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4:56 (금)
홍준표호 귀항지는
홍준표호 귀항지는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2.21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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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경남에는 김영삼, 전두환, 노무현 대통령 등 변화의 길을 마다 않는 정치적 DNA가 살아 꿈틀거린다. 그래서인지 경남지사 대망론은 끊이질 않고 있다. 홍준표 지사도 마찬가지다.

 경선 때부터 줄곧 그랬다. 그의 삶은 기다리지 않고 나아갔다. 낙동강 변에서 태어나 여름철 장마 때면 하천부지에 지은 집을 떠내려 보낼까 봐, 또 양식이 없어 굶은 그 가난한 시절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안겨주지만 그에게는 야망을 가르쳐 줬다. 그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삶은 청년 홍준표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축을 옮기도록 한 동력이 됐다.

 변방을 벗어난 그는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그리고 여당의 무덤인 서울 강북에서 4선 국회의원을, 또 집권여당 대표를 거쳐 현재 경남지사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또다시 변방의 도백으로 삶이 이어진 그의 이력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 다음 순간에도 경남도정은 간단하지가 않을 것 같다. 홍준표 지사는 2012년 12월 20일 제35대 경남도지사에 취임한 데 이어 6ㆍ4지방선거에 재선돼 도백을 맡은 지 2년을 맞았다. 그가 경남지사직을 맡은 후 경남도정은 그의 삶만큼이나 치열한 도정 2년이었다. 하지만 야권으로부터는 ‘행정의 정치화’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ㆍ통합진보당ㆍ정의당ㆍ노동당 경남도당은 취임 2주년을 앞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홍준표 지사의 도정은 신뢰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며 “2주기를 맞아 자신이 걸어온 잘못된 길을 되돌아보고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야권이 합동 기자회견을 통한 비판은 경남도정 사상 초유의 일로 여겨질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공공의료와 무상복지 분야에선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 단초일 수 있지만 대권 주자란 몸집과 맞물려 야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어 ‘경남도민과 함께 가겠다’는 것 외에는 달리 변명도 않는다.

 이런 논란에도 홍 지사는 역대 경남지사가 해결하지 않고 돌린 폭탄도, 또 숙원인 현안도 단박에 처리했다. 지난 2년간 펼친 도정은 국가산업단지 3곳 지정과 만년 꼴찌인 청렴도 수직 상승, 고강도 채무관리로 지난 지사들이 선심성 사업과 지원으로 바닥난 재정난에도 부채를 줄인 고강도 채무 관리, 거가대로 자본 구조화 성공 등은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우선 국가산업단지 3곳 지정은 전국 4곳 중 3곳을 거머쥔 것으로 청와대와 통한 정치적 지원이란 역대 도지사가 지정받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으로 사천ㆍ진주에 항공, 밀양에 나노융합, 거제에 해양플랜트 등 3곳이 조성돼 기업이 입주하면 26조 9천234억 원의 경제 유발과 9만 7천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국가산업단지의 유치로 경남은 미래 50년 먹을거리 마련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바닥 수준이던 경남의 청렴도 상승도 돋보였다. 경남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2014년 종합 청렴도 평가 결과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은 13∼15위로 꼴찌 수준이며 2002년 청렴도 평가가 시작된 후 최고 수준이다. 청렴도의 획기적인 개선은 홍준표 도지사의 강력한 부패 척결과 개혁 의지에 따라 청렴 관련 제도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도는 지난해와 올해 원금 4천538억 원, 이자 824억 원 등 모두 5천362억 원의 부채를 상환했다. 2년간 매일 7억 3천400만 원의 빚을 갚은 셈이다. 이에 따라 도 부채는 원금 기준으로 1조 3천488억 원에서 8천950억 원으로 33.6%나 줄었다. 또 경남도는 거가대로의 자본 구조화에 성공, 37년 3개월간 무려 5조 3천억여 원을 절감하는 놀라운 효과를 거둬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도는 2015년과 2016년에도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981억 원과 1천89억 원의 빚을 각각 갚아 채무 규모를 6천억 원대로 떨어뜨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도 산하 출자ㆍ출연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기업ㆍ대학과 연계한 ‘기업 맞춤형 트랙 협약’을 맺어 도내 대학생 등 청년 일자리를 확보한 것 등도 돋보인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 등은 야권과 시민ㆍ사회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몰고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재개원을 위한 1인 시위를, 학부모단체는 ‘무상급식 지키기’ 1만인 선언을 하며 지원 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등 그 여진(餘震)은 진행형이지만 이슈메이커였다. 이를 둘러싼 공과는 도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두고 다들 ‘정치적 승부수’라고 한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경남도민들은 지난 경남지사들의 부침을 지켜봐 왔다. 다른 것은 지명도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출마 반열에 올라서려는, 또는 위장적인 삶에 따른 이익 등을 위한 바람막이용이 아니란 점이다. 그 귀결점은 홍준표 도지사에게 답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당분간은 말이다. 따라서 정치적 변방에 자리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도정 공과와 함께 다시 중심에 자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변화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경남의 정치적 DNA가 살아 꿈틀거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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