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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년 전 공룡 뛰놀던 시간 거슬러 걷다
고성 상족암 공룡길
2014년 10월 27일 (월)
김봉조 7618700@kndaily.com
   
▲ 고성 상족암 공룡길은 맥전포에서 시작해 제전까지 2.8㎞의 부담 없는 거리라 트레킹하기에 좋다.
‘소을비포성지’서 역사 탐방
아름다운 ‘노을 좋은 전망대’
오토캠핑 즐기는 텐트 즐비
맥전포~제전 2.8㎞ 부담 없어
트레킹ㆍ식사ㆍ관람 총 3시간

 길은 나아가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길이 아니다. 하지만 나아간다 해서 모두가 그 길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에 트레커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투명하리만큼 찬란한 바다가 마음을 흩뜨리며 아찔하게 눈에 들어온다. 맑고 신선한 계절에 하늘과 맞닿는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임포마을 선착장에서 자란도를 띄운 바다를 액자에 담아본다. 바지선 위에 굴 작업을 하는 모습에서 계절이 이름표를 바꿔 달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트랙을 잇기 전, 이번 취재에 동행한 박봉남 고성군 문화 해설사와 함께 학림권 해안을 관심 있게 둘러봤다. 솔섬으로 가는 갯벌 위에는 굴 양식장이 넓게 자리하고, 산책로가 조성된 진달래 동산에는 폐목재를 파쇄해서 깔아놔 폭신한 느낌에 가볍게 걸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손길이 느껴진다.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솔섬 해안가에는 산책로와 야영장을 연결하는 데크가 설치돼 탐방객의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참다래로 안전행정부 정보화 마을로 지정된 송천 마을에는 영농조합 법인을 설립해 참다래 교육과 체험장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었다.

 리아스식 해안인 자란만 안자락의 아름다운 절경을 지나다 보면 우측에 용의 귀를 닮았다는 좌이산이 봉수대를 정상에 이고 제법 묵직하게 솟아있다. 좌이산이 흘려내린 끝자락, 동화마을 해안을 지나면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을비포성지에 들러보길 권한다. 둘레 330m, 포곡선으로 축조된 성곽은 남해안 해상 요충지인 통영과 사천 사이의 내만 깊숙이 숨어있어 적군의 눈을 속이고 태풍으로부터 배를 피항하기 좋은 여건에 군사들을 주둔시켰던 곳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경상우수사 원균 휘하의 이영남 장군이 성을 지휘했으며,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하룻밤 묵어간 기록이 있는 곳이다.

 사량도 선착장이 있는 용암포를 지나면 이번 트레일을 시작하는 맥전포항에 닿는다. 마을의 지명은 보리밭이 많은 갯마을이라 ‘보리밭개’로 불리다가 행정 정리 과정에서 한문화돼 맥전포라 불렸다고 고성군 곽건희 학예사가 전한다. 마을의 특산물은 마른 멸치로 단위마을 어획량이 전국 최고임을 알리듯 대형 멸치 배들이 포구에 여러 척 접안해 있다. 잘 정비된 주차장과 음악 분수대 넘어 붉은 등대와 하얀 등대가 대비를 이루고, 겹쳐진 긴 방파제는 바다 건너 사량도 옥녀봉으로 가는 뱃길에 개성 있는 조연으로 듬직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랙의 시작은 수협 면세유 탱크와 항구횟집 사이에서 열린다. 완만한 계단 사이로 난 소나무 숲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이끈다. 예쁘게 이어지는 야산을 끼고 걷다, 병풍바위 0.6㎞지점에서 감나무가 있는 텃밭을 지난다. 초입에서 10분여 걷다 보면 좌측에 군사시설을 지나고, 우측 오르막 방향 원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비스듬히 부드러운 발길을 이끈다. 얕은 언덕을 넘으면 남실바람이 너른 바다에 잔물결을 이루며 햇살아래 부서지고, 트레커는 그 눈부심에 취해 잠시 하늘을 올려 다 본다. 갯바위 해안가와 송림 사이에 설치된 데크길은 연출된 분위기보다 안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갯바위에 가장 근접한 지점에 ‘노을이 좋은 전망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로 발걸음을 세운다.

   
▲ 트레킹 데크길을 잠시 벗어나 해안에서 바닷바람을 쐬면 더없이 상쾌하다.
 입암마을로 연결되는 해안에는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와 제주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를 연상시키는 주상절리가 세로로 그어진 고운 바위 결에 세련된 입체감이 돋보인다. 용왕과 어부의 전설이 있는 해식 동굴 용굴이 바다에 빠져 밀려오는 파도에 연신 포말을 삼키고 있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전망대 위에 서면 당겨진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과 상족암 위로 공룡박물관이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다시 데크길을 내려서면 입암마을을 지난다. 입암마을 방파제 주위에는 테트라포트가 쓰임새를 기다리며 도열 해 있고, 해녀들이 물질하는 풍경에 살아있는 청정 해안임을 실감한다. 물질 소리를 뒤로하고 걷는 해안에는 갯벌을 뒤져 조개 잡는 아이들의 표정이 마냥 진지하기만 하다.

 닥나무밭이 많아 ‘닥밭골’로 불린 제전마을 해안가 송림에는 오토캠핑을 즐기는 각양각색의 텐트들로 북적된다. 초대형 파라솔이 있는 마을 중앙에는 편의 시설과 매점이 있고, 마을에는 횟집과 민박 간판들이 여럿 눈에 띈다. 제전마을 방파제와 촛대바위를 지날 때는 공룡의 무도회장으로 불리는 해안 노두와 물결무늬 지층의 연흔들이 오랜 세월의 신비감을 더한다. 경남 청소년 수련관 앞을 지나자 상족암이 가까워진다. 퇴적암 사이 척박한 환경에서 몸을 비집고 생존하는 나무를 보면서 삶의 질곡과 생명의 소중함을 화두에 실어 바다에 띄워 본다. 화두를 띄워 보낸 건너편 주상절리 전망대 위 사람들의 움직임이 지나온 거리를 가늠케 한다.

 해안데크 끝부분, 상족암 해안으로 연결되는 동굴이 낙석의 위험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잠시 계단을 넘어서니 해면과 수평을 이룬 넓은 암반이 찰랑되는 파도와 함께 펼쳐진다. 파도가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바위위에는 공룡들의 발자국들이 선명하다. 떡시루를 쌓아 놓은 것 같은 바위벽은 불가사의하고 절묘한 구도에 그 층을 셀 수 없이 높다. 밥상다리 모양으로 덩치 큰 상족암을 받치고 선바위는 융기하는 시간을 부여잡고 출렁대는 파도를 맞으며 버티고 섰다. 파도가 다녀간 해식동굴 안에 드니, 자연이 만든 멋스러움에 마음이 빨려드는 알싸한 전율을 느끼며, 1억 2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들이 뛰어놀던 시간 속으로 거슬러 본다.

 바다와 사람, 시간을 넘나드는 상족암을 뒤로하고 공룡 박물관 후문(제 2매표소)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바람 따라 오른다. 매표소를 지나는 지점에서 되돌아본 바다 위에는 여인의 가슴을 닮은 유방섬이 호기심을 피우며 떠 있고, 뒤편 사량도와 수우도, 서편으로 신수도와 남해군이 시야에 펼쳐진다. 공룡박물관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온 가족 나들이객이 대부분이고 아이들의 즐거운 재잘 됨으로 가득하다. 5개의 전시실에는 주제별 프로그램으로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를 알리고 있고, 야외박물관으로 조성된 공룡공원은 10여 점의 공룡조형물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공룡 놀이터, 소동물원, 편백숲길, 꽃동산이 잘 조성돼 있다.

 공룡 박물관 정문으로 나오면, 고성의 대표적 공룡 ‘이구아나돈’의 몸체를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정문을 내려서는 꽃길 끝 지점에서 경남 청소년 수련원 방향 우측 산책로로 내려선다. 차나무가 심어져 있는 오솔길을 굽어 돌면 근사한 출렁다리가 트레커들을 반긴다. 때 묻지 않은 숲길을 천천히 내려서니 청소년 수련원 주차장에 닿는다. 촛대바위 쪽으로 난 해안 데크길 위에서 산으로 열린 길로 접어든다. 호젓하리만큼 조용한 산길이 이어지다, 가파른 사면을 딛고 내려서면 제전마을 방파제 해안이 나오고, 좌측에 위치한 제전마을에서 트랙의 끝점을 찍는다.

 맥전포~입암~제전~상족암~공룡 박물관~청소년 수련원~제전 2.8㎞의 부담 없는 거리에, 순수 트레킹 시간 1시간 30분, 여유 있는 식사 30분, 공룡 박물관 관람 1시간을 더하면, 3시간의 만족스런 ‘상족암 공룡길’이 완성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공룡길은 그 자연 경관이 변산 채석강과 제주 용머리 해안에 결코 뒤지지 않은 절경이 있는 곳이다. 나오는 길, 여유로운 향수를 자극받고 싶다면 납작돌과 황토가 어울리는 학동마을 옛 담장 길과 최씨 고택에 들려서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을 담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길 위의 시선에서 보고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걸으면서 체험하며 결여된 사색을 채우는 것도 이 계절이 주는 매혹적인 낭만일 것이다. 답사팀은 나아가기 위한 길을 만들되 얼렁뚱땅 쉽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가급적 인공미 없는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찾고, 사람과 문화가 아우러진 스토리를 담아 소개하려니 편리함을 좇아 사라져 가는 옛길을 찾는 게 이 가을처럼 깊어만 간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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