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20 (목)
象牙塔(상아탑)
象牙塔(상아탑)
  • 송종복
  • 승인 2014.10.29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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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송종복
 象:상 - 코끼리 牙:아 - 이빨 塔:탑 - 망대

 상아탑이란 순수학문을 지향하는 대학을 비유하는 말이며, 이 상아탑 속에서 진리와 학문만 터득해 놓으면 사회의 적제적소 활용됐다. 그런 시장생산이 고객생산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대학의 ‘배지’에 있는 라틴어 ‘VERITAS LUX MEA’는 ‘진리는 나의 빛’이다. 지금 이 배지를 보면 시대착오의 감이 있다. 부산대학 교과(校歌)에 ‘진리와 이상으로 불타는 젊은 학도, 외치노니 학문의 자유’라고 하지만 이것도 사회취업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60~70년대는 ‘진리와 학문’을 터득한 인재는 사회와 기업에서 받아 써 왔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진리와 학문의 상아탑(아카데미)는 이제는 시장생산이 아니라 고객생산으로, 상아탑에서 인력시장으로, 대학의 위상을 바뀌고 있다.

 ‘상아탑’이란 용어는 솔로몬 왕이 지은 ‘아가서 7장 4절’에 ‘신을 신은 네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네 넓적다리는 둥글어서 공교한 장색의 만든 구슬꿰미 같구나. 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이 부은 둥근 잔 같고, 허리는 백합화로 두른 밀단 같구나. 두 유방은 암사슴의 쌍태 새끼 같고, 목은 상아 망대(탑) 같구나. 눈은 헤스본 바드랍빔 문 곁의 못 같고, 코는 다메섹을 향한 레바논 망대 같구나’라는 내용에 애인 몸이 너무 예뻐서 상아(象牙) 망대(塔)에 비유하면서 처음으로 상아탑(象牙塔) 용어를 사용했다.

 그 후 솔로몬과 루크레티우스, 비니, 쌩뜨뵈브, 토마스 만까지만 해도 ‘좋은 뜻’으로 쓰이던 상아탑이 20세기 들어와 점차 ‘나쁜 뜻’으로 인식하고 있다. 쌩뜨뵈브에 의해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곳’으로 그려졌던 상아탑이 120년 후인 캐시 카의 노래에서는 ‘냉랭하고 사랑의 매력을 잃은 곳’으로 변해버렸다.

 1964년부터는 ‘은둔ㆍ은거’의 뜻으로 사용하다가 1974년부터는 ‘급박한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1993년도부터는 ‘현실문제에 대처하는 데 실패1회피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요즘 대기업인 KT, SK텔레콤, LG전자, 삼성전자 등 IT업체들이 교과목을 지정해 대학에 요구한다. 이제부터는 필요한 인재를 ‘주문생산’해서 쓰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진리의 ‘상아탑’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 버렸다.

 필자가 다닐 던 1960년대 초기에는 한 학기 등록금이 가난한 농가에서 송아지 1마리 정도 팔아 마련하기 때문에 우골탑 또는 ‘우공의 울음소리’라고 했다. 요즘은 어떤가. 학문하는 대학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광고비를 쏟아 붓고 있으니 이게 학문인가 사업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하여 요즘은 한 학기 등록금에 황소를 몇 마리 팔아야 될 지경이니 ‘우공이 통곡하는 소리’가 절로 들리고 있다. 상아탑(象牙塔)이 상아탑(喪牙塔)으로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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