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44 (화)
개헌 해프닝
개헌 해프닝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0.1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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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상하이발(發) 개헌론은 핫 이슈에도 밤새 안녕이었다. 이를 두고 홍준표 경남지사의 직관력이 새삼 관심을 끈다. 김무성 대표가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린 것과는 달리, 홍준표 경남지사의 직관력은 상하이발(發) 개헌론에 비례, 더욱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관력이란 ‘논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 즉, 그 판에 빠삭해야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것 같다.

 홍 지사는 정치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등 상하이발(發) 개헌론에 앞서 ‘개헌에는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직관력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K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개헌을 하려면 (개헌에 부정적인)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과거 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개헌을 약속했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개헌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개헌을 추진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개헌에 매몰돼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개헌이 봇물 터질 것’이라고 발언 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번복한 것과 대비된다. 그는 자신이 촉발시킨 개헌논의에 대해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을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당분간 개헌논의 중단 입장을 밝혔다.

 간극을 달리한 영남 출신 새누리당의 잠룡인 그들은 전 대표인 홍준표 지사와 현 대표란 점, 4선을 지냈고 4선인 점 등과 함께 2017년을 향한 각축전에서 비교되기도 했다.

 개헌론은 19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이지만 시대에 맞는 개헌은 쉼 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동력(대통령의 마음)을 얻느냐가 관건이었다.

 2010년 10월 중순, 김형오 박관용 등 전 국회의장과 고건 이홍구 전 총리와 여야 정당 고위대표를 지낸 원로 17명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성취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지만 4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 여야 후보들에게 대통령 취임 1년 안에 4년 중임(重任)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추진을 요청한 것도 개헌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움직여야 한다는 게 같은 맥락이다.

 1987년 당시, 5년 단임제 현행 헌법의 탄생은 국민의 염원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12년 집권,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집권을 겪은 장기 독재정권 재출현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헌법 아래서 행정권의 선거 개입 같은 과거의 부정선거 시비가 사라졌고 정권의 계승 또는 교체 등 현행 헌법을 통해 형식적ㆍ제도적 민주주의의 기반도 다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바뀌면 당(당명)이 달라질 만큼 제왕적이다. 또 모든 게 청와대로 통한다는 것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게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들은 임기 초반이나 중반에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 후 구체적 목표 의식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정권의 실정(失政) 또는 반대세력의 저항으로 권위가 추락할 경우, 지지율은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고 통치 실종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2012년 대선 전,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대통령은 임기 1년 차에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등의 개헌 추진을 요청했지만 각 후보 진영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득실이 명확하지 않은 터에 섣불리 응할 수 없었기에 그러했겠지만 분권이 대세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개헌론은 기회 있을 때면 거론됐지만 탄력을 받지 못했다. 개헌의 필요성 또는 개헌논의의 방법 같은 문제와 별도로 혼란을 빚은 집권당 대표의 개헌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성숙한 방법으로 생산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하고 정파차원에서 게임하듯 개헌논의가 진행되면 혼란만 키울 뿐임도 드러났다.

 하지만 현 권력체제의 문제점 등 개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재론의 가능성은 크다. 5년 단임제, 임기 초반의 제왕적 대통령이 후반기에는 식물대통령이 돼 퇴임을 맞는 딱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대책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이를 통해 나라의 큰 밑그림도 생각해 볼 때다. 물론 경제 블랙홀 등 국정과제의 추진동력 훼손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제돼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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