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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은 미래 행복 심기다
식목은 미래 행복 심기다
  • 박태홍
  • 승인 2015.04.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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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완연한 봄이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잠깐씩 내린 비로 대지도 씻겨졌고 각종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개나리, 벚꽃, 목련, 진달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듯 만개한 모습들이 우리들 눈에 들어온다. 중국에서 날아든 황사와 스모그로 인한 재색 빛깔의 하늘이 이번 봄비로 인해 없어지면서 파랗게 변했다. 햇살 또한 눈이 부셔 화창하기까지 하다.

 지난 2일 진주 서부시장 묘목 판매 업소에서는 많은 묘목들이 거래됐다. 감ㆍ석류ㆍ대추ㆍ매실 등 과실수들이 주종을 이루면서 향나무, 소나무, 측백나무 등이 거래됐고 철쭉을 비롯한 각종 화훼들이 팔려 나가기도 했다. 이는 5일 청명 6일 한식을 기점으로 한 꽃, 나무 심기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인다.

 경남내륙지방과 경북지방에서는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을 청명, 한식의 날로 정하고 있다. 청명ㆍ한식은 24절기 중 5번째의 절기이며 음력 3월에 들며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고 범국민적으로 들고 야산에 나무를 심었던 시절도 있었다.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으로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했다. 식목일을 지정한 정부 당국의 목적은 국민 실수에 의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각급 학교 기관에서는 단체로 산에 나무 심는 행사를 가졌다.

 6ㆍ25전쟁으로 인한 민둥산은 차츰 녹색으로 변했고 지금은 산지 자원화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뒤이은 산업화의 발달로 인해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맞춰 연간 법정 공휴일을 줄이면서 지난 2006년부터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폐지됐다. 그러나 국민들의 애림사상은 고취됐고 4월 5일을 전후한 나무 심기 행사는 생활화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4월 5일 식목일 전후한 청명과 한식날에 맞춰 각 기관은 물론 일반인들도 꽃과 나무를 심었다. 하늘이 맑아진다는 올해의 청명은 4월 5일이며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어야 한다는 한식은 6일이다.

 예전에는 한식을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로 손꼽아 왔었다. 한식은 ‘손이 없는 날, 귀신이 꼼짝 않는 날’이라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며 개사초 등과 함께 화훼와 나무를 심기도 했다. 그리고 산소를 이장하거나 비석이나 상석을 새로 세울 때도 한식날을 이용해 왔다. 이 때문인지 한식이 들어서기 전 진주 장날에는 화훼를 비롯한 잔디ㆍ나무 등의 거래가 성행해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부터 진주는 나무와 관련된 기관이 많아서인지 봄철 묘목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평거동ㆍ도동들에서 묘목 사업을 주로 하는 농원 등이 많아 묘목을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진주에는 경남도농업기술원을 비롯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 연구소,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 등이 있어 임업이 타지역보다 앞서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기대의 전신이랄 수 있는 진주 농림고등학교, 경상대학의 전신인 진주농대에서는 임학과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임업에 종사하는 신영농인이 늘어났고 이들 또한 자기만의 영역 추구와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묘목ㆍ화훼ㆍ작물 개발과 연구를 생업과 연관시켰다.

 특히 경남도농업기술원의 화훼작목반과 육종담당의 기술 개발은 어느 곳보다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진주의 수목원은 명실상부하다 할 수 있다. 예전의 경남도 임업시험장이 지금의 산림과학원 남부연구소로 개명됐지만 나무와 관련된 연구실적은 그 어느 곳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기관으로 이 또한 진주에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4월 5일 식목사업이 중단된 이후에도 진주시는 1996년도부터 ‘사랑의 나무 나눠주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20년간 계속되고 있다.

 민선 6기인 올해는 시 당국에서 석류ㆍ대추ㆍ매화ㆍ가죽나무 등 2만 8천200그루를 각 지역에 식재하기 위해 32개 읍면동사무소에 배부했다. 사업비는 8천800만 원으로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미래를 내다본 후손들을 위한 꿈과 희망의 사업이어서 타 시ㆍ군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아무튼 진주시의 32개 읍면 동민들은 식목의 계절에 후손들을 위한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나무를 심을 수 있어 행복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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