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7:20 (목)
복지재원 충당방안 세워야
복지재원 충당방안 세워야
  • 이태균
  • 승인 2015.02.25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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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저가 담배’ 꼼수로 국민 우롱

선 복지예산 구조조정 후 증세

법인세 정상화ㆍ복지 감세 철회

 담배와 정치는 여러 면에서 닮은 게 많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담배의 중독은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울면서 겨자 먹기로 각국 정부는 담배나 술, 도박, 매춘처럼 못하게 하면 부작용이 심하고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는 것들에 세금을 매겨 국가가 적절하게 관리해 왔다.

 정부주도로 국민 건강증진을 이유로 2천원 세금 인상안을 제안해 작년말에 통과시켰던 여ㆍ야가 최근 애연가들과 바닥 민심의 거센 저항에 부닥쳐 ‘저가(低價) 담배’를 거론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 가격보다 싼 저가 담배를 정책위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손으로 말아 피우는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깎아줄 필요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건강을 핑계로 세금 올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필터도 없는 질 나쁜 담배를 피우라는 말이냐며 여ㆍ야는 물론 정부에 원성을 쏟아내자 이들은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아무리 국민지지도 중요하고 득표도 생각해야겠지만 담뱃값 가지고 장난치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연초 담뱃세가 2천원 인상돼 보통 담배 한 갑의 가격이 4천500원 선이다. 담배 원가가 700∼8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세금만 3천500원이 넘는다.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가 연간 거둬들이는 세수 증가액은 2조 8천억 원으로 담배 단일 품목에서만 연간 10조 원의 세금을 거둬들이게 된다.

 사실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것은 재정 또는 복지 전문가들 사이엔 오래전부터 상식이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 원 규모의 ‘공약가계부’가 나올 때부터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세수 부족이 올해 예상치까지 4년째 지속되고 재정적자는 만성화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제는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커녕 재정지출 수요의 자연증가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지난해 세수 부족이 10조 9천억 원에 달했고 이것은 이제 경제와 산업이 나라의 요구에 부응하기에 힘이 부침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이 이 시한폭탄의 복지문제를 자신의 이해득실로만 다뤄 이해부득의 선문답으로 우물쭈물 넘기려 한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올해도 세수 결손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세 없는 복지’를 앞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복지재원 충당 방안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여ㆍ야의 입장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고수하는 한편 여당은 ‘선(先) 복지예산 구조조정 후(後) 증세’를, 야당은 ‘법인세 정상화 및 부자 감세 철회’를 앞세운다. 언뜻 보기에는 청와대와 여ㆍ야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국민의 권리로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의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의 보편적 복지 정책을 선별적 복지 정책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ㆍ야를 떠나 이제는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무분별한 복지는 줄이고, 합리적인 증세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은 정부와 여야를 떠나 국민모두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증세 정책은 어려움이 따르고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과 사회의 높아진 복지수요 때문에 저복지로 되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증세에 앞서 과감한 복지지출 구조에 대한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여ㆍ야가 함께 국민설득에 나서는 게 복지정책과 재원마련을 위한 순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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