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03 (목)
‘쇼닥터’ 제재는 당연한데…
‘쇼닥터’ 제재는 당연한데…
  • 조성돈
  • 승인 2015.01.25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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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방송 출연 의사 허위 주장 제재
기초 과학지식 무지한 의사 많아
근거 의학 아닌 상식 접근 경계

 우리가 이 순간 믿고 있는 의학적 사실들, 혹은 치료법ㆍ의약들은 대부분 부정확하거나 오히려 해로운 것들로, 언제 폐기될지 모른다. 의학사의 대부분은 그러한 사실들로 채워져 있다.

 한 달 전, 의사협회가 건강프로그램 쇼닥터에 대해 제재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다. 쇼닥터란 의사들이 방송에 출연, 의학정보를 전하는 의사들로, ‘근거’가 없는 내용을 무책임하게 전하는 것을 제재하겠다는 내용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현대의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필자로서는 우선 환영을 표하는 바이다.

 대개 TV에 출연하는 의사들은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유명의사들이다. 그런데 어찌해 정통파 의사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는 것일까. 의협의 제재 심의대상이 된 어떤 의사는 자신의 연구에서는 분명히 있었던 ‘사례’들이며 환자를 위해 정보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단편적인 연구에서의 사례가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임상사례가 근거를 가지려면 수많은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한 의사가 출연해 탈모 치료에 좋은 방법이 있다고 소개하고는 자신의 지명도를 내세워 탈모차와 팩을 판매하기도 한다는데, 이쯤 되면 시골장터의 약장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되면 혈류량이 5배 증가돼 탈모가 개선된다는 주장에는 동료의사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탈모에 효과가 있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미녹시딜을 사용하지만 효과는 미미할 뿐 예기치 않는 부작용들이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의 탈모치료제가 스테로이드성이기 때문에 장기복용 혹은 피부에 바를 경우 간ㆍ신장 등 장기에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탈모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다. 의사들만 황당한 지식이 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황당함은 오히려 의학 내부에 존재한다. 의학지식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단편적인 추측들이 의학으로 포장돼 유통되고 있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초적인 과학지식에 무지한 의사 탓이다.

 의사는 의학을 공부할 뿐 과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또한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철학적 개념에는 관심조차 없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근거중심의학에서 ‘근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식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든다. 임상현장에서의 저질러지는 많은 실수들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근거’의 개념은 수많은 철학자이나 논리학자 사이에서 제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하리만치 어려운 개념에 속한다. 의학에서 어떤 정보가 근거를 가지려면 수많은 실험ㆍ 연구 등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과를 내보여야 한다. 즉 연구결과가 보편타당한 수준의 일반화가 유도돼야 한다. 그러나 의학정보에서 그런 수준의 고급 근거를 찾기란 매우 힘들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그것이 현대의학의 울타리 안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학의 연구방법론을 살펴볼 경우 타분야 과학자들의 눈에 의학은 그렇게 이해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의사의 무지를 넘어, 의학이 직면하고 있는 학문적 한계이기도 하다.

 의학에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치료현장에서 의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반대로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이다. 치료되는 질병이 사라지고 치료되지 않는 질병들만 고스란히 남은 현실에서, 환자들이 당하고 있는 예상치 못한 피해나 억울함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사들이 방송에 나와 퍼뜨리고 있는 부정확한 정보에 대해 기회가 있을 적마다 여러 글에서 비판하고 있거니와 새삼 원하건대 거의 모든 의학정보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 의사들은 의학정보의 해석이나 처치에 신중할 것을 부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화폐가 아닌, 건강으로 지불되는 비극을 피했으면 한다. 물론 황당한 의료정보 유포는 쇼닥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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