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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가진 리더를 바란다
시대정신 가진 리더를 바란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1.25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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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개천에서 용(龍)이 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용이 태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게 우리들의 삶이었다. 한 서린 삶을 접어보려는 꿈이었고 시대의 흐름이었다. 이젠 신분을 상승하려는 기회도 가난의 틀을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터널 속이다. 부(富)의 대물림에다 신분의 대물림도 이어지면서 갑(甲)질이 끊이질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듯, 용의 탄생이 기대되는 꿈이 있는 사회를 자주 거론한다.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 선발을 주장하는 것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의 박탈보다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에서다. 또 유학생의 공무원 특채를 두고 ‘부의 대물림을 넘어 신분의 대물림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 등 복지도 용의 탄생을 위해 선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화난 민심의 물길을 바로잡는 리더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이를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패척결은커녕 양극화의 간격은 더 커질 뿐이어서 민심은 더욱 이반되는 상황이다. 꿈이 사라졌기에 더 하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도 지도자의 시대정신이 소외당한 사람들의 희망으로 떠올랐기에, 시대의 흐름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권력과 부(富)를 움켜쥔 권문세가들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누군가 나와서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 뒤엎어 버렸으면’ 하는 민심의 변화는 급격한 변혁을 요구했고 그 시대의 흐름에 부응(副應)한 게 시대정신이었다. 그 시대정신을 가진 지도자(이성계)가 민심의 흐름과 함께하면서 새 왕조(조선)를 창업, 왕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왕건(王建)이 고려를 창업한 지 500년, 그 기간에 정치적 격변은 쉼 없이 되풀이됐고 민란에다 몽골족의 침략, 원나라의 부마국으로까지 전략하는 등에도 정치 부패와 기강 문란으로 땅을 빼앗긴 백성들은 거리로 쫓겨나면서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원한 게 시대의 흐름이었다. 그게 단초가 돼 몰락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용의 탄생이 기대되는 물길은 꽉 막혔고 사회전반에 걸친 적폐척결도 빈둥대기만 할 뿐 진척이 없다. 정치인들은 이 간극을 시대 흐름에 맞춰 슬로건이나 아젠다를 설정, 메워줘야 한다. 현대사와 함께한 풍운아 김종필. 그는 변신과 처세의 달인이란 평을 동시에 듣는다. 영원한 2인자란 것에 대해 대통령 하면 뭐 하나. 역대 대통령을 잘 봐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 사람들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싶지만 안 한다. 지난 일이고 다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할 텐데 내가 뭐라고 평을 하겠냐고 했다. 역사에 맡긴다는 것을 전제로 졸수(卒壽ㆍ90세)를 맞아 만화책 ‘불꽃’ 발간을 앞두고 가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국민은 호랑이야, 맹수라고… 열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문다”며 ‘정치는 결과’라고 단정하듯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씁쓸한 말로를 걸었다. 성난 민심에 하야 후 망명지에서 또는 암살에 의해 세상을 떠나거나 스스로 세상을 버리거나 감옥에 가는 불행한 대통령이 적지 않았다. 과오도 있지만 뚜렷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성공했다거나 존경받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그 한편에는 용의 탄생을 위한 꿈이, 희망의 불씨가 사라진 탓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리더는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며 과거로부터 지속돼온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해 편법, 반칙 등 불공정한 거래가 판치는 사회를 세탁기에 넣어 돌렸으면 한다는 홍준표 지사의 주장은 더욱 새롭다.

 지금,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함에도 정치란 게 되레 기득권층의 보호막이 돼 번듯하게 판치는 세상이다. 또 정치경제적 갑을 관계, 부의 편중과 권력의 양극화는 점점 더 공고화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계층 이동은 멈췄고,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가능성은 벽에 부딪쳤다. 더 윤택하고 자유롭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데 개천에서 용은커녕 이무기도 나오기 어렵게 만들어버렸다면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갑을 문화를 반드시 청산,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꿈을 갖도록 해야 한다. 민심은 무섭다. 권력이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다면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2017년, 시대정신(時代精神)을 가진 리더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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