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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장맛 깃든 초밥ㆍ장어덮밥 일품
직접 만든 장맛 깃든 초밥ㆍ장어덮밥 일품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4.07.20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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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서성동 ‘삼대초밥’
▲ .‘삼대초밥’은 일반적으로 흔히 쓰는 간장이 아닌 독특하게 제조한 장을 사용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을 선보인다. 가격은 1만 5천원짜리 단품 식단에서부터 1인당 2만 원~9만 원짜리 특선 및 코스요리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67년 역사 비법ㆍ젊은 취향 어우러져 또 다른 맛 창출
다양한 음식 3만원짜리 인기… “전통ㆍ문화 느끼는 곳”

 흔히 맛볼 수 없는 걸쭉하면서도 짙은 향이 배인 장맛을 자랑하는 일식집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옛 분수로터리 인근에 자리 잡은 삼대초밥(대표 전봉준). 삼대째 이어오고 있는 이 식당은 일반적으로 흔히 쓰는 간장이 아닌 독특하게 제조한 장을 사용한다.

 직접 만든 간장을 5~6시간 약한 불에 달인 뒤 레몬, 다시마, 노란설탕, 청주, 미림 등을 넣고 다시 끓여내면 이 집만의 장이 탄생한다. 걸쭉하면서 깊고 은근한 향이 감돈다.

 이 집을 찾는 고객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일반 일식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집의 맛은 이 장맛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삼대초밥을 찾는 고객들은 실제 이 집만의 역사를 즐기기 위해 온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 집이 문을 연 때는 해방 직후인 1947년이다. 현 대표의 할아버지인 전선도 옹(작고)이 일본에서 건너와 문을 열었다. 어느덧 67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전 옹은 해방 전 일본인이 운영하던 마산의 요정에서 잔심부름을 하다 주방일을 배웠다고 한다. 워낙 성실히 일을 하자 요정의 여사장이 젊은 전씨를 오사카로 데려가 본격적인 일식 요리수업을 받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집만의 맛은 일본 오사카 음식의 전통과 맥이 닿아있다.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경상도 사람과 호불호가 비교적 분명한 오사카의 기질이 낳은 음식 맛을 접목해 다소 강하면서도 은근한 깊은 맛을 자랑한다.

▲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삼대초밥’을 경영하고 있는 전봉준 대표.
 현 전봉준(39) 대표는 할아버지에게 직접 전수받은 맛 비법에다 요즘 젊은 취향의 맛을 융합해 자신만의 또 다른 맛을 창출했다.

 이 집은 처음에는 간판도 없이 장사를 시작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골목초밥으로 불리게 됐다. 간판이 없다 보니 고객들 사이에서 ‘서성동 분수로터리 옆 골목에 있는 초밥집’으로 불리다가 어느새 ‘골목초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전원작 옹은 신발을 만들던 부산 국제상사에서 일을 하던 중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산호동에서 2대 초밥집을 운영하다 아버지의 가게로 와서 합류했다고 한다. 현 전봉준 대표는 1997년 54세로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23세 때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전 대표는 군 제대 후 요리학원을 다니며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요리를 전수받다 후쿠오카 벳푸의 한 호텔에서 연수도 받았다. 현재의 식단은 할아버지의 손맛에다 일본의 현대 일식 기법과 젊은 취향의 트렌드를 접목해 마련했다. 현재의 맛은 할아버지와 맥이 닿아있으나 새로운 맛이라고 한다.

 여타 일식집과 가장 다른 점은 초밥과 장어덮밥에서 나타난다. 이 집만의 장맛이 가장 극적으로 발휘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초밥에 사용하는 쌀도 햅쌀과 묵은쌀을 반반씩 섞어 밥의 찰기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해 냈다. 물론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한다.

 이 집은 문을 연 이후 마산 미식가들의 단골집이었다. 이 집 옆 옆집에 살았던 기자는 어린 시절의 이 집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마산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점심시간이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 당시 어른들의 말이 기억난다. 실제로 마산시청 공무원, MBC, 전화국, 어시장 상인들 등 당시 돈이나 힘께나 있다는 사람은 찾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전 대표는 “지금도 그때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노신사들이 즐겨 찾고 있다”면서 “가게만 3대가 아니라 손님도 3대가 함께 찾는 곳”이라고 자랑한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와 함께 와 마산의 역사를 들려주며 음식을 즐기는 역사와 문화의 장소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현재의 맛 절반은 고객이 창조한 것”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손맛과 다르다는 등의 조언이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이면서 전통과 창조가 조화된 같으면서도 다른 새로운 맛이라는 것이다. 전 대표는 “고객은 스승”이라고 한다.

 현재의 가게 모습은 태풍 매미 때 천장까지 침수당하는 피해를 입고 복구한 것이다. 처음보다 가게도 넓혀 쾌적하면서도 전통의 멋을 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값을 보면 더욱 식감을 자극 받는다. 1만 5천원짜리 단품 식단에서부터 1인당 2만 원~9만 원짜리 특선 및 코스요리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음식의 내용과 질에 비하면 싸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부담 없는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3만 원짜리 상의 경우 초밥과 생선회, 훈제연어샐러드, 왕새우버터플라이, 가자미구이, 한치 사시미물회, 튀김, 매운 닭볶음, 오코노미 야끼, 가지구이, 우엉무침, 우동, 알밥을 즐길 수 있다. 생선회로는 광어, 광어지느러미, 참치, 연어뱃살이 나온다.

 최고급 9만 원짜리 식단은 새로운 식단이 추가되면서 최고급 식재료를 쓴다. 밍크고래고기, 랍스터, 자연산 통생선회, 민물장어구이, 1등급 참치뱃살이 추가 제공된다.

 삼대초밥은 2012년 7월 창원시로부터 역사와 스토리,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착한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게 앞에는 착한가게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직원 2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계절에 따라 11~13명의 직원이 일을 할 만큼 성장한 삼대초밥은 5년 전부터 상품권(1만 원, 5만 원, 10만 원)도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이 미리 돈을 주고 특정한 손님이 오면 음식을 대접해줄 것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단골은 관공서, 기업체, 병원 관계자들이 많다. 주로 접대나 회식이고, 돌이나 회갑, 도시락 배달도 많다.

 전 대표는 고객의 사랑으로 성장한 만큼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사회봉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소년ㆍ소녀가장을 후원하고 있고, 자신이 사망할 때 국내외 불우한 청소년이 보험금을 수령하는 보험에도 가입해 놓고 있다. 유니세프 후원, 복지원 반찬 배달봉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방송국이 진행하는 행사의 경품으로 삼대초밥 상품권도 제공하고 있다.

 전 대표는 삼대초밥이 4대, 5대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고 한다. 이 집만의 손맛을 지키면서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무게 때문이다.

 그는 “자녀들이 가업을 이어간다면 훨씬 더 전문적이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면서 “지역의 명품가게로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은 힘들고 자기 시간도 없어 하고 싶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초심을 흩트리지 않고 소신을 갖고 일할 아이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 대표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키워온 기본에 안주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대에 걸맞은 특별한 것,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곳이 아닌 전통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지역에 일조하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옛 분수로터리 인근
 ◇ 문의 : 055) 246-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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