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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來香(야래향)
夜來香(야래향)
  • 송종복
  • 승인 2014.06.17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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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夜:야 - 밤, 來:래 - 오다, 香:향 - 향기

 노래가사로 또는 꽃 이름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이 꽃은 밤에만 피어 향기를 뿌리고 낮에는 감추는 것으로 화류계의 여성들이 주로 애창하는 노래로 변절되고 있다.

 `야래향(夜來香)`을 일명 월하향(月下香), 월견초(月見草), 기생화(妓生花), 야향목(夜香木), 야향화(夜香花)라고 한다. 이 꽃은 밤에만 피기 때문에 달(月), 밤(夜) 자가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야래향(夜來香: 옐라이시앙), 호주에서는 나이트자스민(night scented jasmine)이라 한다. 야래향은 햇빛이 비칠 때면 꽃잎을 오므려 봉우리를 만들었다가, 밤이 되면 제 몸을 활짝 펼쳐 진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를 가득 뿜어낸다. 꽃은 낮에 다퉈 피는데 야래향은 무슨 일로 밤에만 피는 것일까. 전설에 박색(薄色) 여인의 한(恨)일듯 싶다. 남정(男丁)을 사로잡기 위해 향기의 침실을 꾸렸음인가. 땅거미와 더불어 피기 시작하다가 동이 트고 날이 밝기 시작하면 밤새 뿜던 향기를 거두고 꽃을 오므린다.

 `야래향의 노래`를 사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완벽한 가짜 중국인 이향란(李香蘭 1920∼)이란 이름으로 가수가 된 일본 여인 야마구치 요시코(山口淑子)가 부른 노래로써 영화의 주제곡이다. 그의 아버지는 러일전쟁(1904) 후 중국 만주에 정착한 친중파다. 아버지의 친구인 퇴역장군 이지춘은 야마구치 요시꼬를 양녀로 삼았고, 자신의 필명인 향란(香蘭)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을 세운 일본은 요시코가 13세(1933) 때 방송국 전속가수를 시켜 제국주의를 선전하기 시작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으켜 중국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영화를 선전도구로 이용했다. 이후 이향란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했다. 영화의 주제곡으로 `야래향` `소주야곡(蘇州夜曲)` 등을 불렸다. 이로 보면 이 `야래향`은 민족적 울분이 함축된 노래라고 본다.

 또한 전설에 의하면, 달빛 아래서만 사랑할 수 있었던 여인이 사랑을 시작한지 2년 만에 죽었다. 이 야래향도 2년 만에 시들어 간다는 것이 사랑과 모연한 인연이 되어 노래가사에도 종종 이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노래 이름은 `야래향` 즉 밤에 오는 향기라는 뜻으로 꽃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사에 `달 아래 꽃들은 모두 잠에 빠져 있는데 야래향 만이 홀로 향기를 퍼뜨리고 있네요. 꽃들이 꿈을 꾸며 야래향을 감싸 안고 입맞춤하지요. 난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르고 당신을 항상 사랑하고 있어요. 옐라이씨앙 옐라이씨앙`하며 부른다. 오뉴월 경 초저녁에 피어 어둠속에서 짙은 향기를 내뿜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향이 좋아 꽃 망태를 신혼부부 방에 넣어두기도 한다.

 필자가 2003년도 중국 산둥성 순경로(舜耕路)의 재정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 중국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에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 멜로디만큼은 `아리랑`만큼이나 익숙하게 귀에 들어왔다. 여기에 뒤질세라 당장 `아리랑`을 `컴퓨터`에서 불러와 강의 때마다 들러주니 인기가 대단했고, 마침 한류와 더불어 고별강의에 `아리랑`으로 이어지니 가슴이 뿌듯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의 제자들과 오가는 메일에 내 인생의 `옐라이시앙`과 `아리랑`이 합주곡이 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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