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3:39 (수)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 필리핀 불법 체류자 부부의 딸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 필리핀 불법 체류자 부부의 딸
  • 이동근
  • 승인 2014.10.12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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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는 건강 찾아 ‘별’이 될까

별이는 건강 찾아 ‘별’이 될까

라센증후군 안고 탄생… 자가 호흡 시작

 별이는 세상에 나온 지 이제 열 달이 조금 지나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당연한 아

이였다. 엄마의 젖이 간절하고 엄마 품이 절실한 나이지만 그런 별이의 입에는 차가운 고무호스가 물려져 있다.

 올해 2014년 1월 4일 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폐가 접힌 상태로 태어나 곧 호흡곤란이 찾아왔고 바로 소아중환자실로 가야 했다.
 소아 중환자실에서 10개월이 넘도록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별이.
 하지만 별이에게는 끝나지 않은 또 하나의 큰 싸움이 남아 있다.
 별이의 폐뿐만 아니라 손과 발 역시 기형으로 태어났으며 병명은 라센증후군이라고 한다.
 부모는 모두 필리핀에서 온 불법체류자여서 한국에서 별이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삶과 죽음, 국적의 경계선 위에서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담당 의료진은 별이가 ‘라센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라센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의 희귀질병으로 팔다리 등의 뼈나 연골이 잘 형성되지 않거나 관절 탈구 등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모두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큰 짐을 안고 한국 땅으로 와 생활비를 벌고 있다. 본인의 생계뿐만 아니라 본국의 가족들의 생계 역시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남기고 모두 본국으로 송금한다.
 불법체류자에게 세상은 냉대하며, 차별 또한 심하다는 사실은 우리는 익히 들어와서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별이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소중한 존재였다. 부모로서 당당하지 못한 죄스러움, 아픔을 갖고 태어나게 한 미안함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별이는 다행스럽게도 자가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기나긴 삶의 시작에서 폐의 기능이 자리 잡으면 손과 발의 기형에 대한 치료가 시작되고, 기적이 일어나면 두 발로 설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별이의 엄마 올리비아(39)는 20년 전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왔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컨테이너에서 남편과 함께 산다. 단속을 피해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일을 한다. 올리비아는 8남매 중의 맏딸. 부모와 동생들을 위해 월급 130만 원 중 매달 100만 원을 꼬박꼬박 부쳐왔다. 한국에 온 지 5년쯤 지나 같은 처지의 필리핀 남편을 만났다. 남편 역시 고국의 가족에게 모은 돈의 대부분을 보낸다. 두 사람은 아이를 위해 500만 원을 모았지만 진료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국제 진료수가가 적용돼 국내 아동에 비해 4배 가까이 진료비나 수술비가 높다. 하루 입원비로 57만 원이다. 한 달을 쉬지 않고 일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별이의 엄마인 올리비아는 “내가 강제추방이 되더라도 아이만 살릴 수 있었으면 바랄 게 없겠다”면서 “살기 위해 찾은 한국 땅에서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너무 슬프고 불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별이의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을까? 차츰 별이는 자가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현재 노동 중인 사업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올리비아 씨는 평소에도 심장이 안 좋은 상태였으나 출산 후 산후 조리도 못 하고 아기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별이가 밝은 모습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걸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그러기 위해 세상이 별이의 존재를 알고, 그 희망을 함께 꿈꿔 주길 소망한다.
 
 △별이 전용 계좌 : 농협 351-0128-5321-93 △예금주 : EXODUS△후원문의 : 이주 아동 스카우트 봉사자 박은주 아녜스 010-8346-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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