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4:13 (목)
멍든 농심 언제 치유하나
멍든 농심 언제 치유하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7.20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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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천덕꾸러기 신세 자식 같은 쌀
농업 피해 확고한 보상책 필요
농촌 위한 현실적 대안 세워야

 뿔난 농심(農心)이 울고 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각종 농산물로 농민들의 삶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쌀시장마저 빗장이 풀리는 허망함이 울게 만들었다. 흰쌀밥에 쇠고기 국이나 배터지도록 먹기를 원하던 우리의 삶이 엊그제 같은데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들녘의 농심은 타들어 가는데….

 쌀값이 1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계속 줄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땜질 처방’에 그쳤다. 기간 동안 주식(主食)인 쌀값만 제자리를 맴돌 뿐 대부분의 소비물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쌀값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산지가격 80㎏ 정곡 기준으로 13∼17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2천 원 하던 짜장면 값은 2010년 3천900원에서 4천500원으로, 350원이던 라면도 78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이 같은 처지여서 광풍(狂風)을 몰고 올 쌀 개방은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농가의 실질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만들고 쌀농사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1995년부터 10년간 쌀 시장 개방을 미룬 데 이어 2005년에 다시 10년을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에는 20년간의 쌀 시장 개방 유예기간이 끝나고 2015년부터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정부는 농민들 반발을 우려, 쌀 시장 개방을 20년 동안 미룬 대신 그 대가(代價)를 지불해왔다. 쌀 개방을 늦추면서 매년 5%의 낮은 관세율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1995년 5만 1000t에서 지난해 38만 8000t으로 늘어났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에서 올해 68.5㎏으로 40㎏로 줄었다지만 올해는 40만 9천t을 무조건 수입해야 한다. 생산면적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쌀이 남아도는 원인이다. 문제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퇴로가 없다. 쌀시장의 개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미룬 결과물이어서 특단의 대책으로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15년 쌀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관세ㆍ운송비용을 감안하면 수입이 더 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3년 쌀 시장을 개방한 대만의 경우 의무 수입 물량 외에 추가로 늘어난 쌀 수입이 연간 500t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 국내산 쌀 가격(2013년 말 기준)은 ㎏당 2천189원으로 미국산(791원)과 중국산(1천65원)보다 비싸지만 관세율 400%를 적용할 경우, 미국산 쌀과 중국산 쌀은 ㎏당 각각 3천955원, 5천325원으로 국내산 쌀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고율의 관세로 인해 국내산 쌀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농민단체는 빗장을 열 경우, 국제 쌀값이 폭락하면 직격탄을 맞는 등 금세 상황이 달라지고, 정부가 쌀 시장이 개방 때 400%관세를 주장하지만 추가 관세 인하 협상에 고율의 관세 장벽이 무너질 것이란 의구심도 짙다. 이를 지울 수 있는 것은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되 국내 농업피해에 대한 확고한 보상책이다. 또 식량안보 차원에서 곡물생산기반 확충과 더불어 우리 농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우리농업은 1990년대부터 자유무역협정 등을 거치면서 개방의 파고(波高)에 중점을 둬 개방 피해 보전에 180조원이 넘는 재정자금을 투입했지만 특화된 전략부재로 농업경쟁력은 나아진 게 없고 도농 간 소득격차에다 농가부채만 3배나 늘어난 결과를 자초했다. 이젠 정부도 문제지만 농민들도 정부의 함께 쌀 시장 개방을 계기로 우리농업의 판을 다시 짜는 주역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머리를 맞대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2.6%로 사상 최저수준이고 OECD국가 중 곡물자급률이 34개국 중 29위인 점을 직시해야 한다.

 2010년까지 자급률 100%인 쌀도 80%대로 하락, 천덕꾸러기지만 자원무기화는 시간문제여서 농업생산기반이 더는 잠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급선무다. 특히 쌀 개방문제는 식량주권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이해당사자인 농민과 국민의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리농업을 국가경제의 신성장 산업으로 한 국가적 전략을 추진, 식량주권을 다지고 고품질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발전적 대책도 내놔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농업을 살리고, 멍든 농심도 치유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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