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7:31 (수)
풍경소리 그윽한 해인사 소리길
풍경소리 그윽한 해인사 소리길
  • 박태홍
  • 승인 2014.08.18 2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본사 회장 박태홍
 풍요로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간들의 노력은 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힐링을 위한 걷기운동은 오래전부터 신체 단련과 함께 병행돼 왔다. 인간들은 가까운 동산을 산책하는 것부터 걷기 운동 즉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 같은 연유 때문인지 각 지역에서는 걸으면서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리산의 둘레길, 제주도의 올레길, 부산의 갈맷길, 남해의 바래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해인사의 소리길은 지난 2011년 대장경 천년세계문화축전을 맞아 홍류동의 옛길을 복원해 만든 것이다.

 소리길이란 우주 만물이 소통하고 자연이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를 의미한다고 명명했지만 실제로 이곳 해인사 소리길은 새소리, 물소리 각종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게다가 해인사 경내에서 울려 퍼져 나오는 그윽한 풍경소리마저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해 이름 그대로 경이로운 소리길이다.

 해인사 소리길은 가야산 19경 중 16경을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명소다. 멱도원, 축화천, 무릉교, 칠성대, 홍류동, 농산정, 취적봉, 체필암, 음풍뢰, 광풍뢰, 완재암, 분옥폭, 제월담, 낙화담, 첩석대, 회선대 등이 이곳 소리길 내에 산재하며 저마다의 풍광을 자랑한다. 소리길 초입을 들어설 때 뙤약볕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다소 흠이긴 하지만 20여 분만 걸으면 몇백 년 묵은 소나무의 짙은 솔향과 함께 그늘이 드리워진다. 이때부터 귀로는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고 눈으로는 가야산 16경을 즐기는 나만의 시간을 간직할 수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국내 트레킹 코스로서는 단연 최정상급이라 할 수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역사탐방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게다가 트레킹의 본래 취지인 서둘지 않고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트레킹이란 유럽 사람들이 대자연을 찾아 아시아 고원을 천천히 걸어 여행한 데서 그리고 소달구지로 서둘지 않고 느긋함을 즐기는 여행에서 유래된 말이다. 3구간으로 나눠진 해인사 소리길은 구간별로 정해진 테마가 있어 더욱더 의미 있는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1구간은 홍류동 여행, 2구간은 발자취를 따라서, 3구간은 비경을 찾아서란 테마가 있는 곳이다. 전체 구간의 거리는 6.3km. 나이 든 사람들이 2~3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며 코스 폭도 4~5명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걸을 수 있으며 경사도 그리 높지 않다.

 1구간 홍류동 여행 코스에는 천상에서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칠성대가 있는가 하면 최치원 선생이 붓을 씻었다는 바위 체필암이 눈길을 끈다. 2구간에는 밝은 달이, 못에 드러난다는 제월담이 있고 도인의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진다는 낙화담이 있기도 하다. 3구간 초입에서 코스 길을 벗어나 좌측으로 30여m 경사진 비탈길을 걸으면 적멸보궁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이곳이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세 분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다는 길상암이다.

 길상암은 1972년 영암 스님이 창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적멸궁이어서 그런지 불자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길상암을 뒤로하고 3구간을 걸으면 첩석대와 회선대가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산신이 노니는 바위였다는 회선대는 울창한 숲 속에 쌓여져 있는 기괴한 바위군이다. 이곳을 지나 우측으로 가면 해인사 본당이 있고 좌측으로 오르면 해인사 성보박물관과 상가단지, 벽화거리가 나타난다. 이곳 상가단지에는 각종 기념품을 비롯한 나그네들이 먹고 쉬어 갈 수 있는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일상을 벗어난 하루의 쉼터로서는 손색이 없다. 특히 이곳의 자연송이버섯국 정식은 전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산더덕 구이와 함께 각종 산채나물이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은 나그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1일 트레킹 코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게다가 천 년을 이어온 대장경의 역사적 문명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대장경 테마파크 또한 이곳에 있어 해인사 소리길은 역사탐방과 함께한 힐링의 트레킹 코스로서는 제격을 갖췄다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