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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개인을 뛰어넘는 세상
개인정보가 개인을 뛰어넘는 세상
  • 최일림
  • 승인 2014.03.2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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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림 산청경찰서 수사과 경사
 정보의 시대답다. 지금은 어디나 정보가 흘러넘치는 세상이다. 이 말이 단순히 시대를 규정하는 학술적 의미라면 그다지 우리들 피부에 와 닿을 것 같지는 않겠지만, 사실 사소한 일상생활 일부만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이 전혀 우리와 동떨어진 말이 아님을 실감할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요즘 논쟁의 종결자는 스마트 폰 지식검색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우리 국민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일반사람들은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다. 언론매체에서는 시시때때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고, 이제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우리에게 익숙하리만치 흔한 범죄가 돼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구 오천만 남짓의 우리나라에서 단 일 건에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었다. 지금은 개인정보가 개인을 뛰어넘는 세상같다.

 그런데 또 하나, 이처럼 드러난 현상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겉으로만 개인정보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내심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내가 경찰관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많이 취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개인정보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는 부분은 그다지 차이가 날 것 같지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성의 바탕이 선한게 그 원인이지 않을까,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내가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근본이 착하다. 스스로가 상대방이 악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한, 그 사람을 선하게 본다. 그만큼 잘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보이스피싱이나 사기형 범죄가 끊이지 않는게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고소ㆍ고발이 많기로 이름난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범죄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의 일원이 선한 국민성을 말한다는게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그것은 개인정보에 대한 생각과 상호간의 믿음은 서로가 별개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 서로간에 믿음의 기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기초에서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은 우리 모두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 경찰은 개인정보 침해사범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 단속활동을 홍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의 단속은 경찰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할 일, 다만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나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종사자들, 그리고 국민 개개인 하나하나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을 더욱더 철저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는 그러한 것들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에 앞서 범죄수사나 치안행정에 따른 수많은 타인의 정보를 다루는 우리 경찰 스스로도, 국민의 감시 이전에 제일 먼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스스로의 감시자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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