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41 (금)
`정피아` 척결 의지 있나
`정피아` 척결 의지 있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5.25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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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신한국 창조` `제 2건국`을 외쳐댄 것이 언젠가. 불과 20년도 안 된 일들이다. 이제는 국가개조론으로 들끓고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 후 드러난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1894년 갑오년, 동학혁명은 불법과 부정부패가 하늘을 찌르고 가렴주구가 극에 달했기에 자연스레 터져 나온 민심의 분노였다. 항산(恒産)을 침탈하다가 항심(恒心)을 잃은 꼴이다.

 그 근원이 관료와 위정자(爲政者)때문인데 세월호 참사 후 드러난 것도 이에 못지 않다. 관료마피아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은 게 정피아(정치+마피아)다.

 따라서 국가개조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국회의원, 그들 집단이 특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듯한 민심을 마냥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칠 일인데도 제몫 챙기기는 점입가경이다. 배지만 달면 200가지에 달한다는 특권에다 연금이란 게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땡전 한 푼 불입하지 않고 평생연금을 챙기는 것에 부정부패시민연합회 관계자가 금배지 단 "여의도 X"란 주장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또 거듭되는 세비인상에다 수당, 출판기념회, 후원금 등 돈은 넝굴째 굴러들어오고 공짜외유 등에다 지방선거 때면 돈과 연관된 이런저런 설도 나돈다.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그들부터 위선을 벗어던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 바꾸기를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를 진솔하고 깊이 있게 논의해 실행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옆구리를 슬쩍 건드려도 유도하는 힘, 이게 곧, 넛지(nudge)다. 하지만 옆구리를 찔러도 꿈쩍 않는 게 부패한 우리사회의 관료주의와 관경유착ㆍ정경유착의 네트워크다. 정권마다 부정부패 척결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부패상은 사회 어느 한 곳인들 청신(淸新)한 기풍이 감도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외쳤다. "탐학질하는 풍습이 노골화돼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부패한 조선후기 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經世遺表)`는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청렴은 덕의 원천이고 착함의 뿌리라고 했다. 청렴하고서 목민관 노릇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국민 등골 빼먹는 위정자들, 국민은 더욱 고달파지게 마련이다. 현실은 우울하기만 해 개혁의 시급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드러난 시스템 미작동을 혁파할 대안으로 평가되는 것이 `국가 대(大)개조론`이다. 먼저 관료 개혁과 비효율적인 행정조직 혁신이 절실하다는 데 공감이 크다. 이는 썩어 문드러진 마피아 문화가 거의 모든 부처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난 적폐에 대한 국가개조, 그것은 현재의 우리사회 전반적 상황이 깊고 넓은 불공정, 부패, 반칙 등 이런 것들이 정부와 지도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있다.

 이로 인한 분노와 좌절감이 대립과 갈등, 반목의 골을 깊게 한 것은 편법적인 기득권 지키기가 부른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결과는 갈수록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 돼가고 있다.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폐쇄사회`의 단면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정의의 실종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란 것이 현 사회라면 기대할 게 없다. 우리나라 20대 청년 10명 중 9명은 대한민국을 `불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말하듯, 왕후장상의 씨는 여전히 따로 있는 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도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꼭 만들어야겠다.

 국가개조론은 법과 원칙, 기본이 무너진 탓이다. 개조는 너무 깊고 넓어 꾸짖음과 서슬 퍼런 칼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처방도 반드시 곁들여야 한다.

 `관자(管子)`는 `근본을 가벼이 여기면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輕本傾國)`며 `근본과 말단이 분명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하다(本末昏迷社稷傾)`고 경책했다. 1970년 사상계에 발표된 당시, 부정부패를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비유한 오적(五賊)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슬픈 일이다.

 2014년 갑오년, 주말 등산길에 들린 식당주인, (불입도 않는)국회의원에게 "왜 연금을 주느냐"고 되묻는 그 울림이 커 아직도 귓전을 때린다.

 `政피아` 척결, 국회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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