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1:09 (화)
나눔에는 한계효용 없다
나눔에는 한계효용 없다
  • 정창훈
  • 승인 2015.01.18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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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늦가을 고향의 산야에서 민들레 한 소쿠리를 캐왔다. 민들레는 한의학에서 ‘포공초’ 또는 ‘포공영’이라 해 잎은 강장제ㆍ건위제 등으로 뿌리는 해열과 이뇨ㆍ거담ㆍ해독제로 사용하며 진액이나 즙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는 여성들의 유선염 등과 같은 경우에도 응용해서 사용했던 약재이자 식품이기도 하다.

 민들레의 뿌리ㆍ줄기와 잎으로 만든 민들레 김치는 말 그대로 밥상의 보약이었다. 민들레의 쌉쌀한 맛은 식욕을 돋우고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 좋은 민들레 김치도 며칠 동안 끼니마다 먹다 보니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김치로 가는 젓가락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배고플 때 먹는 짜장면의 맛도 기막히다. 하지만 한 그릇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하나를 더 시키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첫 번째 것에 비해 확실히 감동이 덜하다. 세 그릇째라면 맛을 거의 느끼기 어렵다. 짜장면은 이처럼 첫 번째가 가장 맛이 좋고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맛도 떨어지고 만족감도 없고 오히려 고통이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학에서 쓰이는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한계효용’이란 어떠한 재화를 소비함에 있어 추가적으로 얻는 효용을 의미하는데 어떤 상품을 한 단위 더 추가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얼마만큼 더 만족을 느낄 수 있는가를 말한다.

 따라서 한계효용은 처음 재화를 통해서 얻게 되는 크기에 비해 반복될수록 줄어들거나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하인리히 고센(Hermann Heinrich Gossen)’은 이러한 행동들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ies)으로 설명했다.

 즉, 한 재화의 소비량이 일정 단위인 개인의 필요나 만족을 넘어서면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그 재화의 한계효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적기에 구입할 때, 그 만족감은 매우 높지만 필요성이 충족된 물건을 다시 구입한다고 하면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센의 이러한 주장과 설명은 인간의 욕망과 합리적 소비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복지 분야에서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복지 분야에서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사회적인 ‘소득의 재분배’의 논리적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100억 원을 가진 부자와 전 재산이 100만 원인 가난한 사람이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100만 원의 공돈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부자는 100만 원이 추가로 생긴다 해도 별로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겨우 재산이 1만 분의 1 늘었을 뿐이다. 부자는 자기가 갖고 있는 돈에서 100만 원쯤 없어진다고 해도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갖고 있던 100만 원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면 곧바로 파산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득 재분배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파이’를 나누면 사회 전체의 만족감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는 기분이 약간 나쁠 수 있지만 부자의 기분 나쁜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만족감이 훨씬 크다. 대표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은 복지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복지정책의 기조들이 ‘파이를 나누자’는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눈다는 것은 나눗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나눔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더 많이 나눠 준다고 나눔의 만족도가 체감되지 않는다. 나눔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할수록 만족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최근 OECD는 국가별 빈부 격차가 30년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교육기회가 제약됨으로써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나눔은 정부의 분배 정책에 비해 한계는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을 어느 정도 치유하는 동시에 정부의 잘못된 분배 정책으로 인한 자원낭비를 줄여 줄 수 있다.

 무엇이든 나 자신에게 없을 때는 애타게 찾기도 하고 처음 생길 때는 눈물 나게 감격스럽지만 필요 이상으로 넘치게 되면 제아무리 근사한 물건이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나눔의 효용은 나눔의 수혜자가 자신이 받은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또 그 행복을 받은 사람이 동일한 행위를 하게 되면서 사회에서 나눔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진다. 나눔은 사회 전체 효용 증가의 밑거름이 된다. 나눔의 행복이 보편화돼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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