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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말 ‘소드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말 ‘소드래’
  • 박태홍
  • 승인 2014.12.22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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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회장 박태홍
 이 나라의 정국이 동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소드래로 일관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나라의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할 청와대도 그렇고 국회와 정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정치인은 물론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까지도 그렇다.

 박사, 평론가, 교수, 정치인이라고 지칭되는 지식인들이 각 매체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여과되지 않은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는 사안을 미리 앞서 예단하거나 지레짐작으로 말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 정서 또는 민심을 핑계로 소드래를 계속 유발시키고 있는 듯하다.

 소드래란 진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에서만 쓰여지는 어원이 분명치 않은 순수한 경상도 사투리다. 이 사람에게는 저 사람 말을 저 사람에게는 이 사람의 말을 좋지 않게 전해 이간질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같이 소드래로 인한 와전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말이란 돌고 돌아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라의 논쟁점이 되고 있는 모든 사안들이 말에서부터 비롯됐다 할 수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박지만, 이재만, 정윤희로 묘사되는 만만회가 그렇고 밑도 끝도 없는 7인회니 십상시(十常侍)니 하는 신조어들이 국가경영과 상관없이 정국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다.

 십상시란 중국 한나라 영제때 한관중 장양조충, 하운, 곽승, 손장, 필남, 율승, 단규, 고망, 장공, 한리 등 10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중국의 역사 황건적의 난과 함께 후한을 망국의 수순으로 이끌었다 할 수 있다.

 이처럼 내시들의 잘못으로 망국의 상징으로 알려진 십상시란 단어가 청와대의 공식문서에 등장했으니 국민들은 충격을 뛰어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건은 왜 만들어졌는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공방이 계속되는 것 또한 말에서 말로 비롯된 것 아닌가 한다.

 이 문건에는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을 미행했다는 출처가 분명치 않은 것에서부터 권력의 실질적 2인자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축출하려 했다는 설 등 진실을 규명할 수 없는 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모 주간지에서 특종이라고 내보낸 박지만의 미행설로 인해 정윤희 씨와 박지만 씨의 권력 암투설이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익에 우선하지 않은 이 같은 설이 9개월 전의 일이다. 근데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무엇을 했나? 진실규명을 위한 진위를 가리든지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든지 사태에 대한 수습이 뒤따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에는 예사롭게 생각했던 설로 인해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십상시란 오명이 씌어진 것이다. 이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며 한 덩어리가 돼야 할 민심까지 이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를 볼 때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현실에 얽매어 미래를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면서 국민들만 고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기 대권에만 쏠려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3년이나 남아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려면 박 대통령과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귀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얘기도 쓰임새가 있는 말이라면 들어야 한다.

 이 또한 통치권자의 덕목 아니겠는가. 자칭하는 리더들이 특권을 누리면서 리더다움을 확인하려 할 때 박 대통령은 특권을 버리고 국민들 속에서 국민과 함께 신뢰와 권위를 되찾아 국가경영에 이바지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은 지금부터 자질구레한 소드래에 휩싸이지 말고 국민을 앞세운 국익우선주의 나라경영으로 3년 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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