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48 (목)
선거철 불경기라니…
선거철 불경기라니…
  • 박태홍
  • 승인 2014.05.19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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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6ㆍ4 지방선거는 국가 대사다. 4년간 지방 정부를 이끌어 갈 수장과 의원들을 뽑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광역 기초단체장과 그 의원들의 권한은 막중하다. 단체장은 집행권을 의원들은 의결권으로 해당 기초 단체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도해상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정치권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할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의 조짐이 없다.

 투표일까지는 15일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도 후보끼리의 논쟁점도 없고 선거 바람도 일지 않으며 특이할 만한 유세현장도 없는 실정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쯤 됐을 때로 기억된다. 방과 후 상급생 형이 동네 조무래기들을 모집, 아이스케이크 공장 앞으로 집결시켰다. 조를 편성, 소달구지에 오른 동네 조무래기들에게는 이때부터 임무가 부여된다. 수레 맨 앞에 탄 어른이 외치는 구호를 앵무새처럼 따라 외치면 되는 것이다.

 "손가락도 다섯 개 발가락도 다섯 개 기호 5번 000" 소달구지를 타고 이 같은 구호를 어둑해질 때까지 목청이 터지라고 외치며 동네를 서너 바퀴 돌고 나면 우리들 손에는 아이스케이크 2개씩이 배당되는 것이다. 이게 1950년대 중반의 선거운동 실체다. 자료를 뒤적이고 기억을 되살려보니 아이스케이크 제조업을 하는 동네 유지가 제2대 진주시의회 의원으로 출마, 그 동네에 사는 우리들이 선거운동원으로 잠시 동원된 것이다.

 제2대 진주시의회 의원 선거일이 1956년 8월 8일이었으니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여름철 이 같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선거철이 되면 어렸을 때 들은 것인지 아니면 외친 것인지 알길 없는 선거구호들이 어렴풋이 기억나기도 한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턱도 없다 000" "묵고 보자 000" 등등 이곳 진주에 사는 65세 이상의 사람들이면 이 같은 구호를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그 당시의 선거는 구호 외침이 전부였나 보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구호들이 필자의 뇌리에 입력돼 있음을 봐서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그 당시의 선거 기간 동안은 축제였다 할 수 있다. 막걸리를 비롯한 먹거리가 풍성했고 비누와 치약, 고무신, 양은냄비 등 생활필수품을 운이 좋으면 몇 차례씩 챙겨 갈 수 있었다. 초등학생인 필자도 구호 몇 번 외치고 나면 아이스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동네 구멍가게, 세탁소 등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있는 업을 하는 사람들은 돌아다니는 현금 봉투가 짭짭한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한다. 때문에 지역에 돈이 돌아 내수 경기가 살아났고 배고팠던 시절 선거 기간에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빨랐고 새 시대, 새 사람을 갈망하는 눈초리도 빛이 났다. 한마디로 말하면 선거 기간 동안은 역동적이랄 수 있었다.

 선거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관계로 장사가 잘됐고 출마자들이 당선을 위해 돈을 푸니 지역 경기 활성화에 보탬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의 선거는 어떤가? 지난 시절 선거와는 정반대다. 여객선 침몰사고로 인한 국민 정서가 가라앉은 탓도 있겠지만 새로 생겨난 선거법 때문에 동창들끼리 밥 한 끼 먹는 것도 감시의 대상이고 보면 지역 경기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이번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한 도지사ㆍ교육감ㆍ시장ㆍ군수ㆍ도의원ㆍ시의원 등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은 어림잡아 5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도지사ㆍ교육감에 출마한 6명의 후보자들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은 약 100억 원. 개인당 17억 6천여만 원씩을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으니 이 같은 계산이 나온다. 그 외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70여 명의 후보가 많게는 2억 5천여만 원 적게는 1억 1천여만 원이고 도ㆍ시의원들은 선거구에 따라 4천여만 원에서 5천300만 원까지 쓸 수 있다. 이같이 많은 돈이 선거비용으로 지역에 풀리는데도 호황은커녕 지역 경기는 불경기다. 선거철 이전보다 지역 경기가 못하다는 게 중ㆍ소상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렇다면 짧은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사용하는 선거비용은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나라 선거법은 선거가 한 번 끝날 때마다 바뀌어 왔다. 출마 후보자들 캠프에서도 선거법에 대한 질의를 선관위에 계속한다는 것이다. 선거철 돈 봉투가 사라진 지는 오래다. 이웃끼리 밥 한 끼 먹기도 쉽지 않다. 선관위의 단속도 단속이겠지만 밥한 끼 얻어먹고 많은 벌금을 낸 사례를 보고 들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의 선거는 맑고 밝아 투명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출마 후보자들이 사용하는 그 많은 선거비용은 어디에 쓰여지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나이 든 국민들 중에 막걸리 한 잔에 울고 웃을 수 있었던 지난 시절의 선거 즉 낭만적 선거 풍토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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