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17 (토)
고향 길 단상
고향 길 단상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9.14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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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고향길의 추석민심은 뒷전이었다. 증세를 노골화한 담뱃값 인상, 정치에는 관여했지만 대선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 송전탑 반대 주민에 ‘한전 돈 봉투’ 뿌린 경찰서장 등에다 X판인 정치 등 추석민심은 귓등이고 염장을 찌르는 게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매년 겪는 추석이지만 자식 보고싶어서 빨리 오라는 말씀을 에둘러 표현한 “힘드니까 오지 마라”는 ‘사랑의 거짓말’을 들을 수 없게 된 어머니 말씀이 더욱 생각났다.

 못 듣게 된 지가 오래됐지만 올 추석에 더욱 생각나는 것은 ‘삶의 고달픔’을 달래고픈 까닭인지…. ‘사랑의 거짓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더했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숲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한가위에 온 식구가 마루에 둘러앉아 풋콩을 넣으며 송편을 빚는 모습이 너무나도 따스하고 정겨운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란 미당 서정주의 시다.

 고향길이 그리운 것은 연어의 모천(母川)회귀 본능과 다를 바 없다. 4만㎞를 헤엄쳐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모천(母川) 회귀 본능은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태어난 강의 자기장(磁氣場)에 관한 기억을 이용해 회귀한다는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기억한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연어의 모천과 같은 곳이 고향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처음 눕혀진 땅이며. 어머니가 계신 곳,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다를 바 없다.

 또 깔깔거리며 산으로 들로 뛰어놀며 자란, 추억이 있는 곳, 보고픈 고향 사람과 고향 마을이지만 삶에 얽매어 갈 수 없는 곳, 고향은 더욱 그립고 안타깝고 아련한 존재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 리 길을 마다치 않고 이어진 고향길의 행렬이었지만 긴 추석 연휴도 끝났다. 아련한 추억 속에 흥겨워야 할 한가위 연휴였지만 경남도민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공공요금의 줄 인상에다 늦장마로 작황이 나빠 농산물 가격의 등ㆍ폭락이 이어진 탓에 장바구니 물가는 살인적 수준이고 서민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푸념 소리가 높았다.

 어려운 이웃들과 정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 같은 민심은 세월호 특별법 등 정쟁 등에 매달려 민생경제를 외면해 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야는 추석민심을 제대로 듣고 각종 정책에 반영해 실질적인 서민 생활 개선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지금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민생현장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적 이벤트 등에 그칠 뿐 가슴으로 민심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낮은 자세로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결과는 정책에 즉각 반영, 실천토록 해야 한다. 입안된 정책은 실행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치권의 행동이 긴요하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서민정책이 그 예가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정치권의 추석민심 듣기가 결코 의례적이어서는 안 된다. 청취한 민심은 정책에 반영, 서민 생활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섰다지만 체감경기는 바닥이어서 하루하루가 힘든 서민들에게는 버겁다. 여야와 청와대는 민족 대이동을 통한 전 국민 소통의 기간인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분출한 민심의 질책을 가감 없이 들었다면 실질적인 분발을 기대한다. 특히 국민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의원연금을 비롯해 200가지에 달한다는 국회의원의 특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꽉 막힌 정치권에 대해 ‘옐로카드’를 꺼내 든 추석 연휴는 끝났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레드카드’도 초읽기다. 그래서 여야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내팽개쳐 버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모든 게 뒤엉킨 채 겉돌고 있지만 이젠 누굴 탓할 여력도 없다. 다만 역경의 세월을 헤쳐 온 세대인 만큼 노년을 맞은 모두가 존중받고 있는지 고향길을 걸으며 생각해봤다.

 특히 앞세대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노년에 과연 ‘살맛’을 누리게 될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한 번 더 헤아려 보게 한 ‘고향길’이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팍팍한 삶, 온통 꽉 막혀 있는 정국 등 모든 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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