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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로움 달래며 가슴에 낭만 채우는 생태길
허허로움 달래며 가슴에 낭만 채우는 생태길
  • 경남매일
  • 승인 2014.11.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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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슬로우시티 전남 증도
▲ 트랙의 시작인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를 걸으면 물이 빠진 갯벌에서 짱뚱어가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이 들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짱뚱어다리~해송숲 2시간 30분
전망대 3㎞ 걸쳐 소금창고 도열
청정 환경 따라 자전거 이동 재미
갯벌서 잡은 짱뚱어탕 별미 유명

 “다리가 떨릴 때 떠나려 하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

 떠도는 바람처럼 마음껏 즐기고, 그 즐거움 뒤에 잠시 허허로움도 배울 것이 있으니, 한가로운 바람에 발길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보자.

 아시아 최초 슬로우시티, 보물섬, 1004의 섬, 생태갯벌, 천일염전 등 항상 수식어가 먼저 그곳을 알리는 곳이 있으니,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가 그곳이다. 전남 순천에서 영암을 잇는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된 후부터 목포를 중심으로 서해 남부권 여행이 예전 1박 2일 일정에서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곳으로 가까워졌다.
 본섬인 증도를 중심으로 화도, 병풍도, 대기점도 등 7개의 유인도와 92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증도면은 18개 마을에 2천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예로부터 물이 귀한 섬이라 해 ‘시루(사리)섬’이라 불리다가 전증도와 후증도가 하나의 섬으로 합쳐지면서 ‘증도’라 불려졌다. 1976년부터 인근 도덕도 앞바다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송ㆍ원대 해저 유물이 발견 되면서 보물섬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우시티(Citta Slow)로 지정된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증도에 들어서면 먼저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이 그 위용을 뽐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살아있는 생태갯벌이 낯섦을 갈망하는 탐방객을 유혹한다.

▲ 아시아 최초 슬로우시티인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개념도.
 2010년 신안군 지도읍 지산개와 증도면 광암 나루를 잇는 증도대교가 개통 되면서 증도는 언제든지 자동차로 통행이 가능하게 됐다. 무안 해제반도를 지나 지도읍에 들어서면 넓은 갯벌과 염전밭 주위로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붉은 함초가 이색적인 풍광으로 다가온다. 목포에서 49.4㎞, 1시간 거리인 증도대교를 지나면 잠시 차를 멈추게 하는 통제소가 자리한다. 증도의 쾌적한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 2011년부터 입장료를 받는 곳으로 내년부터 폐지된다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2위로 선정한 보물섬 슬로우시티 증도를 천천히 걸어보자.

 증도 트레일에서 섬 전체를 하루 만에 도보로 걸어 탐방하는 것은 시간상 무리가 따른다. 이번 답사에서는 증도의 매력을 뿜어내는 2곳을 걷는 트레일과 이동을 연계해서 소개하려 한다. 면소재지가 있는 증동리를 지나면 문중경 전도사 기념관이 있는 교회가 기독교 마을답게 규모 있게 자리하고 있다. 이내, 우측에 바다를 끼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넓은 갯벌과 바다가 저릿한 갯내음을 풍기며 마주 선다. 트랙의 시작은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에서 시작한다. 솔무등 공원과 우전해수욕장을 연결하는 470m의 날렵한 목교위를 지난다. 물이 빠지면 살아 숨 쉬는 갯벌에는 짱뚱어가 발 아래서 뛰어놀고, 물이 들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착각이 든다. 쉬엄쉬엄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바닷물과 갯벌이 외롭지 않은 바다를 담는다. 10여 분이면 갯벌 위 짱뚱어다리를 지난다. 섬 갯벌 축제장 광장을 지나면 은빛 고운 모래가 이국적인 백사장을 펼치고, 크고 작은 무인도를 수평선 위에 한가롭게 얹어 놓았다. 4㎞에 걸쳐 이어진 우전해수욕장 백사장 위에는 이색 짚풀 파라솔과 선베드가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며, 여유로운 쉼터를 제공하며 트레커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해변이 해송숲을 좌측에 끼고 길게 이어진다. 50여 분을 걷다, 인공 시멘트벽을 만나는 지점 잔디구장에서 좌측 천년 해송 숲길로 올라서서 짱뚱어다리 방향으로 회귀한다. 한반도를 빼 닮은 지형에 50~60년생 방풍림이 멋스럽게 잘 가꿔진 숲길에는 ‘망각의 길, 철학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사색하기 좋은 해송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초입 짱뚱어다리에서 여름철 텐트장이 있는 이곳까지 동심 같은 즐거움으로 2시간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

 한적하고 이국적인 트랙을 걸었으면, 차량으로 15분, 증도의 보석 태평염전으로 이동한다. 우전리 갯벌공원길을 지나 천일염길에 접어들면 태양광 발전소를 만나고 소금밭 전망대 입구에 닿는다. 소금박물관이 있는 삼거리에서 소금밭 전망대가 있는 동산은 7분이면 오른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낙조 전망대로도 불리는 이곳에 오르면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태평염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간 1만 6천t, 국내 천일염의 6%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가장 먼저 탄성을 자아내는 게 동서로 3㎞에 걸쳐 길게 도열한 소금창고다. 50년 전에 선증도와 후증도를 막아 만든 67개 판의 소금밭과 저수지, 40여 동의 소금창고가 어우러져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모습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태평염전의 명성에 걸맞은 풍광으로 보는 이의 눈을 매료시킨다.

▲ 트레커들이 소금 전망대에서 태평염전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금밭 전망대를 내려서면 지척에 소금 박물관과 오토캠핑장, 태평 염생 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소금박물관에는 소금의 역사와 문화, 소금의 생성 과정을 다양한 전시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시청각 자료와 함께 마련해 놓았다. 카라반을 대여하는 오토캠핑장을 좌측에 두고 태평 염생 식물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태평염전이 조성될 때부터 보존돼 온 국내 유일의 염전 습지인 이곳에는 함초, 띠풀, 칠면초, 갯솔나무 등 75종의 염생식물(염전에서 생육하는 식물)을 관찰로를 따라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데크가 설치돼 있다. 갯벌에는 짱뚱어, 농게, 갯비틀이고둥등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게들이 사람들의 인기척에 기다란 눈알을 휘휘 돌리며 뒷걸음질하는 모습은 트레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태평염전에서 천일염을 배우고 직접 만드는 체험장은 하루 두 차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증도 내에서는 차량 속도를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이동 교통이 편리하지 않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증도를 탐방하는 분들은 연계 이동의 불편함을 조금 줄이는 방법으로 자전거 이용을 권하고 싶다. 트레킹에서 갑자기 뭔 자전거냐는 말을 할지 모르나, 슬로우시티를 제창하며 천혜의 청정 환경을 지키려는 증도 주민의 노력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권하고 싶은 제안이다. 또 증도의 속살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장소에 대한 자유로움을 찾는데 자전거만한 이동 수단이 없기에 추천한다. 현재 증도에는 짱뚱어다리 우전해수욕장 방향에서 자전거를 비치해 놓고 탐방객에 저렴하게 대여하고 있고, 엘도라도 리조트에서도 숙박객과 일반에게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는 점 참고 바란다.

▲ 우전해변 짚풀 파라솔.
 증도의 갯벌과 염전을 둘러봤으면, 청정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로 만들어진 증도의 별미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즐거움일 것이다. 바로, 청정 갯벌에서 잡히는 짱뚱어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증도의 별미는 단연 영양 만점 짱뚱어탕이다. 양식이 안 되는 짱뚱어는 이 지역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증도 천일염으로 깨끗이 씻고 대파, 양파, 다시마 등 천연재료를 넣고 끓여놓은 육수에 통째로 넣고, 푹 삶아내어 체에 받아 뼈를 발라낸 후 무, 배추, 토란대와 무청을 얹는다. 여기에 적당량의 된장과 소금, 들깻가루, 깨, 천연 양념을 맞춰 끓여낸다. 증도에는 진하고 담백한 짱뚱어탕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맛집이 여러 곳에 성업 중이다.

 증도 사람들은 바다가 정해준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밀물과 썰물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움직이듯, 그곳의 사람들도 바다가 숨 쉬는 만큼 같이 움직인다. 그것은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순응하며 사는 증도 민만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증도에서 보물선이 발견되고, 세상의 이목을 집중되고 유명해져서 보물섬이 아니다. 지금까지 증도의 바다가 자신들에게 준 고마움을 잊지 않고 그 터전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그들의 마음이 증도와 함께 있기에 보석 같은 보물섬으로 남게 된 것이다. 염전 밭 뜨거운 태양 아래 그들이 흘린 땀처럼 증도의 소금은 우리의 식탁에서 더 깊은 맛으로 다가올 것이며, 허허로움을 비우고 가슴을 채우는 낭만 생태 여행지로 보존될 것이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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