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3:10 (금)
‘증세 불가’ 공염불
‘증세 불가’ 공염불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9.21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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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교장과 학생 3명, 그리고 담임이 엉뚱한 행동을 하다 금방 잊어버리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을 되풀이하며 시청자를 웃기는 TV 개그 ‘닭치고’가 인기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도 증세가 아니라며 딱 잡아뗀다. 그리고는 다시, 주민세 등을 인상키로 해 ‘닭치고’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담뱃값 인상은 철저하게 국민 건강 측면에서 추진했던 것이란 게 정부입장이지만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꼼수증세란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다.

 액면대로라면 정부는 억울할 수도 있겠고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 등 사실상 “증세”로 인식되는 정책을 연달아 쏟아내면서도 국민을 설득은 뒷전인 채 일방적이다. 이어지는 증세논란에도 건강과 현실화로 포장, 웃기는 게 흡사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복지예산이 늘어 돈 쓸 곳이 많아졌다면 증세의 공론화가 우선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쏟아낸 복지수요 확대로 복지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법인세나 소득세 등 직접세보다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으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은 서민층에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긴다는 지적이다. 담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은 소득이나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부과되어 곧, 서민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순서가 뒤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차등지급 결정을 하면서 “증세가 필요하다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뱃값 지방세 인상 등 사실상의 증세를 결정하면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지난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20만 원 이상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재정의 불가능으로 그 대상 및 지급액 축소 등으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불가피했고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확대란 빛 좋은 개살구임이 드러났다.

 예산을 집행하는 도내 사군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지난해 8조 5천억 원의 세수결손을 냈고, 올해도 세수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단체의 올해 재정 자립도는 평균 30%대로 떨어져 있다. 경남도내 군 지역은 10%대에 그쳐 지방비 수익으로는 공무원들이 급여마저 지급불능인 상태다. 급기야 전국 시ㆍ도지사협의회는 “정부가 복지예산을 추가 지원하지 않으면 일부 복지 시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어 전국 시장 군수협의회도 복지디폴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지자체는 위기의 원인을 복지정책 탓으로 돌리고 중앙정부는 방만한 지방 재정운용을 문제 삼아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돼 갈 것인지가 문제다.

 아무튼 모든 게 재정에서 비롯된 만큼 어느 때보다 세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복지 증세는 없다”고 밝혔지만 복지예산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현실화된 것이다. 복지수요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정치권의 결정에 따랐다. 세수 증대가 불가피한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임은 분명하지만 담뱃값과 주민세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내는 세금이다.

 부자보다 서민에게 부담이 큰 세목들이란 점에서 숨은 세원을 찾는 데 고심하지 않고 손쉬운 ‘간접세 카드’를 내놓았다는 지적을 듣는다. 복지가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예산이 모자라면 증세를 해야 한다. 증세를 말하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게 있다. 생산복지로의 전환 등 복지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예산절감이 급선무다. 국회의원들의 연금과 공직사회의 경상경비절감 등 특권과 특혜도 내려놓아야 한다. 더 이상 쥐어짤 곳이 없다고 국민이 인정할 때, 국민적 합의를 통해 증세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팍팍한 삶에 담뱃값과 지방세에 이어 각종 공공요금까지 줄 인상이니 ‘세금폭탄’이란 것이다.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위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명분이 좋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구실로 서민들의 호주머니 터는데 익숙한 것으로 비춰질 뿐이다. 소득세, 법인세 등의 부자과세보다는 담뱃세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에 불만이 증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공약인 ‘증세 불가’ 탓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꼼수증세란 소릴 들으며 말장난으로 호도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증세는 없다는 대선과 총선 때의 공약을….” 증세가 요구된다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희망이 보이는 정책 방향 등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이고 이해(동의)를 구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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