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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순국의 얼이 담긴 축제
봉사와 순국의 얼이 담긴 축제
  • 박태홍
  • 승인 2014.10.0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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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회장 박태홍
 시월의 진주 시가지는 꽃길로 단장돼 있다. 가는 곳마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청사초롱이 축제의 흥을 드높인다. 간선도로에는 축하아치가 군데군데 서있고 하늘에는 애드벌룬이 두둥실 떠있어 파아란 가을하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남강 물위에는 수백 개 갖가지 유등이 두둥실 물결과 함께 춤춘다. 밤에 본 유등은 탄성을 자아내고도 남을 만치 휘황찬란하다.

 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개천예술제에 참여한 기억이 난다. 소싸움도 구경하고 유등도 만들어 강물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교과서 크기의 네모 판자 모서리 부분 네 곳에 구멍을 내고 대나무를 휘어 그 구멍에 넣어 고정 시킨 후 창호지를 발라 만든 졸작 유등이었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난 이맘때쯤이면 개천예술제는 매년 열렸다. 1회부터 9회까지는 영남예술제였는데 10회부터 개천예술제로 개명됐다. 12회부터 19회까지 8회에 걸쳐서는 대통령이 임석하는 그 당시로서는 국가적인 예술행사였다.

 진주남강 백사장에서 치러지는 소싸움을 남강둔치에서 내려다보는 구경거리는 어느 오락의 즐거움에 비길 수 있겠는가? 구경거리가 별로 없던 그 시절 소싸움 경기를 볼 수 있었고 가장행렬은 꼬맹이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것도 시대적 차이도 있었겠지만 개천예술제는 축제 중의 축제였음을 알 수 있다.

 남강 백사장에 새끼줄을 쳐 만든 소싸움 경기장에 접근이라도 할라치면 팔에 완장을 찬 덥수룩한 아저씨들의 호통에 이리저리 피해 다녔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새롭기까지 하다. 이때도 질서란 게 있었나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통제가 있기 마련이다.

 올 진주의 시월 축제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봉사 단체라고 명명되는 해병전우회, 특전사전우회, 개인택시회원, 새마을부녀회, 사랑실은교통봉사대ㆍ경우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십수 개 200여 명의 회원들이 차량 통제는 물론 건널목 통제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축제인 만큼 이들의 조직적인 봉사활동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특히 지난 1일 하오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망경동 남강둔치 특설무대(촉석루 건너편)에서 펼쳐진 화려한 불꽃놀이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아 많은 관람객이 운집했었다.

 한줄기 불꽃이 하늘을 가르고 일순간에 남강의 유등에 불을 밝히는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을세라 수만 명의 지역민과 관광객은 남강변 곳곳에 진을 치고 탄성을 자아낸다. 진주교 위의 차량통제도 그 순간에는 수많은 인파에 의해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이들 봉사단체 회원들의 봉사활동이 전개된다. 정해진 위치에서 몸동작이 빨라지면서 호루라기를 불고 건널목에 늘어선 인파들의 보행을 통제한다. 이들의 봉사활동 무대는 시내 전역이다.

 시월축제가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이들의 봉사활동은 축제를 마칠 때까지 계속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이들의 봉사활동은 희생정신과 진정성이 돋보인다. 몸이 불편한 노약자들을 부모 섬기듯 보살피고 안내한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운집했던 관람객들이 모두 행사장을 벗어나야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한다.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사고 없는 안전한 행사를 위해 경호안전용역비에 2천7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행사는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특징이 있어 그렇다손 치더라도 진주의 시월축제에 동참하는 봉사단체들은 그야말로 지역축제를 위한 봉사개념이 깃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민들도 이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 치러질 시민의 날 행사 등 주요축제가 펼쳐지는 기간에는 질서 의식을 고취하고 자가용 이용을 피하고 시내버스를 이용, 교통 혼란을 줄여야할 것이다.

 이창희 진주시장도 축제 기간 동안에는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수단으로 축제에 임하고 있다.

 근데 어찌된 영문인지 봉사단체들의 값진 봉사활동이 무색할 정도로 3일, 4일 동안에 교통체증으로 인한 곤욕을 치렀다. 3일 밤에는 시내 전역의 교통체증으로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넌센스가 빚어지기도 했다. 봉사단체들의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라도 진주시민들은 질서의식을 확립했으면 한다.

 이리하여 진주의 시월축제는 420년 전 순국한 7만 민ㆍ관ㆍ군의 얼과 진주인의 봉사정신과 질서의식을 함께 담아 만든 안전하고 훌륭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고했으면 싶다.

 진주인들은 남은 기간이라도 봉사와 함께하는 질서 확립으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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