부들이 소규모 농장도 가지고 있었고 공업도 어느 정도 발전해서 동유럽에서는 번영하는 나라로 꼽혔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조용히 체제전환이 이뤄졌고 현 정부도 공산당 시절 간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로 체제전환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불가리아 사람들 대부분이 그리스정교를 믿는다. 중세 때 지어진 고색창연한 교회에서 마침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있어 지켜보았다. 경건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나자 아코디언과 북, 색소폰으로 구성된 악단이 신랑, 신부를 위한 연주를 시작하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며 꽃을 뿌린다.

 악단 중에 색소폰을 부는 뚱뚱한 연주자는 등에 한자로 ‘천하제일검’이라고 적혀진 빨간 옷을 입었는데 음악에 맞춰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품이 보통이 아니다.

 신랑은 처음에 정장에 넥타이를 맨 정숙한 모습이었으나 금방 넥타이도 풀어헤치고 하객들과 함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신랑과 신부, 하객들까지 모두 흥겹게 춤을 추며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 세인트 소피아 교회에서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신부들. 교회 내 벽화 그림들이 성스러움을 더한다.
 불가리아는 장수국가로도 유명하다. 인간이 가장 살기 좋은 고도가 해발 700~800m 정도인데 불가리아의 평균 고도가 딱 이 정도다. 평소 건강유지에 예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별장도 해발 820m 위치에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의 전설에 따르면 태초의 신이 여러 민족들에게 땅을 나눠 줄 때 불가리아인들을 잊고 빠뜨렸는데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천상의 낙원 일부를 잘라줘 아름다운 자연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장수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요구르트이다. 건강 발효식품 요구르트를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바로 불가리아다. 불가리아의 요구르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불가리아의 거의 모든 음식에 요구르트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소피아 시내를 조금 벗어난 거리에는 거리의 여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많이 붙는다. 말이 통하지 않아 보디랭귀지를 섞어 거부의 의사표시를 해도 손짓 발짓 다 해가며 노골적으로 계속 접근한다.

 민주화와 함께 불가리아를 덮친 자본주의의 도도한 격랑에 떠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길거리로 나온 여성들인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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