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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지치기
삶에서 가지치기
  • 정창훈
  • 승인 2015.01.22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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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마지막 잎새까지 모두 떨어져버리고 앙상한 나목이 돼 자신을 살펴본다.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움도 생각한다. 만나는 사람이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좋아한다. 거절할 줄 모르는 성격에 많은 사람을 사귀었지만 뭔가 복잡하기만 하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엮일 수밖에 없다. 수시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나무에게도 가지치기는 중요하다. 겨울은 가지치기의 계절이다. 도심의 공원마다 전지작업이 한창이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수형이 엉망이 되고 열매도 흠결이 생겨 잘아지고 수확하기도 어렵다. 과일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가 마찬가지다.

 김해 장유신도시 가로수는 메타세콰이어, 이팝나무, 벚나무 등으로 줄지어 서 있다. 맑은 공기와 비옥한 토질 때문인지 어딜 가나 가로수들이 쑥쑥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지상으로 전봇대와 각종 전기, 통신케이블들이 가로수를 따라 연결돼 있어서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은 온전하게 자랄 수가 없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길가의 나무들이 수난을 당한다. 해당 관계자는 정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가로수 잔가지를 잘라주는 전지작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시퍼런 톱날 소리에 목이 잘리고 팔도 잘리고… 마치 훈장처럼 옹이를 품고 사는 나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도심 속 빌딩 앞에 있는 가로수들은 더욱 열악하게 살아가고 있다. 건물이 가리고 간판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흉측한 모습의 불구가 돼 있다. 몸뚱아리가 반으로 잘려나간 장애목도 있다. 일부 식당 등에서는 ‘어떻게 하면 감쪽같이 가로수를 없애버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맹독성 제초제를 넣어 말려 죽이는 극단적인 방법 외에도 소금물을 가로수에 뿌려 서서히 말려 죽이기도 한다.

 가로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희망을 안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앙상한 가로수의 운명을 생각하노라면 나무라고 다 나무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무가 어디에서 자라던 나무를 그대로 두는 것만이 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제멋대로 자라면 햇볕이나 통풍이 나쁘게 되기 때문에 웃자람 가지나 너무 혼잡하게 자란 가지를 잘라줘야 하고 이를 통해 병해충에도 강하게 견딜 수 있는 건강한 나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나뭇가지가 불필요한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무 스스로 원하는 가지치기와 사람이 판단하는 가지치기가 같을 수는 없다. 이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만큼 현격하게 다를 수 있는 일이다.

 첩첩산중 고향에서의 일과는 고립된 생활이나 다름없다. 그곳에서는 눈도 귀도 청소가 되고 도심에서 공해로 찌든 폐부도 세척이 된다. 나름 고향에서 생활에 적응이 되길 기대했는데 늘 허둥대고 긴장된 삶에 익숙한지라 갈수록 한가함이 불편했다. 때마침 찾아온 아내가 오가면서 마당에 수호신처럼 서 있는 호두나무의 늘어진 가지에 머리를 부딪치는 게 마음에 걸려 잔가지를 자르고 맨손으로 나무를 꺾기도 했다. 그런데 들쭉날쭉 제멋대로였다. 나무를 모르는 내 방식대로였다. 나에게는 나무가 적응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무는 내가 전지작업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 가지를 잘라내듯 우리의 삶에도 가지치기는 있어야 한다. 원철 스님의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에서 “수행이란 스스로를 가지치기하는 일이다. 끝을 모르는 번뇌의 생각줄기를 잘라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잎사귀까지 털어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나무와 산맥의 배경을 감상하면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안목과 여유가 필요하다. 자신의 가지치기를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에 의해 가지치기를 당하기 마련인 게 세상일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 나와 내 주변을 제대로 가지치기하지 못한다면 결국 모두의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강제된 가지치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지치기를 할 땐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자라온 타성이 있으면 냉철히 돌아보고 잘라내야 하듯 가지도 너무 웃자라 서로 싸우는 부분이 있으면 잘라 줘야 한다.

 지금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지지만 계속 자라면 결국 다른 가지에 문제가 될 것이고 또한 열매를 감당하지 못해 부러지거나 수확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자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전지작업을 해야 한다. 맹자 말에 따르면 “어떤 일에서든 성공하려면 하늘의 때를 얻는 것보다도, 땅의 이치를 얻는 것보다도, 인화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사람관계 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의 마음은 낙하산과 같아서 펼쳐지지 않으면 쓸 수가 없는 것이며 결국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사람의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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