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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는 경남 국회의원 없나
반성문 쓰는 경남 국회의원 없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8.03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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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2009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에 앞서 ‘한 초선의원의 자성’이란 반성문을 낭독, 동료의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국민의 공감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 신선한 충격을 준 당사자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이었다. 그는 7ㆍ30 재보선에서 큰 획을 그었다.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이 후보의 당선은 지역 장벽을 무너뜨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호남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의 메시지였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배출되기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을(乙)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18년 만의 일이다. 이념이나 지역감정에 우선한 정당보다는 내 고장을 발전시킬 일꾼이 절실하다는 심리가 표로 나타난 증좌다.

 설혹 이 후보가 공약한 ‘예산 폭탄’에 지역주민들의 마음이 끌렸다 해도 그의 당선은 이제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결과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싸움질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이며 정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7ㆍ30 재보선의 결과는 야권의 참패지만 민심은 일단 집권세력에게 다시 뛰어보라는 기회를 주었을 뿐 정권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 여당의 실정보다 야당의 무능을 심판한 재ㆍ보선으로 새정치연합의 공천 실패 등 지리멸렬로 인한 반사이득이 컸다. 국정운영의 변화, 적폐 청산 등 나라를 책임진 집권당에게 걸맞은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보여달라는 기대와 명령이다. 방기한다면 언제든 민심의 회초리를 맞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튼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영호남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배지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금배지를 움켜쥐는 게 앞으로 더 나와야만 안일한 정치 행태를 극복할 수 있다.

 지역주의 벽을 허문 이정현, 그는 2009년 비례대표로 등단한 초선의원 때 낭독한 ‘한 초선의원의 자성’이란 반성문을 통해 “세비 매달 잘 받고, 후원금 넉넉히 모으고, 당선 축하연 환영연 화려했으며, 특권층 예우와 대접 깍듯이 받고 있으면서도 일도 그렇게 잘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 법안이나 대안에 집중 안 했고, 화합보다 분열 언행이 더 많았으며 바람직한 정치경쟁 하지 못했고 민생 챙기기보다 정쟁의 거수기 노릇에 충실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특권을 가진, 다른 의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국회의원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특권층 중의 특권층으로 온갖 특혜를 다 누린다.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세비(歲費)와 보좌진 6명의 봉급 2억 7천여만 원도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또 영수증 없이 제 맘대로 쓸 수 있는 정치후원금이 의원 1인당 평균 2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특권이 200개에 달해 돈을 쓸 곳이 마땅찮다는 게 국회의원이다. 이에다 면책 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까지 보장받는다. 이 모두가 입법 활동에 우선하라는 것에도 땡전 한 푼 불입하지 않고 지급받는 의원연금 등 기대와는 딴판이다.

 지역감정에 기댄 국회의원들은 자성해야할 일이다. 경남을 휘익 둘러봐도, 아니 찬찬히 둘러봐도 이 범주를 벗어난 의원들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표를 주지 않으려면 이민갈 각오를 하라는 등 안하무인격인 의원, 출판기념회를 명목으로 돈만 벌려는 의원, 거들먹거리면서 지역 현안에는 나 몰라라 하는 의원, 호통만 칠 뿐 소통하지 않는 의원, 말만 번지르한 의원, 친인척을 대의원으로 임명한 의원, 민생보다는 사익에 우선한 의원, 단체장 또는 시ㆍ군의원이나 도의원 공천권을 뒷거래를 통해 행사하려는 의원 등이 그 대상이다. 새누리당 공천이면 당선이란 경남의 지역주의에 편승, 일신의 영달만을 취하려는 의원이라면 선거를 통한 레드카드는 필수적이다.

 ‘빨갛건 파랗건 일 잘하는 사람 뽑겠다’는 게 국민들의 뜻이다. 이젠 경남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또 하나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지역감정에 기대기를 거부한 호남의 이정현과 같은 일꾼이 경남의 이곳저곳에서 당선될 경우, 경남의 정치지형은 물론, 한국 정치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또 도민들도 제값을 받게 될 것이다.

 특정정당의 독식이 깨지지 않는 한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경남도민들도 무능하고 안일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로서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고 부끄러움과 염치를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각자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일해야 한다. 만약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2016년 4월 총선 때 레드카드를 꺼내 심판해야 한다. 엄중한 ‘심판의 룰’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역할 못한 지역 국회의원이 있다면 교체토록 해 생산적 정치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도민이 반기고 원하는 의원을, ‘반성문’을 쓰는 경남 출신 의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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