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2:56 (수)
조합장 후보가 설쳐대는 이유
조합장 후보가 설쳐대는 이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3.08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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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오는 11일 전국에서 동시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가 쑥대밭이다. 금품수수 등 고질적 불법 선거운동으로 조합원들이 낭패와 수모를 겪고 후보들의 구속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의 민주화 바람은 임명제인 단위조합장을 농민들의 손으로 뽑도록 해 1989년부터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선거는 비리와 부정선거로 얼룩지는 등 고질적인 불ㆍ탈법이 드러났다.

 이를 막고자 2011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정, 올해 처음으로 전국 농협(축협) 1천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1천328곳의 동시선거로 바꾼 것이지만 구태는 여전, 전국은 돈 봉투로 얼룩지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5當4落’ 등 비리의 온상으로 조합원을 실어 나르는 등 돈과 조직을 동원한 불법행위가 판을 쳤다. 각종 사업 선정권도 손에 쥔다.

 이러니 불법행위도 불사하는 것이다. 올해 선거는 그런 부작용을 피하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동시 선거지만 돈 선거가 기승이다.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과 높은 보수, 운영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인사권과 사업 이권 등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과 지위에서 업자와의 결탁 등으로 비자금(리베이트) 조성이 가능하다. 조합장은 기관장급 대우와 억대 연봉(판공비 포함), 직원 채용ㆍ인사권, 농약 구입과 특산품 판매 등 관련한 사업자 선정, 사업 및 예산권, 예금과 대출 결정권에다 수십억 원인 교육지원비는 조합장이 떡 주무르듯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창고에 보관된 농산물이나 매일 매일 출하하는 고추, 오이, 대파, 양파, 마늘 등 지역 특산품 출하와 계약재배 등으로 농산물 가격조정 역할, 기자재 구입 등도 조합장의 몫이다.

 수협은 바다의 모든 것을, 산림조합은 임야에 관해 절대적 권한을 갖는 등 농어촌의 모든 권한을 조합장 혼자 거머쥔 꼴이다. 조합규모는 달라도 농협의 연간 사업 매출이 300억 원에서 1천억 원을 육박하고 수천억 원대인 조합자산 등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런 권한 때문에 족벌 파벌 등을 총동원하고 돈을 마구 뿌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조합을 사랑한다 해도 조합장에 당선되려면 돈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조합장에 당선되려면 5억 원 이상을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금품과 향응 수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합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이어 “조합장의 지위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거나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해야만 각종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이 농협 운영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돈 선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조합원 대부분이 후보와 학연 지연 등 친분 관계로 얽혀 금품수수에도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제한된 게 사실이다. 투표장에 배치된 후보 측 참관인이나 또는 투표장 입구 등에서 금품을 수수한 조합원들을 감시하거나 확인하고 기표 방법까지 제시, 조합원들은 돈을 받으면 반드시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에 이어 농협 16개 지역본부 주관으로 지역별로 공명선거 추진 결의 대회를 가졌지만 공명선거 구호는 헛구호에, 결의 대회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조합의 대표기관이란 농협중앙회장, 1대, 2대, 3대 회장의 줄구속은 그를 선출하는 게 지방권력인 조합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아래로는 단위농협 및 수협에서부터 중앙회까지 비리부패의 족적을 남긴 조직이었다.

 선관위는 조합장 선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10배 늘리고 종합선거상황실도 가동한다. 하지만 적발 건수가 많은 것은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조합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이 판치는 과열 선거전이지만 겉으로는 조용한 것은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방법도 명함을 직접 나눠주거나, 이메일 등을 전송할 수 있고, 통화나 문자메시지만 가능하다. 선거전의 아이콘인 연설 차량은 운영할 수 없다. 또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농ㆍ축협 사무소나 병원, 교회 등 실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조합원 집도 방문할 수 없다는 관련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

 선거 규모가 커졌지만 깜깜이 선거로 달라진 진 게 없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을 적용, 예비후보 등록제가 아예 없다. 후보등록 후 2주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탓에 돈과 조직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에 못지않은 게 조합운영의 문제다. 이사, 감사가 있다지만 통과의례다. 사실상 인사, 예산, 사업 등 조합장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어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자다. 이를 강제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그 원인 제거가 돈 선거를 막고 건전조합을 육성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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