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31 (수)
교도소 유치 편 가르기
교도소 유치 편 가르기
  • 정철윤 기자
  • 승인 2015.01.12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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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윤 제2사회부 차장
 님비(Nimby)현상,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는 것으로 산업 폐기물ㆍAIDS환자ㆍ범죄자ㆍ마약중독자ㆍ쓰레기 등의 수용ㆍ처리시설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자기 주거지역에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현상이다.

 님비현상은 지역 이기주의로 공공정신의 약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감에 따라 일정지역 거주민이 지역 훼손사업 또는 오염 산업의 유치를 집단으로 거부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공단설립이나 원자력발전소, 댐건설은 물론 핵폐기물 처리장, 광역쓰레기장 같은 혐오시설의 설치가 중단되는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반대 개념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방에 유치하겠다(Please In My Front Yard)는 핌피현상이 있다.

 지난 6ㆍ4 지방선거 때 불거진 법조타운 조성사업이 교도소 유치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2014년 거창군의 최대 화두는 ‘법조타운 조성’에 관한 일이었고 지금도 이 문제로 거창군이 뜨겁다.

 군청 앞마당 천막농성장에 학교 앞 교도소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의 아버지가 찾아갔다가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부녀지간에 금이 가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지역분열이 일어나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헐뜯는다. 심지어 한 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했는데 회원 몇 명은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거창군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뭘까?

 매일 계속되는 피켓시위와 군청 앞 천막농성 그리고 범대위와 군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연일 정보공개 청구ㆍ집회 등 반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집단휴교,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의 막말, 군수실까지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등 자기들과 생각이 맞지 않는다고 집단행동과 폭력을 사용한다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100% 만족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도 반대 측은 치안 악화, 학교주변 학습권 침해, 교육도시 거창의 이미지 저하 등에 대한 심각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찬성 측에서는 수 십 년간 이어진 성산마을의 악취문제 해결, 거창읍 북부의 신시가지 형성,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가 돼 있다. 하지만 법이 정한 테두리에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소통하고 순리대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기본이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것이다.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은 약 1천700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 중 하나로 거창읍 성산마을 일대에 거창지법과 지청, 보호관찰소 등 법조기관을 밀집시키는 내용이다.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성산마을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양돈과 양계로 인한 악취로 인근 APT 단지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해결함과 동시에 거창읍 북쪽 낙후지역을 개발해 상주인구도 늘어나고 정부지원금도 늘어나 경제적 효과도 분명히 날 것이다. 또 거창 교육도시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법조타운 안에 들어서는 교정시설에는 출소 후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제빵ㆍ건축ㆍ목공ㆍ원예반 등 작업장에서 기술습득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이러한 교육을 통해 출소 후 안정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한번 실수로 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전과자라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다시 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많다. 이는 국가전체로 봐도 손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법조타운 관련 예산 수정 없이 원안대로 통과가 돼 법조타운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을 할 때다. 서로 대립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를 말이다.

 지역을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며, 어느 누가 내 지역, 내 고향이 잘못되기를 바라겠는가? 지금이라도 군과 범대위 측에서 서로의 관점을 면밀히 관찰하고 보완해 군과 민이 서로 상생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추진 됐으면 한다.

  지난해 12월 거창군의회 정례회 때 방청석에 앉아있든 성산마을 한 주민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언덕 하나를 넘으면 사람이라고는 찾아오지 않는 한적한 곳이 언제부터 거창의 중심부였고, 우리마을에 이렇게 관심들이 많았노?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혹 한 번이라도 와 봤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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