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25 (토)
전통시장의 살가운 정
전통시장의 살가운 정
  • 정창훈
  • 승인 2015.02.12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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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유통업체 총 66개소에 대한 설 성수품 차례상 구매비용을 비교 조사해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설날 수요가 많은 35개 품목을 조사(6~7인 기준)한 결과, 소비자 이용도가 높은 전통시장은 24만 3천352원, 대형유통업체는 32만 9천25원으로 전통시장이 평균 26.0%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우리나라 유통구조에서 삼각축은 재래시장, 백화점, 슈퍼마켓이었다. 백화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 슈퍼마켓은 지근거리에 있으며 소량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재래시장은 싼 가격에 덤으로 상징되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통시장인 오일장은 오일에 한 번 장이 선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오일장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는 1차 상품을 중간 유통단계 없이 싱싱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의 전통상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오일장의 의미는 지역 커뮤니티의 살아있는 소통의 장으로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나누고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누는 것이다.

 며칠 전 울산에 있는 신정시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됐다. 경제적인 쇼핑과 눈요기를 제대로 했다. 신정시장의 대표적 명물인 돼지국밥 골목과 손칼국수 골목에서 끼니를 우아하게 해결했다. 쫄깃쫄깃한 도너츠, 핫도그, 호박떡, 튀김, 찹쌀꽈배기, 떡볶이, 왕만두와 찐빵 등의 간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유난히 고소한 냄새가 나는 시장 뒷골목의 뻥튀기가게도 기분 좋게 하는 곳이었다. 뻥튀기 기계가 “펑!” 소리와 하얀 연기를 시장 곳곳에 퍼트린다. 대포소리 같은 우렁찬 소리에 손님들은 얼른 양쪽 귀를 막아보지만, 만면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가득 떠올랐다. 모처럼 중장년층의 얼굴에 동심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고소하고 아련한 추억을 튀긴다. 전통시장이나 오일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훈훈한 정ㆍ구수함과 고소함이다.

 신정시장은 1970년 초에 형성된 울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울산시청 건립과 더불어 2층의 상가건물에서 시작해 상권이 형성됐으며 도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 대형 전통시장으로 발전하게 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전통시장으로서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아케이드 설치를 비롯한 시설현대화와 상인친절교육 및 특가판매 실시를 통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울산의 으뜸시장, 고객과 하나 된 상인을 강조하면서 신정상가를 홍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선(황색선)을 지키지 못하는 당신이! 신정시장 질서를 해칩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특별히 손님들이 많이 붐비는 사거리에 있는 가게의 가판대가 도로를 상당히 점유하고 있어서 이용하는 손님들이 저마다 불평을 하고 있었다. 시장상가 번영회에서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자체적으로 각 점주들이 지켜야 할 고객선을 황색선으로 페인팅을 하고 상품의 진열을 황색선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는 고객들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고 화재 발생 시에는 소방도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황색선을 훨씬 넘어 통행에 방해가 되는 공용도로까지 상품을 진열하고 호객하는 상인 때문에 주위의 불평불만이 극에 달해 현장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상인들 간에 고함과 욕설이 오가고 있었다.

 시장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도 더 많아 시장에서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가족 이상일 것이고 따뜻한 정으로 살아가는 시장의 모습이 이렇게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시장 상인들 간의 진심어린 협력이다. 규모가 큰 대형마트에 견주어 봤을 때 전통시장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서로 협력하고 배려해 고객들이 부러워할 만큼 상인들 간에 인정이 넘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 오일장과 전통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있다. 시장에 머물면서 시장의 활기를 보고 듣고 느끼고 상인들과 함께하면서 이를 카메라에 담고 글로 남기고 이마저도 안 되는 것은 마음속에라도 간직하려고 한다.

 사실 오일장이나 전통시장만큼 생동감 있는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 있을까? 이것이 이들을 넓고 쾌적한 현대식 쇼핑센터 대신 덥고 춥고 좁지만 땀 냄새와 사람냄새 나는 오일장이나 전통시장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전통시장을 고향이라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도록 해 언제나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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