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24 (금)
走馬燈 (주마등)
走馬燈 (주마등)
  • 송종복
  • 승인 2014.12.10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송종복
 走:주 - 달리다 馬:마 - 말 燈:등 - 등불

 주마등은 워낙 빨리 돌아가므로 죽기 직전 인생의 모든 순간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흔히 주마등에 비유한다.

 세월이 덧없이 빨리 돌아간다는 뜻이다. 1967년 안대원의 노래에 ‘눈감으면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사람… 그때 그날 밤 다시 못 올 주마등인가 유성이든가’ 1988년 이도영의 노래에 ‘나 어릴 때 뛰어놀던 고향… 아쉬운 미련 허무한 세월 시름의 주마등’ 등이 있다. 국외로는 일본 가수 진숙화(陳淑華)의 노래에, 대만 가수 등려군(鄧麗君)의 노래에 주마등(走馬燈)이 노래가사에 약방의 감초같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중국 주(周)나라 때 야간통행을 금지시켰다. 그러다 보니 백성들이 겪는 불편이 대단했다. 그래서 통치자들은 백성들의 억압된 심리도 풀어주고, 또 태평성대를 과시하기 위해 명절만큼은 야간통행 금지를 해제하고 휘황찬란한 등(燈)을 궁성(宮城) 주위에 내걸게 했다. 이때부터 차츰 등을 거는 기간도 늘어나 명의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10일간이나 걸게 했으며, 지금은 설부터 대보름까지 무려 15일간 걸어둔다. 요즘은 명절이나 행사가 있을 때면 으레 길거리에 등불부터 내건다.

 경사가 있는 날에는 등을 거는데 燈의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마등(走馬燈)이다. 등 위에 둥근 원반을 올려놓고, 원반의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붙여 늘어뜨린다. 밑에서 촛불을 밝히면 등 내부의 공기가 대류현상(對流現狀)을 일으켜 원반을 돌게 한다. 이때 말이 질주하는 모습이 연속 동작으로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것이 走馬燈이다. 이는 세월의 빠름이나 어떤 사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형용하기도 한다.

 벌써 갑오년이 가고 을미년이 온다. 그동안 소쩍새ㆍ꾀꼬리ㆍ박새ㆍ뻐꾹새ㆍ지빠귀ㆍ제비ㆍ딱새 등등 모두 가버렸다. 그 대신 멧새ㆍ산비둘기ㆍ까치ㆍ까마귀로 바뀌며, 호수에는 기러기ㆍ오리로 대체하니 이제 그동안의 아쉬움과 미련, 인생무상이 겹치는 세모가 가깝다. 삶의 귀착지요, 끈끈한 향수가 도사린 귀향길을 생각난다. 고향은 모든 일의 귀착이며 원점이다. 제야의 종소리는 피할 수 없다. 그간 서로의 잘잘못을 훨훨 털어 주마등같이 빠른 세월에 새로운 인정으로 새해를 맞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