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3:34 (목)
무상급식과 교육감 눈물
무상급식과 교육감 눈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3.2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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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김부영 경남도의원(새누리당)은 눈물을 훔친 경남도교육감을 질타했다. 마치 ‘악어의 눈물’임을 지적하듯 강하게 질타했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사다리인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경남도가 추진하도록 한 조례가 통과(19일)된 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서다.

 이 조례의 통과는 무상급식은 경남교육청이 교육청의 예산 등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 학생들에게 급식하도록 한 결과물이다. 그는 무상급식 예산 중 경남도가 지원하는 예산의 중단은 ‘경남교육청이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한 게 그 원인인데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할 교육감이 학부모들을 상대로 감성적인 제스처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듯 지적을 한 것이다.

 전날 박종훈 교육감이 창원 소재 한 초등학교서 열린 무상급식을 위한 간담회에서 한 학부모의 발언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것에 대해서였다.

 김 의원은 “제가 교육감이라면 어제처럼 학부모와 만나 울지 않고 입법권이 있는 국회를 찾아가 국회의원 앞에서 울겠다”며 급식비 지원중단의 원인이 도교육청임을 지적하고 화살을 돌렸다. 또 “정말 급식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이렇게 해결하지 않고 도청에 자존심을 굽히겠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박 교육감의 감성에 호소하는 일련의 행보를 곱게 보지 않은 것에 있다. 반면 여영국 도의원(노동당)은 경남도의 책임이란 주장이다.

 그 공방에는 경남도의회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경남교육청이 편성한 2015년 무상급식 세출 예산 1천125억 원을 승인했지만 도와 시군으로부터 지원이 중단된 643억 원의 세입예산이 없는 것에도 세출을 승인한 때문이다. 하지만 도의회가 세입예산의 교육청의 예산 중 불용액 등 불요불급한 것을 효율적으로 운영, 자체예산을 확보토록 촉구했다.

 이에 박종훈 육감은 본회의장에서 “그간 논란이 돼왔던 모든 부분들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부덕의 소치로 알고 예산안을 충실하게 집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의회가 급식비 지원중단에도 자체재원으로 계속하란 것이었고 교육청은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 교육청은 도의회의 예산승인 그 자체의 잘못을 지적, 뿔나게 만들었다. 경남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 1천125억 원 중 도와 시ㆍ군비 643억 원을 삭감하고 482억 원만 편성한 추경 예산안을 지난 2월 24일 제출한 게 도화선이다. 도교육청을 유상급식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조례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추경의 속내는 세입이 없는데 무상급식을 하도록 세출예산을 승인한 게 잘못됐지 않느냐는 것이지만 도의회는 당초 승인 때 많고 많은 도교육청의 전체예산 중 급식비의 자체조달을 촉구했고 이행하겠다는 약속은 허언(虛言)이었냐는 지적이다. 경남교육청의 행보도 곱지 못했다.

 교육청은 도의회의 급식비 승인 후 유상급식을 기정사실화 해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교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도와 시군에서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아 유상으로 전환한다고 게시, 도와 시ㆍ군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란 지적을 산 바 있다. 세입 없는 세출을 승인한 가결을 무시하고 그걸 따지려는 듯 추경을 제출한 게 속내였다. 언뜻 보면 세입 없는 세출을 승인한 부당함에 있지만 만약 교육청 스스로 무상급식비를 조금이나마 더 확보하려는 자구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합리적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 게 현실이다.

 이에 더해 교육청은 무상급식이란 잣대로 우위에 서려는 듯, 교육감 서신 등 대 학부모를 향한 손짓에 우선하려는 듯 ‘립서비스’로 느껴질 정도의 모양새가 아니었다면 경남도의회가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경남도에 힘을 실어 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서민자녀 교육을 지원하도록 한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지난 19일 오후 2시 임시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55명 가운데 찬성 44명,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뜻한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교육청이, 경남도는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복지모델을 추진토록 했다. 무상급식 논란의 종지부가 될지 새로운 불씨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도의회는 서민자녀들이 용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가 되겠다는 것에 “좌파 복지가 오히려 가난한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홍 지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김부영 의원 또한 경남교육의 수장인 박종훈 교육감에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편협하지 않고 어설프게 튀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취했어야 한다고 전언했다. 경남교육의 수장(首長)이라면 ‘악어의 눈물’이란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더욱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한 의사진행 발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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