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0:53 (목)
몸에 좋은 특별한 성분
몸에 좋은 특별한 성분
  • 조성돈
  • 승인 2015.04.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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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인체에 좋은 유기물은 없어
사포닌 산삼보다 채소 많아
인생 즐기는 마음가짐 중요

 기계를 이루는 부품은 견고성과 내마모성 때문에 주로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철ㆍ알미늄ㆍ동 혹은 그 합금들, 아니면 플라스틱류이다. 그러나 생명체를 이루는 성분은 기계와 크게 다르다. 대부분이 유기체이며 무기물일지라도 그 대부분은 유기화 돼 있다.

 그러면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영양소 중 몸에 좋은 특별한 성분이 있는 것일까? 해답은 ‘없다’. 간혹 특정 영양소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병도 없지 않으나 그런 경우는 매우 한정적이며, 필요한 모든 영양소는 식품을 통해 공급된다. 따라서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몸에 좋은 신비한 물질(성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명체를 작동하는 데 모종의 특이물질, 혹은 신비한 성분을 필요로 할 경우, 그 생명체는 진화적으로 실패한 種(종)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미 오래전 도태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후손을 이어올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생리에 필요한 어떤 물질이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부품과 인체를 이루는 요소는 매우 다르다. 인체는 부품을 구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유기물을 재료로 세포나 조직, 나아가 기관 등 스스로 부품을 만들어 사용한다. 그것도 매우 손쉬운 화학적 방식을 사용한다. 비유하자면 이런저런 모양으로 나무를 깎아 온갖 부품으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기계의 경우처럼 마모나 오작동이란 거의 없다. 또한 기계의 부품처럼 제작한 뒤 규격이나 성능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과 수정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불량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불량으로 인한 사후 수정절차가 필요치 않다. 이 모든 과정은 유전정보에 의해서 자동으로 이뤄진다.

 인체는 매초 200만 개의 헤모글로빈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고 거대한 화학공장을 만든다 해도, 그래서 세계의 모든 화학자를 동원한다 해도 200만 개는커녕 단 한 개의 헤모글로빈도 만들 수 없다. 인체의 헤모글로빈 합성과정은 거의 요술과 흡사하다. 신세동맥(腎細動脈)으로부터 오줌의 성분을 걸러내는 장치인 腎小體(신소체ㆍ말피기소체) 등 부품들 역시 매초 엄청난 숫자가 생산된다. 헤모글로빈의 구성요소는 너무나 단순하다. 철분자 몇 개와 단백질이 전부다. 그러나 그 재료는 특별하지도 비싸지도 않다.

 인체가 만약 질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물질을 주위로부터 쉽게 구득할 수 없다고 상상해 보라. 질병에 걸리는 순간 위험에 빠진다. 사망할 수도 있다. 이래서는 종의 존속은 성공할 수 없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이유는 질병치료에 필요한 물질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다. 비타민C의 경우 재료도 지천이고 제작과정도 매우 간단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들과 달리 인체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로지 외부에서 구해다 사용한다. 아마 거기에는 특별한 진화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질병에 걸리거나 몸이 허약하다고 느낄 경우 ‘어디 좋은 약이 없을까’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런 물질은 없다. 약초 등이 다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약초가 가지는 성분 때문이라 보기 힘들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낸다는 산삼이나 인삼의 주성분은 사포닌이다. 그러나 사포닌은 양배추ㆍ당근ㆍ셀러리를 비롯해 미나리과 식물ㆍ콩 등에도 많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녹차 속의 카테킨, 짙은 색깔의 채소나 과일에 다량 포함돼 있는 안토시아닌, 혹은 커피 속의 클로로겐산 등 항산화 물질들이 신비한 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성분들은 죄다 플라보노이드 계통으로 일반 채소들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식물이 갖는 성분은 크게, 플라보노이드계열ㆍ카르티노이드계열 그리고 클로로필이다. 이 세 계열 모두 뛰어난 항산화기능을 가진다. 채소를 포함한 모든 식물, 심지어 길가에 자라나는 잡초 한포기도 다량의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즉 효능으로 본다면, 플라보노이드계통의 물질뿐만 아니라 카르티노이드도 뛰어난 항산화기능을 갖고 있으며, 클로로필 또한 다르지 않다. 식물이 띄는 녹색은 그 자체가 바로 신비다. 몸에 좋은 특별한 식품이나 성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이다.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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