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22 (목)
입춘 예찬
입춘 예찬
  • 황소성
  • 승인 2015.01.21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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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성 대한불교 감로정사 지도법사
 세월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갑오년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시작돼 어느새 한달을 보내고 꽃샘추위가 오는 2월을 맞이했다 2월 4일은 봄을 상징하는 입춘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입춘(立春)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로 음력(陰曆)으로는 정월(正月) 의 절기(節氣: 매달 상순에 드는 절기)에 해당하며 태양이 황경(黃經: 춘분점에서부터 황도를 따라 잰 천체의 각도 거리) 315도일 때다. 양력(陽曆)으로는 2월 4일이나 5일경으로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이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철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이날 밤을 “해넘이”라고 부르고,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입춘을 마치 연초(年初)처럼 본다.

 입춘날은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ㆍ건양다경(建陽多慶)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인다.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사찰에서는 입춘절 소원을 비는 입춘절 기도를 봉행하고 입춘절 부적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나눠드리고 한 해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일 년 내내 무사태평 만사형통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풍습이 지금도 성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맘때는 으레 꽃샘추위가 입춘한파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한다. 입춘이 지난 뒤에 날씨가 몹시 추워졌을 때에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고 말하기도 한다. 입춘 무렵에 추위가 반드시 있다는 뜻으로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이 생겼고 격(格)에 맞지 않는 일을 엉뚱하게 하면 “가게 기둥에 입춘이랴(假家柱立春)”고 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입춘날 입춘절식이라 해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얹고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먹으며, 함경도에서는 민간에서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경기도 산골지방의 육읍에서는 총아ㆍ산개ㆍ신감채 등 햇나물을 눈 밑에서 캐내어 임금께 진상했다. 궁중에서는 이것으로 오신반(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장만해 수라상에 올렸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됐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라 해 파ㆍ겨자ㆍ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 간에 나눠 먹는 풍속도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입춘날 굿 놀이를 행하는데 이 놀이는 농경의례에 속한다. 해마다 입춘 전날에 무당들이 주사(州司)에 모여 나무로 만든 소에게 제사를 지내고 입춘날 아침에는머리에 월계수 꽃을 꽂고 흑단령 의복을 차려 입은 호장(戶長)이 나무소에 농기구를 갖춰 나와 무격들로 해금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앞장서서 호위해 대오를 인도하게 하며 큰 징과 북을 치며 행진해 관덕정 앞마당에 이르면 호장은 무격들을 나눠 여염집에 들어가서 쌓아둔 보릿단을 뽑아오게 해 뽑아온 보릿단으로 실(實)ㆍ부실(不實)을 판단해 새해의 풍흉을 점친다. 또 돌아서 객사에 이르면 문밖에 있던 호장은 쟁기를 잡고 밭을 간다. 또한 아주 크고 붉은 가면에 긴 수염을 달아 농부로 차린 한 사람이 등장해 오곡의 씨를 뿌린다. 이는 대개 탐라왕이 몸소 백성들 앞에서 밭을 갈아 풍년을 기원하던 유습이 전해 내려온 것이라 한다.

 봄은 벌써 시작됐다. 봄의 전령사 매화의 개화 소식도 들려온다.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행장 꾸려 남녘으로 떠나라는 꽃소식을 듣는다

 옛 선인들이 만든 절기의 이름은 이렇게 계절의 특징을 눈앞에서 보여주듯 묘사해서 봄이라면 꽃, 봄에 피는 꽃이라면 매화를 들 수 있다. 어느 봄꽃보다 이른 시기에 피기에 추위에도 지지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예전부터 이름 높은 매화이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말은 옛부터 내려오는 말이다. 언 땅에서 꽃을 피우는 매화는 이른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존재다. 한파를 뚫고 피어나는 매화는 강인한 생명력과 인내,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아무튼 1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는 말처럼 입춘은 1년하고 열두 달의 24절기 중에서 첫 번째 맞이하는 절기라는데 의미가 있고 한해를 시작함에 있어서 새롭게 출발하고 1년 내내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는 뜻이 그 속에 함축돼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과 그리고 옛선인들의 올바른 정신과 근면 성실하고 사전준비성에 대한 교훈을 입춘절을 맞이해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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