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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김해 장군차
커피와 김해 장군차
  • 정창훈
  • 승인 2014.04.04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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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스스로 건강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봄을 맞이하는 몸과 마음이 제대로 적응이 안 되는지 자주 피곤함을 느껴 보약 한 재를 지었다. 보약을 받으면서 삼가야 할 음식에 술, 커피, 닭고기, 돼지고기가 적혀 있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매일 출근을 하며 제일 먼저 커피포트에 물을 팔팔 끓이고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갈수록 다양한 원두커피의 종류와 더욱 섬세하게 로스팅해 향기, 중후함, 산미, 향 그리고 마지막 끝 맛까지 새로워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 한 잔이 하루의 정량인데 그 한잔 마저도 제대로 다 마신 적이 없다. 그냥 커피를 마시면 멋있어 보여서일까.

 요즈음 어디를 가도 누굴 만나도 전화에서도 커피한잔 하자는 말이 기본적인 인사말이 되었다. 대형마트나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한 집 건너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피는 우리 생활 속에 빠르게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김해 장유에 있는 율하천을 따라 늘어선 카페거리는 커피거리나 다름이 없다. 커피는 단순히 기호음료라는 영역을 넘어 의사소통의 매개체, 네트워킹의 필수품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커피를 보약 먹는 동안에는 삼가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김해지역의 명차인 장군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동안 장군차나 녹차와 같은 전통차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복잡함이다. 인스턴트 커피나 티백, 음료상품 등은 다양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데 비해 전통차는 뭔가 구색을 갖추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차주전자와 찻잔, 거름망 등 갖춰야 할 도구들과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큰 편이다.

 김해는 철기문화의 중심인 금관가야의 도읍지로서 역사상 최초의 국제 혼인으로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혼례 시 가져온 봉차가 모태이다. 지금까지도 ‘다전로’ ‘다곡’ 등 지명이 현존하고 있다. 장군차라는 명칭은 대마도 정벌군이 김해 금강사에 주둔하고 있을 때 고려 충렬왕이 군사들을 사열하기 위해 김해에 들렀다가 자생하고 있는 산차나무의 맛을 보고 ‘장군(將軍)’이라는 칭호를 내렸다고 한다. 장군차의 모수(母樹)로는 자생군락지(김해시 동상동, 상동면)의 산다수(山茶樹)가 현존하고 있어 이를 지칭해 ‘장군차’라 하고 있다.

 김해시에서는 이 장군차를 1987년 향토사학자들이 군락지를 발굴하고 1999년부터 농가재배를 시작해 현재 연간 생산량 5t에 이르고 있다. 선진화된 고급제다 기술로 가공해 열탕인 100℃로 우려도 되며 이는 차의 풍미를 더욱 느끼게 한다.

 또한 들찔레 향기 같은 상큼한 차향이 마시고 난 뒤의 입안 그윽하게 느껴지며 달콤한 감칠맛 등 특유의 차 맛이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이 좋은 차로서 생산하고 있다.

 김해 장군차는 잎이 타원형이며 자생력이 강하고 녹차와 홍차로 가공하면 쓴 맛이 적고 담백해 지난 해 직접 차를 만들어 김해 도자기 축제에서 시음회를 가졌는데 시민들은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장군차의 효능으로는 당뇨의 예방과 진행 중에 좋고, 고혈압, 이뇨작용이 원활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빼주며 해독작용을 해준다고 하고, 차의 이런 독소 해소와 찌꺼기 배출로 인한 피부 개선효과와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전통적인 다도에 얽매이지 않고 머그컵이나 유리잔 등을 이용, 간편하고 손쉽게 전통차를 즐기는 방법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텀블러는 이동 중에도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커피열풍으로 커피메뉴의 대부분인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헤이즐넛의 고소하고 달고 화려한 커피음료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차의 담백한 맛은 떫거나 밋밋하다고 평가 절하되기 일쑤다. 건강에 좋고 영양이 풍부한 차의 장점을 알지만 선뜻 손으로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맥을 하고 건강을 염려한 한의원 권 원장은 보약을 먹으면서 삼가야 할 커피는 술과 같이 원래가 해로운 음식이므로 약 먹는 동안이라도 섭취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보약을 먹는 기간에 관계없이 건강에도 좋고 멋진 김해 장군차로 아침을 열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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