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3:10 (목)
암마이봉 10년 만에 개방 “氣에 흠뻑 젖다”
암마이봉 10년 만에 개방 “氣에 흠뻑 젖다”
  • 김봉조
  • 승인 2014.10.14 2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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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영제에 비친 마이산 전경이 트레커들을 유혹하고 있다.
공원 관리사무소 출발 2.5㎞ 트랙  입장 시간은 오전10시~오후 4시
천황문 도착순서 1일 100명 제한  은수사~탑사~금당사 2시간30분
머무르는 관광지 활성화 ‘신호탄’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 길을 내는 것이다. 산에 길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라 세속과 다른 길을 만나려 신비스럽고 비밀스런 길을 찾는 사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속의 길 위에서 삶을 향해 쉼 없이 달리다 문득문득 고독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제 자신을 사로잡는 어떤 것을 마주하다, 산이 지닌 절대적 침묵 위에서 단절된 형식을 빌리려 산을 찾는 것이다. 산은 풀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며, 숨겨진 내용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새로운 힘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역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형상은 이원성을 가지며, 교체와 차이, 갈등과 의존을 가진다 했다. 둘은 하나를 출발한 최초의 숫자로 상대를 가진 정적인 상태로 둘이 합쳐지면 균형과 안정을 갖고 그 힘은 배가된다고 했다. 이를 음과 양으로 풀이하자면 양면적인 동일체가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이며, 이지적 관계가 상호 협조하며 평형을 이룰 때, 조화로운 우주 만물을 생성 발전시킨다는 뜻이다. 여기에 걸맞는 곳을 소개하자니, 되돌아오는 대답이 그럴듯하다는 말은 들어야 하기에 서론을 이어 트레일을 열어본다.

 여행을 즐기고, 산을 다니신 분들이라면 전라북도 진안고원에 독특하게 우뚝 솟은 마이산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가 다정히 부부처럼 마주하는 봉우리 중 암마이봉이 10년 만에 그 신비로운 산길을 열었다. 2004년부터 자연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된 암마이봉은 이번 달 11일로 일반에게 탐방로를 개방했다.

▲ 은수사에서 내려서면 암마이봉 아래 위치한 탑사가 지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기, 열린 암마이봉을 중심으로 멋진 조망과 오롯한 재미를 엮어 트레일을 이어 봤다. 출발은 마이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북부 주차장을 출발해서 천황문 분기점에서 새로이 개방한 암마이봉을 올라, 다시 천황문으로 내려와 은수사, 탑사를 둘러보고, 탑영제를 지나 남부 주차장까지 2.5㎞ 트랙이다.

 북부 주차장에 답사팀이 도착하자, 마이산 도립공원 사무소 직원의 친절한 안내로 탐방 시 주의 사항과 개방까지의 배경 설명을 들으며 가을빛이 다가오는 510계단을 올라 천황문에 닿는다. 마이산 관리 사무소에 따르면 암마이봉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이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탐방객 수를 1일 100명으로 제한하며, 천황문에 도착한 순서로 입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천황문에 다다르자, 답사팀을 안내 할 진안군 문화 해설사 이용미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천황문에서 올려다보는 암마이봉은 10년의 빗장을 열기 전 거대한 무게로 트레커들을 마주하며 다가선다. 

 암마이봉의 속살을 딛는 첫걸음, 경사가 있는 친환경 목재 계단을 오르니, 식물성 부직포가 깔린 부드러운 길과 넘어지는 소나무를 받쳐놓은 길은 개방하기까지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소중히 하려 했던 분들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였다. 평탄한 길 위에 발길을 옮기니, 동화 속 오두막집 같은 아담한 암마이봉 지킴터가 자리하고 있다. 좌측 지킴터 맞은편 계단을 딛고 오르면 지척에 숫마이봉이 당기듯 다가오며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높아지는 계단길을 따라 오르니,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달리하는 이정목 갈림길을 만난다.

 탐방객들의 안전을 지탱하는 난간은 코팅 와이어로 부드러운 촉감이 여느 산의 안전 로프보다 좋은 느낌이 들었고, 시설물의 수명을 고려한 세심함이 엿보였다. 경사가 더하는 거친 역암위에는 간간이 발 디딤대가 조심스럽게 안전을 인도한다. 다시,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만나는 지점에는 숫마이봉 화엄굴을 마주하는 전망대가 자리해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숫마이봉 화엄굴에는 부처님 말씀을 숨겨 놓았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석간수를 마시면 득남 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전한다. 전망대는 신비스러움과 은밀한 느낌으로 트레커들에게 첫 번째 포토존을 제공한다. 돌아나와, 옛 세월이 남겨놓은 돌탑을 지나면 튼튼하게 자리한 친 환경 목재 계단과 부직포 길이 넓직한 정상을 내어 놓는다. 아직 낯설고 때 묻지 않은 정상석이 수줍은 아낙의 모습으로 10년의 시간을 벗고 트레커들을 맞는다.

▲ 트레커들이 천황문에서 암마이봉 정상을 보며 걸어 올라가고 있다.
 북부 주차장에서 45분, 천황문에서 25분 소요된 정상에는 두 곳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정상석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설치된 전망대에 위에는 한창 조성중인 북부관광단지와, 사양제 뒤로 진안읍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운장산과 구봉산이 마루금을 잇고 있다. 몸을 낮춰 동쪽 전망대로 발길을 옮기면 남쪽으로 나도산이 낮게 자리하고, 정면으로 광대봉과 탕금봉이 암마이봉을 향해서 넘실대는 파도처럼 밀려온다. 눈높이에서 비룡대와 고금당이 등대처럼 위치를 알리고, 탑영제의 반짝이는 물빛은 암마이봉에 오른 트레커들에게 잠시나마 돛단배에 몸을 실은 몽환에 젖게 한다. 한마디로, 사방으로 열린 진안고원의 높고 가득한 풍광은 마이산의 역사와 전설을 아우르며, 그 편안함을 품은 트레커는 아무것도 부럽지 않음에 감동한다.

 내려가는 길, 돌탑 무더기를 지나 좌측 계단을 내려설 때는 경사가 있는 바윗길에 안전 로프를 잡고, 서두르지 말고 내려서야 한다. 올라왔던 길을 따라 20분이면, 왕복 0.6㎞ 암마이봉 탐방을 마무리하고 다시 천황문에 닿는다. 자신도 한 번 쳐다봐 달라는 숫마이봉에 언젠가는 부부를 이어주는 끈이 있으리라, 묵언으로 답하고, 암수 부부봉 사이를 운치 있게 가르는 323계단을 내려서면 ‘물이 은같이 맑다’는 은수사를 만난다. 은수사에는 익어도 푸른 청실배나무가 600여 년의 수령에도 푸르른 열매를 맺고 천연기념물로 존재를 알리고 있다. 탑사를 향하는 뒤안길에 햇살 받은 숫마이봉이 벌집처럼 패인 흔적에 세월을 묻고, 오랜 시간 외면했던 아내가 위안을 얻었으니, 그동안 소원했던 마음을 씻고 든든하고 자상한 지아비의 모습으로 흐뭇해하고 있다.

 탑사로 향하는 길, 북부 주차장 쪽에서 올해 3월에 옮겨온 문화재 관리소가 위치한다. 암마이봉 아래에는 탑으로 마이산의 유명세를 대변하는 탑사가 있다. 그곳에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부부봉아래 주탑인 천지탑(음양탑)을 중심으로 80여 기의 돌탑들이 하늘을 찌르듯 제각각의 모습에 불가사의한 안정감으로 도열해 있다. 탑사를 둘러보고 아래쪽 편의 시설을 지나면 좌측에 개울을 끼고 호젓하게 걷는 길이 편안하다. 5분여 걸으면 조선시대 유일한 부부시인의 시비가 길가에 있고, 우측으로 인공방죽 탑영제를 만난다. 마이산에는 음양이 조화로운 곳이기에 뭐든지 짝을 이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한다. 암수바위봉을 중심으로 남쪽 탑영제와 북쪽 사양제가 짝을 맞춰 있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조계종인 금당사를 제외한 4개의 사찰은 결혼을 할 수 있는 태고종이다. 그래서 마이산에 들면 기가 성해져서 모든 것이 잘 이뤄지며, 짝이 없는 사람은 짝을 만나고, 부부금실은 신혼으로 돌아가고, 모든 것이 기가 막히게 잘 풀린다고 한다.

 해질녘 마이산 반영이 아름다운 탑영제를 지나면 트레킹의 끝점이 가까워진다. 황금색 대웅전 지붕 아래 넓게 터를 잡은 백제 고찰 금당사까지 들리면 암마이봉 트레킹을 시작으로 은수사~탑사~금당사를 잇는 삼사 순례가 자연스레 완성된다. 여유있게 2시간 30분, 흥미롭고 신비한 트레킹을 즐겼다면 이제 마이산의 특색 있는 맛집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금당사 지나 상가 첫 집에 위치한 ‘초가정담’은 탑사를 축조하신 이갑용 처사의 증손녀가 운영하는 곳이다. 초가정담의 주 메뉴는 참나무 장작불에 기름을 빼고 구운 등갈비와 목살에 마이산의 향이 배여 있는 더덕정식이나 산채비빔밥이 곁들이면 별미다. 식사 후 5분, 상가를 지나 남부 주차장에 도착하면 마이산 암마이봉 트레킹은 마무리 된다.

 진안 사람들은 “마이산이 진안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 말에 공감한다. 이번 암마이봉 정상 개방도 찬반양론이 분분했다고 한다. 변화하는 관광 진안을 색다르게 알리고, 스쳐 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르는 진안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지자체의 오랜 노력이 있어 보였다. 또한 이번 암마이봉 개방 답사를 통해서 발전하는 관광 진안의 미래를 봤다. 아토피 힐링 체험 시설인 ‘에코에듀센터’와 품질이 우수한 진안 홍삼을 연계시킨 ‘홍삼스파’는 이번 암마이봉 개장과 더불어 진안만이 가진 체류형 관광지로 특색있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크고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기쁨이 넉넉한 진안에 가실 때는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 쌍쌍이 가야 뭐든 잘 풀린다 하니, 암마이봉에 올라 진안고원도 둘러보고, “진정 편안한” 트레킹을 즐겨 보시죠.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 스마트폰 Play스토어에 ‘낯선트레킹’ 앱을 설치하면 경남매일 ‘길따라 발따라’ 답사 트레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1.탑영제에 비친 마이산 전경이 트레커들을 유혹하고 있다.

2.은수사에서 내려서면 암마이봉 아래 위치한 탑사가 지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3.트레커들이 천황문에서 암마이봉 정상을 보며 걸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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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2014-10-15 16:09:48
안 그래도 암마이봉이 10년만에 개방한다고 해서 한번 가보려고 코스등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녀오신 코스대로 잘 다녀오겠습니다.
추천하신 밥집도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