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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살 체험 활력 치유 온몸으로 안다
숲 속살 체험 활력 치유 온몸으로 안다
  • 경남매일
  • 승인 2014.11.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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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려니 숲길’
▲ 트레커들이 숲의 형태와 다양한 숲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는 제주의 사려니 삼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편백나무ㆍ삼나무 울창한 수림
입구~붉은오름 10㎞ 3시간 탐방
삼림ㆍ일광ㆍ해수욕 ‘삼락’ 즐겨

 옛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로망일 것이다. 한적한 숲길에서 정취 있는 돌담길까지 그 어디든 진한 향수 같은 그리움이 있기에 트레커들은 항상 옛길을 찾고 또 걷고 싶어 한다. 문명에 길 들여진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신비한 기대감 하나를 안고 낯섦을 찾아 떠나는 것이야 말로 배낭을 짊어지고 나설 수 있는 이들만의 특권일 것이다. 그 속에 상상으로 끝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무엇이 존재한다면 더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에 들뜨게 된다.

 10월 중순을 넘어선 한라산 중턱 성판악 휴게소를 지나니 숲은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옷들을 서둘러 진열하고 있다. 5, 16도로(1131번)를 따라 조금씩 낮춰지는 풍경에는 단풍나무가 갈아입을 물감을 풀어 채색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안개가 입김처럼 가볍게 다가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교래리 사려니 숲길 입구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차량들로 길가가 빼곡하다. 탐방 안내소에 도착하니, 사려니 숲길을 소개할 양선순 생태 해설사가 답사팀을 반갑게 맞아 준다.

 옅은 안개가 내린 사려니 숲길은 초입부터 묘한 분위기로 물씬 다가온다. 제주도 말로 사려니, 살안이, 혹은 솔안이의 살로 불리는 사려니 숲은 신령스런 존재나 장소를 이야기할 때 불리는 신역(神城)의 숲이라 존재 시 되는 곳이다. 제주도는 고려시대부터 소나 말을 방목해서 키웠다. 해발, 550m에 평탄하게 나있는 사려니 숲길은 옛 부터, 말테우리(말목동)나 소테우리(소목동)들과 사농바치(사냥꾼)들이 이용한 길로 화전민들이 숯을 굽던 숯 가마터가 있었다. 표고버섯을 따던 이들도 드나들던 이곳에는 원시 그대로의 숲에 아직도 버섯장이 몇 곳 남아있고, 지적도 상에도 임도로 존재한다.

▲ 트레커를 반기는 때죽나무(종낭)가 실버벨 화음을 연주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삼림욕이나 자연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숨겨져 있던 이 숲길이 예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2009년도 사려니 ‘숲길 위원회’가 발족됐고, 실태 조사를 거쳐 사람들을 초대하고 알려지면서 숲길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온대성 산지대로 오랫동안 수종의 변화가 적은 극상림 속에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 생태림이 주종을 이루고, 물찻오름을 분기점으로 인공 조림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수림으로 펼쳐져 있다. 아울러, 추분취와 고사리과 양치식물인 관중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연 속의 보배로운 숲이다.

 숲길 내내 울창한 수림과 붉은 송이(화산 분석)길이 푸른 숲과 색감의 대비를 이룬다. 초입부터 곳곳에 마련된 테마별 주제가 이채롭다. 30분, 한라산 1천400m 어후오름에서 발원한 천미천(천개의 꼬리를 가진 천)을 지나면 아치형 목교가 포토존을 운치 있게 잇는다. 억척스런 삶을 이겨낸 제주민의 도화(道花) 참꽃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군락을 이루어 뿌리 내리고 있다. 최근 사려니 숲길이 쉽게 접근해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생태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전년도에 30여만 명이 다녀갔다 한다. 올해는 40만 명의 탐방객이 다녀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니, 차츰 사려니 생태 숲을 찾는 탐방객은 늘어날 것이라 보인다.

 속살을 비친 숲 속에는 밝은 빛과 맑은 공기가 이어지며 잠시 고요로 멈춘다. 거기에는 빛나는 수식어보다 더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기에, 트레커는 감히 침범하지 못할 겸손으로 숲을 안고 선다. 간간이 쉼터와 이정표가 잘 갖춰진 평화로운 숲에는 새비나무와 식물학계의 트렌스젠드 천남성이 계절을 넘기며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다. 분화구가 성처럼 둘러싸여 연중 물이 차 있는 물찻오름은 입구에서 자연생태 복원을 위해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어 성판악으로 연결되는 출입제한 표지판을 또 만나니, 과연 우리가 이 숲을 걸을 자격이 있는가에 씁쓸함이 전해온다.

 차츰, 다양한 수종의 숲길은 멀어지고 높고 짙푸른 난대성 수종인 삼나무 숲이 다가온다. 우측 서어나무 숲 1.5㎞ 구간을 버리고 지나니, 하늘도 삼나무처럼 높게 열린다. 해발이 차츰 낮아지는 트렉에는 자갈과 검은색 송이(화산 분석)가 섞여 깔려있다. 일제강점기 들어온 삼나무가 1973년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치산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삼나무 숲으로 조성됐다. 트렉의 마지막, 약 3.5㎞ 붉은오름 도로까지 이어지는 널찍한 길에는 피톤치드 향기가 모든 것을 씻어내는 활력으로 코끝을 감싼다.

 사려니 숲길을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방법은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매시간 출발하는 번영로선 시외버스 시간을 잘 활용하면 실시간 불편 없이 사려니 숲길에 접근할 수 있다. 트렉은 제주시 초전읍 교래리,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물찻오름~붉은오름 10㎞, 약 3시간이면 탐방 가능하다. 역방향으로 붉은 오름에서 물찻오름~교래리 방향으로 운행도 할 수도 있다. 단 승용차를 이용 시에는 차량 회수를 염두에 두고, 물찻오름에서 회귀를 하든지 다시 돌아갈 교통편을 준비해야 된다.

 제주도의 삼림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려니 숲길은 개방 전 돌맹이가 많은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길에 집중호우에 대비해 간간히 시멘트 포장 자국이 아직 남아있다. 그 위에 어딘가 오름에서 가져온 붉은 송이를 깔아 제주를 나타내는 시각적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일부 걷기 좋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다, 재미있게 ‘세계 4대 자연욕’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을 연계시켜 봤다. 즉, 햇볕이 많은 제주의 사려니 숲에 들려서 삼림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그 빛에 조사(照射)된 화산송이가 원적외선을 방출하니 자연 암반욕이 되고, 30분 이내에 바닷가와 연결되니 해수욕까지 즐길 수 있는 일거삼득(一擧三得])의 스케줄도 좋을 듯하다.

 고맙고 아름다운 숲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자연을 찾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자연 속의 자연물들이 숲의 주인임을 확실하게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연을 찾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편안함을 찾아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숲을 헤치고, 희귀 식물을 채취하는 일들을 의식 없이 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 불편하고 호기심이 가더라도 내가 주인이 아니고 잠깐 다녀가는 손님의 입장이라, 생각 한다면 좀 더 조심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연에서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자연은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사려니 숲에는 애완견 동반과 자전거를 타는 것을 금한다. 즉 순수하게 걷는 이들만을 초대하는 숲인 것이다.

 사려니 숲의 모든 식물은 스스로 다양한 자연치유의 피톤치드를 발산하고 있다. 인공적인 편백, 삼나무가 내뿜는 항균작용에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그 숲에 공생하는 식물들에 좋고, 곤충과 동물이 약육강식 속 먹이사슬을 이루며 살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이기에 더 오래 왕성한 생태계를 이룰 것이다. 즉,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변화해 온 숲은 인간의 의사가 아닌, 자연의 변화에 맞게 천이(遷移) 돼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숲을 관리하는 분들이 생물학적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생태환경을 치우침이 없이 내다보고 숲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나 대비되는 숲의 형태와 다양한 숲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는 제주의 사려니 숲길이 또 가고 싶은 숲으로 자꾸 내다보인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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