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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미래 설계
베이비부머 미래 설계
  • 정창훈
  • 승인 2015.01.27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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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은퇴설계 행사들이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시니어들의 성공적인 사례공유 및 강연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보제공과 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주로 전직 공무원, 중소기업 대표이사 출신의 시니어들이 퇴직 후 사회공헌 및 창업활동을 통해 인생 이모작을 실천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며 공감ㆍ소통하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사례연구를 통해 베이비부머들도 좀 더 나은 미래설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는 시대에 따라 아기들이 많이 태어난 세대로 전쟁도 주범이다. 경제는 피폐하고 사회 분위기도 황폐한 최악의 육아 환경이지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생육 환경이 나쁠수록 많은 씨앗을 남기려는 식물처럼 유전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생물학적 본능일 수도 있고 전쟁으로 줄어든 인구를 메우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 수도 있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한 사람들 인구가 무려 7천7백만 명이나 된다. 미국 사회의 신주도 계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대거 한꺼번에 이뤄졌던 결혼 덕분이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1947년에서 1949년에 매년 약 270만 명이 태어났다. 10년 후인 59년의 출생수가 157만 명에 지나지 않았음을 통해 당시 베이비붐의 기세를 알 수 있다. 소위 ‘회사인간’ 세대로 고도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자 버블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베이비붐 세대를 흔히 ‘단카이(團塊, 덩어리) 세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부머는 1955년에서 1963년생으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일본의 단카이 세대처럼 유난히 인구가 많았으며 민주화와 산업화의 주역들이다. 대부분 가난했지만 각자의 주어진 현실을 불평보다는 운명처럼 잘 받아들였다. 부모님들은 소도 팔고, 논도 팔고, 빚을 내면서도 베이비부머들을 가르치려고 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국민교육헌장’을 골수에 사무치도록 달달 외워야만 했다. 종례시간이 되면 담임선생님이 국민교육헌장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 아이들은 청소를 시키고 온갖 종류의 벌을 준 기억이 난다. 매튜 버드는 그의 저서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에서 “말하는 그대로가 바로 당신이다”고 했다. 즉 어떤 말을 하는가가 그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면, 또한 언어가 어떻게 행동을 이끌어내고 삶의 모습까지도 규정짓는지 알게 되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더 잘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이 헌장을 달달 외운 세대는 단군 이래 이 땅의 베이비부머들일 것이다. 간접적으로는 알 수 있었겠지만 선조들도 배우지 않았고 후손들도 외우고 배우지 않을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배운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인류공영에 이바지하지 않으면 베이비부머의 삶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베이비부머가 한 회사에 들어가서 30년 동안을 자기의 삶을 다 바쳐 열심히 일을 해왔건만 이제는 퇴물이라고 해고나 명예퇴직을 당하고 있다. 열심히 한우물만 파고 그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사람으로 인류공영을 위해 뜻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우아한 삶으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존경은 고사하고 가정에서는 삼식이로 취급받고 사회에서는 이용당하고 국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경제 10위권 등 화려해 보이지만 지난 10년간 ‘자살률 세계 1위’ 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1년 전보다 30대(3.8%), 40대(6.1%), 50대(7.9%)의 자살률이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50대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인구수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50대에 대거 진입한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50대가 설 곳이 없는 현실이 우리 베이비부머의 현주소이다.

 이 사회에 베이비부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은 이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킨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고 앞으로도 인류를 위해 가장 소중하게 쓰일 귀중한 자산이다. 제대로 된 자원 하나 없어도 우리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우리 스스로를 위대한 인적자원으로 만들었다. 세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할 능력을 가진 귀한 인재의 중심에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해서는 안 된다. 베이붐 세대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를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귀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베이붐 세대도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관계를 통해 성장했다면 그동안 배우고 닦은 노하우를 인류공영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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