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3:59 (목)
위기의 지역 신협 해결책 없나
위기의 지역 신협 해결책 없나
  • 허균 기자
  • 승인 2015.02.03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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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복마전(伏魔殿).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이다. 활자의 매력이 아직 남아있는 신문들은 유달리 한자어 사용을 즐긴다. 언론이 비유하는 수많은 한자어 중 복마전 만큼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건 여간해서 찾기 힘들다. 그 복마전이라는 한자어가 김해상공회의소 신용협동조합 기사의 머리글로 사용되고 있다. 김해 상공신협에서 그만큼 많은 비리와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의미다.

 김해 상공신협의 불법대출 사건은 신협중앙회가 상시감시시스템으로 인지하고 지난해 9월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하면서 불거졌다. 금융감독위는 대출자와 대출 브로커 등을 사법기관에 고발했고 검찰은 압수수색 등 전 방위적인 수사를 거쳐 최근 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은 불법대출을 해준 김해상공회의소 간부들을 구속기소한 상태며 김해 상공신협은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 창원제일신협에 합병됐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해 상공신협은 뇌물을 받고 대출 브로커 등에게 566억 원이라는 거금을 불법 대출해줬다. 대출된 566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235억 원이 받을 수 없는 돈, 즉 떼인 돈이라고 한다. ‘한 명의 부자보다 백 명이 잘사는 부자동네를 키우는 금융’이라고 선전해 온 신협의 광고문구를 180도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김해 상공신협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번 김해 상공신협의 불법대출은 이사장에서부터 시작돼 말단직원까지 연류가 되지 않은 직원이 없을 정도다. 신협의 수장인 이사장은 1억 원대의 외제차 2대와 국산 대형차 1대를 뇌물로 받았고 총괄부장은 현금 1억 7천여만 원과 3억 8천만 원 상당의 외제차량을 제공 받았다.

 이 같이 불법대출을 노리는 대출자와 대출브로커의 행위는 신협 직원 전방위에 대해 행해졌고 이들의 로비에 신협 직원들은 물론, 신협의 방어시스템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뇌물에 약할 수밖에 없는 일부 젊은 직원들의 행위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불법 대출에 연류됐다고 하는 이사장 H씨의 사례에 지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H씨는 지역에서 제법 평판이 좋게 나있던 인물이면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던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런 H씨가 천문학적인 금품도 아닌, 중고 외제차 따위에 섭외가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 지역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유소업을 하던 H씨는 상공신협 이사장직을 맡기 전에는 초대형차량을 선호하지 않을 만큼,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인물로 평이나 있었고 술자리도 즐기지 않아 샌님 이미지를 풍겼을 정도였다. 그랬던 이가 수백억 원의 돈을 주무르는 이사장 자리에 앉자, 변하기 시작했고 예기치 못했던 변화는 환갑에 가까워지던 그를 수령에 빠트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재물이고 가진 자가 원하는 것은 더 큰 재물이라는 말이 있다. H씨의 사례는 가진자가 더 많은 재물을 취하려다 발생한 일로 볼 수 있다.

 불법대출 사고가 터진 김해 상공신협뿐만 아니라 지역에 산재돼 있는 기타 신협들도 불법ㆍ편법대출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지역 신협들도 은행 수준의 감독체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처럼 한 명의 부자보다 백 명이 잘사는 부자동네를 키우는데 신협이 앞장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법대출의 싹을 걷어내야 한다. 서민들의 재산을 책임진 신협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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