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50 (목)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지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네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지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네
  • 이동근
  • 승인 2014.08.10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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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가 삶의 향기 부른다
▲ 수승대의 거북바위로 가는 길에 놓여있는 청보리 나무.
거창 연수사 계단 오르며 6백년 수명 은행나무를 보면서…

 태풍이 스쳐간 거창의 짙은 여름은 숲에 이슬을 품어 느껴지는 자연 그대로의 청명함.

 깊은 산골짜기까지 올라야 마주할 수 있는 초록 빛깔 의 싱그러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따라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다채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7월부터 8월의 중순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속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취재부터 글, 사진, 인터뷰까지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두 달에 걸쳐 완료해야 하기에 피곤이 풀리기도 전에 동해에서 서해를 거쳐 남해까지 모든 일정이 진행됐다.

▲ 연수사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난 동자.
 그사이 두 번의 태풍을 만났으며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시작됐고 전국의 곳곳에 있는 모든 바다를 지나 바다에 깃들어 살아가는 이웃들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인생의 모든 시작과 끝을 바다안에서 살아온 사람들. 그들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 일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삶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나에게 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처럼 여행이라는 작은 핑계로 새로운 곳에 닿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큼 내게 의미 있는 일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여행작가 로 살아가야 하는 당연한 이유가 돼 버린 것이다.

▲ 물 맞는 약수탕은 연수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명물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늘 당연하듯 위기라는 것은 찾아왔다.

 현실에 관한 걱정과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훗날 돌아보게 되면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도 예측하지 못하는 위대하기도하며 무력한 인간들이 떨쳐내야 하는 가장 큰 적 일지도 몰랐다.

 나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기에 많은 시선들을 의식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더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취재일정을 끝마치고, 집필실로 돌아온지 삼일 째 되는 날이다. 거창에 살고 계시는 지인의 초대로 그곳을 방문했다.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물과도 인연이 깊다는 ‘연수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었다.

 ‘연수사’는 고려 공민왕 때 벽암선사가 심여사원을 지어 불도를 가르쳤다는 절로서 푸른 빛 감도는 바위구멍에서 떨어지는 맛 좋은 샘물이 있다. 이 샘물에서 신라 헌강왕이 중풍을 고쳐 감사의 뜻으로 그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사시사철 온도가 같은 점이 특징이다.

 여름철 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연수사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연수사 약수를 찾아 가는 이들로 ‘연수사 물 맞으로 간다’는 말로 통하고 있다. 연수사는 감악산의 시원스런 하늘 아래 안겨 아름다운 전설을 지닌 만큼이나 뜻깊은 명소이고 물과 인연 깊은 절이다.

▲ 연수사에서 만난 인연
 이슬비를 머금어 청명한 연수사 계단을 오르다보면 좌측에는 6백여 년 전 여승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오랜 세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웅장한 은행나무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창의 역사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모두 봐 왔을지 모를 일이다.

 연수사를 지나 찾은 황산마을 은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인근에서 손꼽히는 대지주들이 살던 곳이다. 이 마을의 담장은 대개 토석담으로 활처럼 휜 담장길이 고가들과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절제된 풍경을 이룬다. 물빠짐을 위해 아랫단 60~90㎝ 정도는 커다란 자연석으로 돌만 이용하는 메쌓기 방식으로 쌓고 그 위에 황토와 작은 돌을 교대로 질서있게 쌓아 올렸다. 담장 위에는 대부분 한식 기와를 올렸으며 지금의 황산마을은 거창의 명물로 유명한 수승대와 가까이 있으며 이곳은 관광객들이 한옥의 깊은 멋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민박촌으로 변모했다.

▲ 황산마을을 찾은 가족단위의 관광객.
 거창은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 들에게 장군봉, 금원산, 기백산, 북덕유산 등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으며 감악산 물맞이 길 같은 둘레길 코스도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만끽하고 자유하며 치유하고 싶다면 거창으로 발걸음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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