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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라이 언덕과 바람의 언덕
로렐라이 언덕과 바람의 언덕
  • 박태홍
  • 승인 2014.04.01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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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경유, 독일 베를린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50년 전인 1964년 12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을 빌리기 위해 다녀왔던 길이였지만 목적은 달랐다.

 아버지는 돈을 구하기 위한 독일행이었다면 딸은 세계평화의 일환인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첫걸음을 독일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 관계에서 자기 나라의 정책이나 행동의 기반이 될 원칙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독트린 즉 통일독트린을 이곳 독일에서 세계만방에 공표한 것이다.

 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많다.

 개인의 사고에 의해 다소 차이를 보일진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일 하면 맥주,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자동차, 소시지, 간호사, 광부, 축구, 분데스리가, 베켄바우어, 뮐러, 차범근, 옥토버페스트 등을 꼽을 것이다.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북 5 도민들은 동ㆍ서독의 통일을 생각할 것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데스리가와 베켄바우어, 뮐러, 차범근 등을 생각할 것이다. 이는 개인 각자의 사고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자주 접하거나 오랫동안 생각했던 사연들이 있어서 일 것이다. 즉 맥주를 사랑하고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독일 맥주의 유명제품인 하이네켄과 버드와이즈 그리고 세계의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근데 필자는 엉뚱하게도 로렐라이 언덕을 잊지 못한다.

 독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로렐라이 언덕의 잘 더듬어지지 않은 삭막한 풍경 때문이다.

 필자가 중학교를 갓 들어간 1962년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노래를 음악 시간에 배웠다. 독일 시인 하이네(1797~1856)가 작사한 것을 질허(1789~1860)라는 유명 작곡가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중동음악 교과서에 실려 전파된 것이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 깊이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로 시작되는 이 노랫말은 독일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한다.

 이 전설에 의하면 로렐라이라고 하는 처녀가 사랑하는 애인으로부터 배신 당한 슬픔을 이기지 못해 라인강에 투신해 죽었다. 근데 이 여인의 훗날 물의 요정으로 변해 상고르하우젠 근처의 라인강 오른쪽 기슭 135m 높이로 솟아있는 바위 절벽에 나타나면서부터 이곳을 로렐라이 언덕으로 불리게 됐다는 전설이다.

 잘 만들어진 명곡 하나가 독일의 상고르 하우젠의 보잘 것 없는 바위 절벽이 있는 언덕을 세계의 관광명소로 각광받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삭막하기 짝이 없는 그런 보통의 언덕에 지나지 않은 것이 필자의 여행길에 목격,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 있기에 독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로렐라이 언덕의 보잘 것 없는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기대가 컸었던 만큼 실망 또한 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비해 거제 남부면 도장포를 끼고 있는 바람의 언덕은 어떠한가?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광과 주변 여건 등 모든 것을 갖춘 관광 명소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작은 포구를 감싸고 있는 이 언덕배기가 내뿜는 풍광은 아름답다 못해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를 살려 놓았다.

 또 이곳 인근에 위치한 외도와 해금강을 관광할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가 하면 여행에서 필요한 먹거리들을 파는 업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또 한 번 멈추게 한다.

 공용주차장에서 바람의 언덕 풍차가 있는 곳까지의 오솔길 또한 일품이다.

 잘 다듬어진 오솔길 양옆으로 동백 숲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멀리 구조라의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 또한 압권이다.

 이 바람의 언덕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SBS TV 드라마 ‘이브의 화원’, 2004년 MBC의 ‘회전목마’라는 연속극이 방영되면서 명실상부한 남해권의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때부터 시 당국은 이곳을 가꾸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작은 일부터 고쳐 나갔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요즘 하루 3천명 이상의 관광객이 거제도의 명소 지심도를 경유, 이곳을 다녀가고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몰려드는 관광객에 비해 협소한 주차시설과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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